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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ㅣ 어른의 과학 취향 1
장홍제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추천사에 물리학자 파인만의 말이 다음과 같이 인용되어 있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즐거운 탐구다.", "나는 과학을 놀이처럼 여겼다." 과학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학창시절에 과학만큼 지루한 과목이 세상에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실험보다는 이론에 치우친 학습환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고등학교 다닐 때 화학 공부를 제대로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들 때가 더러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화학적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보다 현명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흔히 화학은 물질의 학문이자 변화의 학문이라 한다. 우주와 그 안에 속한 모든 것은 실체를 갖는 물질인 만큼 화학이 통용되지 않는 곳은 우리 물질계 그 어디에도 없다. 자연스레 화학자의 관심은 해체이자 해석이며 재구성으로 향한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대체 왜 서로 연결되어 이처럼 흥미로운 모양을 유지할 수 있고, 만약 내 손을 통해 재현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가 관심사이다." 저자의 말처럼 화학은 물질의 학문이자 변화의 학문인 것 같다. 나는 지금껏 화학이 일상생활에 끼치는 수많은 영향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술에 대한 이야기를 화학에 연계하여 풀어놓은 이야기를 읽다가 화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초의 술은 인간보다는 과일을 즐겨온 다른 동물들이 먼저 경험했다. 지금도 농익어 땅에 떨어진 과일을 먹고 술에 취해 해롱거리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원숭이가 시작이었다. 이는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이라는 형태로 인간이 술을 만난 연원을 해석하는 한 방향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에탄올의 시작이 과일의 발효였던 것처럼 대부분의 천연 과일에는 에탄올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바나나, 배, 사과, 포도 등의 과일은 달콤하게 완숙되었을 때 비알코올 맥주보다 높은 약 0.05%의 에탄올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과일을 섭취한 후 약간의 어지러움이나 들뜬 기분이 들고 간혹 메스꺼움을 느낀다면 알코올 민감성으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나는 신규 직원 때는 군기가 바짝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술을 마셨지만 중견직원이 되고 나서부터는 건강을 위해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조금의 술이라도 드시면 피를 토하셨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 체질도 아마 아버지의 술에 약한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탓인지 술을 마시면 심히 괴로웠던 기억이 많다.
'음주를 통해 경험하는 내려놓음은 자유로움과 해방감, 행복과 더불어 가둬두었던 진심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긍정적 순간의 공유일 뿐이지 한계를 넘어선 고통의 순간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음주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긍정적 순간의 공유일 뿐이면 좋겠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를 생각해본다면 한계를 넘어선 고통의 순간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분자 위스키의 확대와 보급은 현재의 위스키 시장을 위협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히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 녹아든 시간과 고민을 나누거나 가벼운 사담과 함께 식사를 즐기기 위해 술을 찾는다. 상황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으며, 그 범위가 넓어짐은 언제고 환영할 일이겠다.'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술 친구들과 가볍게 저녁식사하면서 술 한 잔 나누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술을 마시지 못해서 평소 술에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술과 알코올에 대한 다양한 상식과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직접 술을 마시고 느끼게 되는 기분을 체험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 술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술의 역사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제법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앞으로는 내가 술을 마시지는 못하더라도 팀원들과 간혹 술자리를 만들어서 팀원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고민 상담을 해주는 다정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