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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은 후에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윤동주 시인이다. 평소 무엇을 잘 외우지를 못해서 노래 한 곡도 노래방의 자막 없이는 끝까지 잘 소화하지 못하는 나지만 윤동주 시인의 '서시'만큼은 잊지 않고 잘 외우고 있다. 그런데 교과서에 수록된 시의 제목도 '서시'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배웠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서시'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이근배 시인은 서시의 제목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되돌려야 한다고 하면서 윤동주는 서시를 쓴 적이 없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100% 육필 원고가 남아있는데 서시라는 말은 육필원고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시의 내용에도 하늘, 바람, 별은 나오지만 서시는 어디에도 없어서 지금이라도 제목을 윤동주가 쓴 대로 다시 바꿔야 하겠다. 이 시는 윤동주의 시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로 자유와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이 시는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에 의해 일본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을 당하여 서거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윤동주가 다녔던 일본의 도시샤대학에서는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학위 증정'이라는 예외 규정까지 만들어 학장단 회의에서 열여섯 명 전원 찬성으로 서거일인 2월 26일에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학 총장은 "우리는 자유를 탄압하는 군부에서 윤동주를 지켜내지 못한 분함이 있다. 명예박사 학위는 그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뒤늦기는 했지만 윤동주 시인에 대한 추모를 하는 일본인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 책에는 1948년 초판본에 실린 시 31편과 1955년 증보판에 추가로 실린 시와 산문 62편, 그리고 1979년 증보판에 추가로 실린 23편 외에 기존 윤동주 시집에 실리지 않은 작품 8편을 포함하여 모두 124편의 시와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산문을 읽어보면서 필사까지 할 수 있게 책이 구성되어 있어서 그냥 글만 읽는 것보다 좀 더 깊이 있게 음미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각 시와 산문을 설명해주는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서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에 대해 해설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화상은 자기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말하지만, 동주는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이 시는 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재학 때 쓴 시로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의 현실 속에서 부끄럽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듯, 우물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자아 성찰의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하고 있다." 해설가의 해설이 없었다면 나는 이 시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고 받아 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해설가의 해설이 있기에 언제 쓴 시이며 윤동주 시인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 중에서 서시_아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시가 '새로운 길'이다. '이 시는 연희전문학교 교지에 실린 시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상존해 있다. 더 넓은 세계로 마음껏 나아가고 싶은 윤동주의 간절한 생각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고 해설가가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2년만 잘 버텼더라면 해방된 조국에서 자신의 꽃 피우지 못한 꿈을 펼칠 수 있었을 윤동주 시인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시의 내용 중에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라는 싯귀는 나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다잡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