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코드 - 고통의 근원을 없애는 하루 10분의 비밀
알렉산더 로이드 지음, 신동숙 옮김 / 시공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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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상황 속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행동한다. 그런게 성격이나 가치관이라고 쉽게 얘기한다. 왜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 꼭 어떤 한가지 방식으로 반응할까?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예전부터 의문점을 가져왔다. 세상에는 결코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다. 어떤 식으로 반응하기에는 그에 해당하는 원인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근거를 찾아보면 반드시 과거의 어떤 순간과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이라는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짧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새겨놓은 프로그래밍대로 반응한다. 그게 자기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 이 책의 저자는 기억의 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다룬다. 사람의 기억이라는건 객관적일 수 없고, 해석이나 감정과 결부되어 있는데, 그런 기억은 마치 렌즈와도 같아서 현재 상황도 왜곡한다. 왜곡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는 저마다의 렌즈를 달고 살 수 밖에 없다. 굴절도가 얼마나 심하냐, 먼지가 얼마나 끼어있느냐 차이점은 있더라도 개체로 살아가는 한.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여섯 살인데, 새로 산 흰색 카펫에 포도주를 흘려서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면, 무언가 흘리는 것에 대해 90퍼센트 두려움에 기반한 기억을 갖게 될지 모른다. 즉 무언가를 흘리는 기억이 생존 파일로 들어가고, 부정성 등급이 9가 된다. 이제 무언가를 흘리는 것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 확고하게 프로그래밍 된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했든 다른 사람이 했든 상관없이 평생 뭔가를 흘리는 상황에 직면할때 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 반면에 내가 무언가를 흘려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 어머니가 그럴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며 아주 너그럽게 다정하게 대했다면, 이런 상황에 관련해 90퍼센트 사랑에 기반한 기억을 갖게 된다.

(......) 이 사례는 관계가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다. 부정적인 기억, 긍정적인 기억, 그리고 중립적인 기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차이점은 내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과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어머니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가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경험의 바탕에는 어머니의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이 깔려있다.

pp.100~101

- 따라서 현재 뭔가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억이 반드시 과거의 일은 아니다 우리가 그걸 무의식적으로라도 인식하는 한 그건 이미 현재의 일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의식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줄리아 쇼가 개인적인 기억이라고 부른 것을 나는 원천기억이라고 부른다. 원천기억은 마음에 저장된 이미지로, 그 안에는 오류가 있어서 평생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들은 책 후반부에서 배울 기억 엔지니어랑 과정으로 치유할 수 있다.

p.82

- 살아가는 게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고 싸우는 사람이라면 결코 편하게 살 수 없다. 큰 싸움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던지, 공허하다던지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치료도 받아보고 긍정의 힘으로 헤쳐나가러 한다던지 하지만, 대부분은 눈에 나타나는 증상을 원화하는 수준이다.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모습과 습성이 다시 드러난다. 근본적으로는 기억과 기억에 얽힌 감정, 해석을 해결해야 한다. 책에는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는걸 잘 안 써놨지만 이게 매우 어렵다.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서는 "메모리 엔지니어링"이라는 기법을 책 후반부에 소개한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삶이 변화한 사례들도 소개한다. 살아가는게 너무 힘들거나 불만족스럽다면 이 책을 읽고 나와있는 프로세스대로 해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사실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깊은 상처나 오해는 치유되기는 어렵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든 걸 마냥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깊이와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다.

- 기억이라는건 뇌도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도 기억을 한다는 점을 책에서는 지적한다. 그래서 심지어 조상들의 잘못된 기억들이 전수된다는 얘기까지 한다. 끔찍한 일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기억하는데 저 멀리 자식, 손자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다. 이런게 불교에서는 '업보'라고 하는걸지도 모른다. 저자도 책 초반부의 자기가 태어났을때 일화를 들려준다. 그의 어머니는 저자를 가졌을때, 낳으면서 죽을꺼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저자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저자가 태어났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태어나자마자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고 먹지도 못했다. 그냥 자기가 죽을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고 한다. 탯줄로 연결된 어머니의 기억과 생각이 그대로 전수되었다는 얘기다. 책에는 현재 삶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과 상담을 해보니 조부모 또는 그 윗대의 조상의 끔찍한 기억이 내려와서 지금까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손의 삶을 괴롭게 만드는 사례도 들려준다.

- 책 한권을 일고 사람 인생이 바뀌기도 하지만, 분명 이 책은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문제제기를 한다. 하지만 현대 과학적으로 증거와 실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데 약점이 있다. 현대 의학이나 심리학 부분에서 주류적인 관점은 아니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원인은 잘 짚었지만 실제적으로 성공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그렇다고 과학적인 증거에서 뒷받침 되면 좋은데,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여서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확실한 부분은 저자의 문제제기와 원인에 대한 고찰에 대해서는 충분히 귀담아듣고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근본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것만 해도 이 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은 삶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길에 있어서 단지 겉이 아닌, 근본적이고 속까지 고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분명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더 발전시키고 각자의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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