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 - 아는 것 같은데 잘 모르고 있는 역사 용어 상식 톺아보기 대한민국 역사상식 1
전병철 지음 / 살림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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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거나 사극을 시청하다 보면 흐름을 이해하기에 앞서 용어에 익숙해야함을 실감한다. 역사 용어 상식을 톺아보자며 다가온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었다. 팔만대장경을 화장실 빨래판 보듯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유쾌한 제목만큼 내용도 재밌을까 하여 첫 권을 펼쳐 들었다.

 

저자는 '기본 역사 용어와 역사 상식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한다' 며 이 책을 쓰고 개정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차례를 보다가 재밌는 부분 먼저 찾아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먼저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은 역사에서 칭하는 존칭이었다. 신이 나서 펼쳤는데 웃음기가 싹 가시는 게, 목적 여부와 무기 사용 여부에 따른 의사와 열사의 미묘한 차이를 읽는 대목에서였다.

 

막상 마주한 이면의 역사에 마음이 쓰렸다. 윤봉길 의사의 사적지의 현판을 작성한 이가 친일 경력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이란 사실 때문에 갈기 부서진 현판인데 이걸 은근 슬쩍 다시 복원시켰다는 건 안 그래도 억울한 독립 유공자들의 삶을 더욱 눈물 나게 하였다. 또한 추모각에 봉안되었던 유관순 열사 영정을 왜곡하여 그린 화백이 대표적 친일파라는 것도, 다행히 철회되었다 하지만 다시 추진된 영정 작업에 그 화백이 연이어 선정되었다는 것도 이런 우연이 어디 있나 싶었다. 김구 선생을 암살한 자를 사살한 박기서를 열사로 칭해야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나 그보다 그런 암살범이 먹을 것 입을 것 다 누리면서 살았다는 것 역시 화가 났다. 부당한 세력에 맞선 사람들의 아름다운 희생에 눈물이 났다.

 

1부는 그리 관심 가지 않는(그래서 많이 지루했던) 내용도 있기는 했지만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다. 죽음을 부르는 말, 제사의 절차, 각기 다른 묘의 생김새와 정의는 복잡한 한자어 때문에 한 장 한 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지배자들을 일컫는 칭호로 황제의 유례, 전하와 저하, 청동기 시대와 고대 시대의 낯선 지배자들의 호칭의 의미를 배운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지나치고 말았을 텐데, 풀어서 하나하나 설명하여 주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극이나 역사 공부할 때 덕분에 이해가 빨리 될 것 같다.

 

역사적 상식만 나열하지 않고,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는 교과 이외의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이 재밌고 유익하다. 사전 보듯 관심 가는대로 읽으니 따분하지도 않다. 역시 재치있는 제목만큼 유익할 것 같은 2권 <빨래판도 잘 보면 팔만대장경이다>에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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