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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평점 :
북한에 대한 시선은 복잡하다. 전쟁이 끝나지 않아 군사적으로는 적이다. 실제 간간히 국지적인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주기적으로 만나서 협력과 평화를 약속하는 대상이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상대편을 공격하는데 자주 쓰인다. 권위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서 활용하는 것이었다. 엄연하게 국가보안법이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기도 하다. 북한의 안보 위협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무기를 구매한다. 북한이 없었더라면 최소한 복지나 투자로 쓰일 수 있는 돈이다. 큰 규모의 군대를 유지해야 하고, 그안에 물자와 장비를 공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도 달려있다.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감정적인 거부감도 여전하다. 북한과 중국을 적군으로 인식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의 마음에는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다.
이런 복잡다단함이 북한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이런 상황에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인식이 올바르지 않으면 제대로 합의된 전략이 나오기 어렵다. 장기적인 전략이 없으니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협상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이해관계에 따라 흐지부지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이 그런 관점에서는 북한에 대해 기존 언론이 편의적으로 편집한 정보에서 벗어나 균형된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일제시대 만주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거쳐 남한에 정착한후 미국 유학을 거쳐 그곳에서 정치학 교수로 자리잡는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미국 민주당쪽에 북한 문제로 많은 조언을 했으며 수차례 북한을 다녀오며 교류한 인물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북한의 체제의 정통성은 경제발전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제재로 북한이 붕괴하고, 민중봉기 같은 이벤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은 항일투쟁의 전력과 외세에 맞써 싸웠던 경험에 있다. 최근 김정은의 방중에서 북한과 중국간의 피로 맺어진 관계가 강조되었는데, 실제 북한 공산당이 중국 공산당의 항일 투쟁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십만명이 굶어 죽어도 정체성의 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추체사상의 종교적 성격을 얘기한다. 북한이 공산주의라 유물론자일 것같지만 사실은 매우 형이상적인 국가라고 한다. 명분이나 도덕, 집단주의 같은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에 남한이 되려 물질적이다.
저자는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평화 체제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비공식 채널을 많이 열어서 일단 자주 만나라고 얘기한다. 통일이라고 동질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용적인 자세가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역사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이 책이 주는 조언들이 시의적절하고 도움이 된다. 저자는 김정은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 싶어하는 거 같다고 판단한다. 군사적 안보와 사상적 주체성이 공고해졌으므로 경제성장을 해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그가 어릴 때부터 서구를 경험한 사람이라는 것도 고려해서 그렇다. 정말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서고 다시는 이땅에 비인간적인 전쟁이 없기를 바래본다. 최근 변화의 기운이 좋은 성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