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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헤엄치기 - 은행가들은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요리스 라위언데이크 지음, 김홍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는 금융과 물류에서 깊히 연결된 틀에서 작동하고 있다. 만약 08년 금융위기때 정치적 논란 및 정책 당국자들의 머뭇거림으로 인해 더 깊은 위기까지 갔더라면 어땠을까? 그래서 일정 기간동안 국제 금융망이 마비된다면? 국제적으로 돈이 안 돌면, 수입과 수출이 마비된다. 물류가 서면 생활 필수품 공급이 멈춘다. 요즘은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고 바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므로 실제 물류가 마비되면 전시와 같은 폭동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가족들을 교외로 피신시키고, 총과 비상식량을 준비했던 금융권 종사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금융산업은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로, 또는 무지에 쌓여 운영된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가? 또 08년과 같은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대비책을 세워둔걸까?
이 책은 탐사보도에 전문적인 기자가 영국의 진보적 성향 신문 <가디언>의 의뢰를 받아 금융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아랍 등 다른 문화권에 대해서 이른바 인류학적인 관점으로 선입견을 배제하고 정보를 모으면서 스스로 의문점을 떠올리며 취재를 하는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디언>의 의뢰를 받은 모양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프론트, 미들, 백 오피스를 두루 만나서 이야기를 나운 결과 금융권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결론낸다. 경영진의 단기주의는 여전하고, 프론트 카우보이들의 위험 추구 성향도 바뀌지 않았다. 프론트에서 돈을 벌어 먹여살리는 구조에 높은 생활비나 교육비를 충당해야만 하는 처지 때문에 내부에서 견제하는 목소리도 없다. 회계법인들도 '을'인 관계로 제대로된 감시가 어렵다. 그들은 여전히 복잡한 금융상품을 다루고 있는데, 덕분에 회계장부는 '블랙홀'처럼 어둡고 알 수 없다. 금융기관은 너무 커지고 복잡해져서 겉으로는 근엄하고 신뢰있어 보이는 경영진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은 제대로 모른다. 저자는 이러한 금융에서의 관행과 도덕 불감증, 그리고 무책임함에 대해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아나간다.
저자는 대안으로 은행을 더 작게 쪼개고, 복잡한 상품을 취급하지 못하게 하며,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전혀 취해지고 있지 않다. 은행들의 막강 로비력이 있고, 정치권은 은행과 강하게 유착되어 있다. 퇴임 후 금융권으로 가거나, 강연료에 수십만 달러를 챙긴다. 더구나 국제자본인 금융자본은 규제완화를 놓고 각국을 경쟁시켜 언제나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암시를 한다.
해결방법은 뭘까? 저자가 보기에 대안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믿는 거 밖엔 없다. 과거에 노예제도나 여성 해방에 비견될 정도로 큰 이슈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이 책은 영국 씨티를 기반으로 그리고 있어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게 보인다. 한국 금융기관은, 특히 은행은 이렇게 공격적인 프론트 시스템은 없다. 성과급을 받고자 마구 지르는 트레이더가 없다. 그나마 증권회사가 유사한 문화이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에서는 아직 증권회사가 은행보다 규모는 작아서 파급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한국 금융권이 해외 금융에 비해 낙후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욕먹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무모함은 훨씬 덜 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차후에 국내에서도 증권회사가 은행만큼 커지면 유사한 위험이 자라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책을 보다보면 사람 사는 동네는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승진할때 넷 중 셋은 인맥으로 승진하지 일을잘해서 올라가는게 아니라고 투덜거리는거나, 사회성 부족한 퀀트들은 조직에서 결국엔 밀려난다는 얘기. 금융권에서 퀀트가 아닌 사람들은 통계학이나 확률을 근거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얘기. 그 동네 IT시스템에도 예산을 많이 안 쓰기 때문에 덕지덕지 뗌질식으로 운용되서 개판이라는 얘기, 플로 트레이더의 목표는 프랍 트레이더가 되서 각종 사내정치와 영업인력과 떨어져 지내고 싶어한다는 점, 내부고발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높은 사립학교 교육비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는 점 등은 씁씁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