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 펜타곤 출입기자가 파헤친 미국의 본심
김동현 지음 / 부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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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국회나 국방부의 생생하고 내밀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저자는 미국 국영방속 VOA(미국의 소리) 국방부 출입기자. 이 책을 읽고나서 국제정세가 흘러가는 맥락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왜 한일 실시간 정보교류에 집중하는지, 미국은 왜 주한미군을 밖으로 돌리려고 하는지, 왜 북한 핵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최신의 양질의 정보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요즘은 경제나 시장에서도 지정학, 안보, 군사 이슈가 중요하다.


  • 한반도 천동설

    • 저자가 지적하는 것이 이른바 '한반도 천동설'. 한국은 매우 개방된 경제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국내 언론이나 정치인, 대중 시야는 한반도에만 집중되어 한반도 중심으로만 사고한다. 글로벌판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꾸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계를 맺고 실력을 축적하고 공부해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외교에서도 객관적이지 않고 자꾸 헛된 희망(wishful thinking)에 빠지고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일이 되풀이 된다.


  • 역사상 처음으로 직면한 현실 - 중국/러시아의 도전

    • 미국이 절대강국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절대적 지위는 다소 흔들리는게 사실이다. 중국이 경제력으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 예전엔 절대강자로서의 호의와 여유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시다발적인 도전으로 패권국 미국이 다급하다.

    •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적성국을 견제하는 짐을 좀 나누길 기대하고 있다. 비단 한국에게만 부당하게 가해지는 압력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에서 벗어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미역할을 해주길 바라며, 특히 중국견제에도 동참해주기를 원한다. 트럼프는 직설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표현방식만 다를 뿐 미국의 기조자체는 이 흐름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

    • 우리나라는 북한 핵무기에만 신경을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이 가열차게 핵무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한국 언론에는 별로 다루지도 않는 내용이다. 우리는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훨씬 파급력이 큰 중국 핵무력 증강에 관심이 있다. 북한 핵무력은 상대적으로 큰 관심거리가 안되는게 현실이다. 큰 거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 중국은 초한전이라고 다방면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재래식 전쟁은 하지 않더라도 정보전, 심리전, 언론전, 사이버전 같은 비전통적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적이 되어버린 중국이 어느 방식으로 나타나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지 모르니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원투입이 방대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미국도 더더욱 동맹이 이런 부담을 나누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군에 대해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펼친다. 제 1 도련선, 제 2 도련선 같은 개념이 그런 것들이다. 한반도는 제 1 도련선 가장 안쪽에 들어와있는 지역이다. 평택이나 몇몇 곳에 뭉쳐있는 주한미군의 경우 중국의 공격에 쉽게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지점이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서도 이렇게 위험한 곳에 대규모 병력을 고정적으로 위치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취약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미군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 조차도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 하지만 베이징과 직선거리 1,000km도 안되는 한반도의 지리적인 위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전초기지로 전략적 가치는 크다.


  • 전쟁의 양상 변화과 대응

    • 포물선을 그리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방어망으로 요격하는 시스템이 있다. 최근엔 극초음속미사일이나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회피기동하는 미사일이 등장해서 방어망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래서 등장한 개념이 '발사의 왼편'이다. 상대가 발사할 기미를 보이면 쏘기전에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경보와 정보가 중요하다. 미국이 한일간 사안인 지소미아를 강조하는 이유다. 원할한 정보교류가 가능해야 조기경보 시스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이야기가 많았던 나토식 핵공유제나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속내도 들어볼 수 있다. 꼭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정말 필요는 있는 것인지, 객관적인 장단점은 무엇인지 따져본다. 미국이 우리나라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준 적이 있는데, 우리가 예뻐서라기 보다는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 마지막 챕터에서 기자로서 워싱턴의 문화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을 읽으면 답답해진다. 워싱턴에는 많은 싱크탱크가 있다.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주장과 담론이 오고간다. 여러 세미나에 시아쪽에서는 일본, 대만, 중국인사만 꾸준히 자리를 지키지만 한국 정부관련 인사는 별로 없다고 한다. 일본 관료는 꾸준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고 한다. 한국은 기자도 특파원이 다소 그동안 고생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측면이라 전문성도 부족하고, 워싱턴에서 적극적으로 인맥을 쌓고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며 북한 이야기에만 관심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경제에 이어 문화로 선진국뽕(?)에 취해있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취약하구나 싶다. 워싱턴에 일본 로비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도 만나고 인맥을 쌓아오고 긴안목에서 전문가를 만드는 노력이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 책은 출판사의 제공을 받아서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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