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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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 경제 현상을 볼 때 선악론으로 바라보면 편하다. 인터넷시대에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기사가 많다. 명쾌하게 현상을 분석하고 누군가의 부도덕함을 지적하는 기사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널리 퍼져나간다.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4,000원이 넘는 스타벅스 커피 원가가 고자 500원이라는 기사는 종종 올라오는 아이템이다. 해외와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스타벅스가 비싸다는 "객관적 데이터"까지 첨부하면 더욱 그럴듯하다. 독자를 열받게 만든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에 의하면 원가라는건 단순히 원두값만 따질 수는 없다. 한국의 스타벅스가 뉴욕보다 비싼 이유는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이 미국에 비해 크기 떄문이다. 한국이 테이트아웃 비중이 낮다. 즉, 커피를 사서 자리를 잡아서 먹는걸 좋아한다. 그러면 매장크기가 커지고 커피값에 반영된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격에서 그렇게 대단한 폭리가 취해지는 경우는 그렇제 많지 않다고. 해외유명브랜드가 한국에만 오면 비싸진다고 하는데, 거기에도 그럴만한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선악론 구도로 파악하면 현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현실을 선악구도로 짜맞추게 될 뿐이다. 잠시 선악구도를 내려놓고 현실 그 자체를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현실이 짜여져 있는 나름의 이유를 파악해보면 더 현실의 이면을 보게 된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그러면 원래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이가 악인이 아니고, 약자가 약자가 아닐 수도 있다.


실제 돈으로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든, 식당을 열고 장사를 하든, 건물을 사서 세를 놓든 선악구도로 돌아가는게 아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진실에 근거하지 않은 전략은 오래가지 못해 손실로 끝나고 퇴출된다. 

이 책은 그런 접근법이 좋다. 진짜 골목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해 데이터와 투자이론, 경제학적 논리에 따라 바라본다. 그래야 왜 스타벅스 커피가 미국보다 비싼지, 대형 프랜차이즈가 어떤 좋은 점이 있고 나쁜 점이 있는지 균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만 카스테라 같은 인기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볼 수가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성공'에 대해 언급한 Part 3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에 대해 분석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분이 꾸준히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글도 깔끔하고 적절한 실제 사례도 설득력을 높힌다. 다음에도 우리 현실의 이면을 드러내는 좋은 책을 써줄 걸로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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