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노미 제2의 이동 혁명 - 인간 없는 자동차가 가져올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로렌스 번스.크리스토퍼 슐건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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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20세기에 포드에 의해 대중화된 오늘날의 형태로 만들어진 후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과거에는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자유롭게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한편 부작용도 커져서 인류를 불안하게 한다. 여전히 교통사고로 일년에 수십만 사람명이 도로에서 죽고, 지나친 석유 의존도로 중동 정세는 항상 불안하고 세계는 테러의 공포에 떤다.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공해와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

발명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던 자동차에 최근 혁명적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사람의 개입없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이다. 두번째는, 베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기차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셋째는, 스마트폰 혁명에 따른 우버나 리프트 같은 공유형 운송개념의 발전이다.

이 세가지를 결합하면 이른바 "제 2의 이동혁명"이라고 한다. 차를 소유하는게 아니라 서비스 개념으로 구독하게 된다. 1달에 얼마를 내면 무인으로 운행되는 차를 불러다 잠시쓰고 반납하면 된다. 그러면 기존 자동차의 비효율을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 도로에 자동차가 줄어들고 교통흐름도 좋아져 교통체증도 없어질 것이다. 사고도 없이 안전해지고 공해도 없다. 인류에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혁명인 것이다.

이 책은 그 세가지 흐름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주행에 대한 얘기다. 제목이나 책 표지는 다소 평범하고 따분해 보이지만, 번역도 무난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있고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어서 잘 읽힌다. 책 초반부에 엔지니어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위해 맨땅에서 해딩하는 에피소드들이 친근하게 그려진다. 미 국방부에서 거금을 걸고 자율주행 대회를 주최해서 혁신의 마중물을 부었다. 그들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물건을 수송하는 차량이 공격에 노출되자 자율주행을 개발할 뜻을 가지고 대회를 개최한다.

초기 대회에서 카네기멜론과 스탠포트대학의 엔지니어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대회가 끝난 후 이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기업이 구글이었다. 그래서 두 대학의 엔지니어들이 구글내 '쇼퍼'라는 하나의 팀으로 시작해 지금은 웨이모라는 회사로 독립되어 있다. 구글의 빠방한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거리에 대한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알고리즘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그려진다.

저자는 GM에서 R&D를 담당했던 임원으로 GM의 테두리에서 혁신적 시도를 했던 인물이다. 새로운 흐름에 열린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는 구글에 의해 영입되어 자문역으로 일한다. 디트로이트의 거대 완성차 기업과 실리콘밸리를 다 거친 인물이다. 기존 완성차 회사의 사정과 실리콘밸리 혁신을 모두 말해주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왜 포드나 GM같은 자동차 회사는 이러한 자율주행이나 전기차에 대해 미리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지 관심을 끈다. 심지어 그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보고 나서도 그걸 폄훼하기 바빴고, 그 기술이 가진 함의나 비지니스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한참동안이나 깨닫지 못했다.

일단 대기업이 스스로 파괴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이미 기존 사업을 잘 하고 있고, 주주들은 당장 다음분기 이익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도 자동차를 설계하고 만드는 작업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고 위험을 지양하는 문화를 생기게 한다. 또한, 자동차 회사들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다. 반면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구글이 지도에 일찌감치 많은 투자를 했다는 점도 기여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운행할 도로에 고해상 3D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창출 매커니즘이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는 으례 자동차를 만들고 팔아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생겼다.

지금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나 공유서비스 업체, 전기차 업체들의 지분투자, M&A등 합종연횡이 진행중이다. 산업혁명에 준하는 식으로 파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잘했다고 앞으로도 생존한다는 보장이 없는 시점이다. 구글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스마트폰 혁명 초반에 안드로이드를 안착시켜서 모바일 세상에도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동혁명에서도 일찌감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놓고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입장으로 보인다. 초창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어낸다고 고생한 엔지니어들도 존경스럽지만, 기술을 알아보고 사업기회로 만들어 빛이 나게 한 세르게리 브린이나 래리 페이지 두 인물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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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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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시선은 복잡하다. 전쟁이 끝나지 않아 군사적으로는 적이다. 실제 간간히 국지적인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주기적으로 만나서 협력과 평화를 약속하는 대상이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상대편을 공격하는데 자주 쓰인다. 권위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서 활용하는 것이었다. 엄연하게 국가보안법이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기도 하다. 북한의 안보 위협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무기를 구매한다. 북한이 없었더라면 최소한 복지나 투자로 쓰일 수 있는 돈이다. 큰 규모의 군대를 유지해야 하고, 그안에 물자와 장비를 공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도 달려있다.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감정적인 거부감도 여전하다. 북한과 중국을 적군으로 인식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의 마음에는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다.

이런 복잡다단함이 북한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이런 상황에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인식이 올바르지 않으면 제대로 합의된 전략이 나오기 어렵다. 장기적인 전략이 없으니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협상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이해관계에 따라 흐지부지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이 그런 관점에서는 북한에 대해 기존 언론이 편의적으로 편집한 정보에서 벗어나 균형된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일제시대 만주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거쳐 남한에 정착한후 미국 유학을 거쳐 그곳에서 정치학 교수로 자리잡는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미국 민주당쪽에 북한 문제로 많은 조언을 했으며 수차례 북한을 다녀오며 교류한 인물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북한의 체제의 정통성은 경제발전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제재로 북한이 붕괴하고, 민중봉기 같은 이벤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은 항일투쟁의 전력과 외세에 맞써 싸웠던 경험에 있다. 최근 김정은의 방중에서 북한과 중국간의 피로 맺어진 관계가 강조되었는데, 실제 북한 공산당이 중국 공산당의 항일 투쟁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십만명이 굶어 죽어도 정체성의 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추체사상의 종교적 성격을 얘기한다. 북한이 공산주의라 유물론자일 것같지만 사실은 매우 형이상적인 국가라고 한다. 명분이나 도덕, 집단주의 같은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에 남한이 되려 물질적이다. 

저자는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평화 체제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비공식 채널을 많이 열어서 일단 자주 만나라고 얘기한다. 통일이라고 동질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용적인 자세가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역사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이 책이 주는 조언들이 시의적절하고 도움이 된다. 저자는 김정은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 싶어하는 거 같다고 판단한다. 군사적 안보와 사상적 주체성이 공고해졌으므로 경제성장을 해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그가 어릴 때부터 서구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것도 고려해서 그렇다. 정말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서고 다시는 이땅에 비인간적인 전쟁이 없기를 바래본다. 최근 변화의 기운이 좋은 성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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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터널 진입하는 한국 탈출하는 일본
박상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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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아베는 누구인가>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분량이 적어서 아쉬웠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갈증이 많이 해소됐다. 저자는 미국에서 경제학과 박사를 하시고 일본에서 교수로 재직중이시다. 경제학에 정통하지 않은 일본 전문가에 비해 "경제학"을 제대로 설명해주기에 유리하다. 또한 책 구석구석에서 일본인 제자와 에피소드도 곁들이며 현장감이 살아있다. 

저자는 아베노믹스를 일컫어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을만큼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자 극약처방을 했다는 말이다. 아베노믹스 3가지 화살 중에서 가장 임펙트 있었던 정책은 무제한 양적완화다. 3대 기축통화인 달러, 유로는 금융위기 이후에 양적완화를 실시했는데 2001년도에 이미 양적완화를 했던 경험이 있던 일본만 금융위기 이후에 잠잠했다.

비로소 아베가 총리로 집권하고 일본은행 총재를 교체하고 나서 양적완화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경제는 완연한 상승세를 보인다. 한 나라의 통화가 약해지면 수입 비용이 늘어나지만 수출이 잘 되고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진다. 다만, 무역으로 첨예하게 얽혀있는 글로벌 시대에는 한 나라의 통화만 지속적으로 약세가 되기는 어렵다. 무역상대국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잘못하면 불공적 무역으로 제소당하거나 관세같은 걸 부과당한다. 

충격적인 요법을 통해 만성적 디플레이션 심리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이 살아난다는 기대감을 형성해나갔다. 이는 엔화는 약세로 반영됐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암묵적인 묵인이 있다고 봐야한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아베의 집권과 극단적인 아베노믹스도 유사한 배경이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동일본 지진은 장기불안으로 지친 일본인들의 심리에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걸로 보이는 아베가 집권하기 좋은 구조였다. 

최근 일본 경제는 대단히 좋다. 수출이나 제조업 지표들도 양호하고, 일자리가 넘쳐나서 사람이 모자랄 정도다. 한국의 일본어 학원에 일본회사 구인광고가 많다고 한다. 아베노믹스가 큰 역할을 했지만 모두 아베노닉스 때문만은 아니다.

고이즈미 정권에서도 많은 개혁적 조치들이 있었다.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한 덕분에 기업들 부채비율이 300%에서 현재 150%이하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자부담도 낮은 편으라 기업들 부담이 가벼워졌다. 공기업 들을 민영화하고 사회전반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있었다. 거기에 중국 투자호황 사이클까지 겹쳐 고이즈미 정권 말미에는 경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본 경제도 다시한번 좌절을 하긴 했지만.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해준 부분도 인상적이다. 인구구조에서 유사점이 있지만 우리는 일본과 같은 과도한 부동산 버블은 없었다. 일본이 불황으로 들어갔을때만큼 디플레이션 심리가 만연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너무 과도하게 일본화된다고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사한 인구구조나 인구구성에서 오는 부분에서 분명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앞으로 한국에서도 재정이 해야 할 역할이 많은데, 선심성 개발사업으로 아무도 안 다니는 도로나 다리를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인 복지정책으로 소비를 진작시키는게 낫다는 점은 중요한 지적이다. 그리고 한국 가계는 일본 가계에 비해 가난하기 때문에 정부가 일본만큼 빚을 낼 수 없다는 점도 참고해서 증세없는 복지는 없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뛰어난 전망을 발견하지는 못했더라도 좋은 요약과 정리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경제학자로써 양적완화의 정의와 효과에 대한 설명, 총수요, 총공급, GDP갭 등의 개념을 이용한 장기불황의 원인 분석등 경제학적인 설명도 쉽고 좋다. 간만에 군더더기 없고 내실있는 책을 본거 같다. 앞으로 일본에 대해서 더 좋은 책을 내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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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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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 경제 현상을 볼 때 선악론으로 바라보면 편하다. 인터넷시대에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기사가 많다. 명쾌하게 현상을 분석하고 누군가의 부도덕함을 지적하는 기사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널리 퍼져나간다.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4,000원이 넘는 스타벅스 커피 원가가 고자 500원이라는 기사는 종종 올라오는 아이템이다. 해외와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스타벅스가 비싸다는 "객관적 데이터"까지 첨부하면 더욱 그럴듯하다. 독자를 열받게 만든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에 의하면 원가라는건 단순히 원두값만 따질 수는 없다. 한국의 스타벅스가 뉴욕보다 비싼 이유는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이 미국에 비해 크기 떄문이다. 한국이 테이트아웃 비중이 낮다. 즉, 커피를 사서 자리를 잡아서 먹는걸 좋아한다. 그러면 매장크기가 커지고 커피값에 반영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격에서 그렇게 대단한 폭리가 취해지는 경우는 그렇제 많지 않다고. 해외유명브랜드가 한국에만 오면 비싸진다고 하는데, 거기에도 그럴만한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선악론 구도로 파악하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현실을 선악구도로 짜맞추게 될 뿐이다. 잠시 선악구도를 내려놓고 현실 그 자체를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현실이 짜여져 있는 나름의 이유를 파악해보면 더 현실의 이면을 보게 된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그러면 원래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악인이 아니고, 약자가 약자가 아닐 수도 있다.


실제 돈으로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든, 식당을 열고 장사를 하든, 건물을 사서 세를 놓든 선악구도로 돌아가는게 아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진실에 근거하지 않은 전략은 오래가지 못해 손실로 끝나고 퇴출된다. 

이 책은 그런 접근법이 좋다. 진짜 골목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해 데이터와 투자이론, 경제학적 논리에 따라 바라본다. 그래야 왜 스타벅스 커피가 미국보다 비싼지, 대형 프랜차이즈가 어떤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는지 균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만 카스테라 같은 인기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볼 수가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성공'에 대해 언급한 Part 3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에 대해 분석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분이 꾸준히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글도 깔끔하고 적절한 실제 사례도 설득력을 높힌다. 다음에도 우리 현실의 이면을 드러내는 좋은 책을 써줄 걸로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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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헤엄치기 - 은행가들은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지음, 김홍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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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금융과 물류에서 깊히 연결된 틀에서 작동하고 있다. 만약 08년 금융위기때 정치적 논란 및 정책 당국자들의 머뭇거림으로 인해 더 깊은 위기까지 갔더라면 어땠을까? 그래서 일정 기간동안 국제 금융망이 마비된다면? 국제적으로 돈이 안 돌면, 수입과 수출이 마비된다. 물류가 서면 생활 필수품 공급이 멈춘다. 요즘은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고 바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므로 실제 물류가 마비되면 전시와 같은 폭동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가족들을 교외로 피신시키고, 총과 비상식량을 준비했던 금융권 종사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금융산업은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로, 또는 무지에 쌓여 운영된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가? 또 08년과 같은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대비책을 세워둔걸까? 


이 책은 탐사보도에 전문적인 기자가 영국의 진보적 성향 신문 <가디언>의 의뢰를 받아 금융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아랍 등 다른 문화권에 대해서 이른바 인류학적인 관점으로 선입견을 배제하고 정보를 모으면서 스스로 의문점을 떠올리며 취재를 하는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디언>의 의뢰를 받은 모양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프론트, 미들, 백 오피스를 두루 만나서 이야기를 나운 결과 금융권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결론낸다. 경영진의 단기주의는 여전하고, 프론트 카우보이들의 위험 추구 성향도 바뀌지 않았다. 프론트에서 돈을 벌어 먹여살리는 구조에 높은 생활비나 교육비를 충당해야만 하는 처지 때문에 내부에서 견제하는 목소리도 없다. 회계법인들도 '을'인 관계로 제대로된 감시가 어렵다. 그들은 여전히 복잡한 금융상품을 다루고 있는데, 덕분에 회계장부는 '블랙홀'처럼 어둡고 알 수 없다. 금융기관은 너무 커지고 복잡해져서 겉으로는 근엄하고 신뢰있어 보이는 경영진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은 제대로 모른다. 저자는 이러한 금융에서의 관행과 도덕 불감증, 그리고 무책임함에 대해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아나간다.


저자는 대안으로 은행을 더 작게 쪼개고, 복잡한 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며,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전혀 취해지고 있지 않다. 은행들의 막강 로비력이 있고, 정치권은 은행과 강하게 유착되어 있다. 퇴임 후 금융권으로 가거나, 강연료에 수십만 달러를 챙긴다. 더구나 국제자본인 금융자본은 규제완화를 놓고 각국을 경쟁시켜 언제나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암시를 한다.


해결방법은 뭘까? 저자가 보기에 대안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믿는 거 밖엔 없다. 과거에 노예제도나 여성 해방에 비견될 정도로 큰 이슈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이 책은 영국 씨티를 기반으로 그리고 있어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게 보인다. 한국 금융기관은, 특히 은행은 이렇게 공격적인 프론트 시스템은 없다. 성과급을 받고자 마구 지르는 트레이더가 없다. 그나마 증권회사가 유사한 문화이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에서는 아직 증권회사가 은행보다 규모는 작아서 파급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한국 금융권이 해외 금융에 비해 낙후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욕먹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무모함은 훨씬 덜 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차후에 국내에서도 증권회사가 은행만큼 커지면 유사한 위험이 자라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책을 보다보면 사람 사는 동네는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승진할때 넷 중 셋은 인맥으로 승진하지 일을잘해서 올라가는게 아니라고 투덜거리는거나, 사회성 부족한 퀀트들은 조직에서 결국엔 밀려난다는 얘기. 금융권에서 퀀트가 아닌 사람들은 통계학이나 확률을 근거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얘기. 그 동네 IT시스템에도 예산을 많이 안 쓰기 때문에 덕지덕지 뗌질식으로 운용되서 개판이라는 얘기, 플로 트레이더의 목표는 프랍 트레이더가 되서 각종 사내정치와 영업인력과 떨어져 지내고 싶어한다는 점, 내부고발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높은 사립학교 교육비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는 점 등은 씁씁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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