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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 죽음 이후 남겨진 몸의 새로운 삶
메리 로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15년 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우연히 등록하게 된 시신기증 서약서에서 출발한다. 시신기증 서약을 하기는 했지만 절차와 기증 후 어떻게 시신이 처리가 되는지 모르고 있어서 이 책을 읽게 되면 나의 궁금증이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시신 처리 방법을 읽다 보니 내가 시신기증 서약을 한 것이 과연 잘 한 일인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시신을 가지고 방탄복 제조를 위한 실험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시신을 풀밭에 방치한 상태에서 부패 과정을 체크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처럼 시신을 못 박아두고 테스트하는 경우 등 충격적인 내용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신 기증자가 없다면 의학의 발달과 인류의 평안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뒤쳐질 수밖에 없으므로 시신 기증자는 어떤 면에서 보면 매우 위대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체 해부학의 발단은 기원전 300년경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였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의료 종사자들이 인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죽은 사람을 해부해도 된다고 생각한 최초의 지도자였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라를 만드는 이집트의 오랜 전통도 있었다.'
'이 쾌적한 녹스빌의 언덕배기는 야외 현장 연구소로, 전적으로 인체 부패만을 연구하는 세계 유일의 시설이다. 죽은 신체가 어떻게 부패하는지, 즉 어떤 생물학적, 화학적 변화 단계를 거치는지, 각 단계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이런 단계에 환경적 요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잘 알면 사망한 시간, 즉 살해된 날짜 또는 나아가 살해된 시간을 더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뇌사를 법적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인격체 H는 사망이 인정된다. 그러나 장기 및 조직체 H는 대단히 왕성하게 살아 있다.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사실 때문에 그녀는 대부분의 시체들이 갖지 못하는 기회를 얻는다. 즉, 죽어가는 낯선 사람 두어 명의 생명을 연장해 줄 기회이다. 앞으로 네 시간 안에 H는 간과 콩팥, 심장을 내놓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시신기증 서약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내 시신이 올바른 곳에 잘 사용되어 인류를 위한 의과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시신 기증을 하게 되면 주로 병원에서 해부용 실습을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시신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시신 기증을 거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