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 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이주량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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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대학교 1학년 때 '농업개론' 수업을 들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식량전쟁에 대비를 해야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당시에는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농업 관련 업종에 종사를 하다 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유일하게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싸게 먹고, 가장 멀리에서 가져다 먹는 행운 타임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기후변화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면 농업에 대한 몰이해는 미래 준비를 어렵게 하는 공범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옥수수와 사탕수수는 식용으로 주로 쓰이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로 만들어지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이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 연료로 사용되었고, 바이오에너지는 탄소 중립과 농촌 활력을 위한 새로운 소득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가격과 수급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한 해 생산되는 옥수수 중에서 40%는 사람이, 30%는 가축이, 30%는 자동차가 소비한다.' 


'트랙터 덕분에 가축(역축, 役畜)은 농업 노동에서 해방되었고, 이는 곧 축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트랙터 등장 이전에는 한 명의 농부가 자기 가족이 겨우 먹고 살 정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생존 농업이었는데, 트랙터의 보급은 농부 한 명이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수를 10배 이상 끌어올려 상업 농업으로 전환시켰다. 농부의 수는 10분의 1로 급감할 수 있었고 농업의 인력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여유 인력이 공업과 서비스분야로 진출하게 되었다. 트랙터의 등장이 현대 농업 혁신을 촉발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트랙터는 농업의 기계화와 농지의 확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지금의 풍성한 식탁을 만들어준 첨병이 되었다.' 트랙터의 등장이 농업의 발전 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한 첨병 역할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다가 단어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원예'인데 나는 학창시절 원예를 꽃을 키우는 화훼와 동의어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원예는 농업에서 식량 작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채소와 과수, 화훼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한다. 종류로만 보면 농업에서 원예작물이 가장 많으며, 담배나 인삼 같은 특용작물과 합쳐서 원예특용작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딸기 생산액이 2023년 기준으로 쌀 다음으로 많다는 것이다. 딸기는 원예작물 중에서도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농업 혁신을 대표하는 히트 작물이다. 2005년 9.2%에 불과하던 국산 딸기의 품종 보급률은 2020년 초반에 96.3%까지 올라서며 일본 품종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며 설향을 시작으로 매향, 금실, 싼타킹 등 후속 스타 품종이 계속해서 등장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에서 한우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한우(韓牛)는 대한민국에서 사육되는 한국의 토종 소를 의미한다. 5,000년의 역사를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동반자로서 고구려와 신라의 벽화에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한우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소로서 그 자체로 독립적인 품종이다. 한우는 고기를 목적으로 키우는 고기소다. 암소 한우는 두 번 정도 새끼를 낳게 한 후에 도축하고, 수소 한우는 거세하여 키운 후 도축한다. 수소를 거세없이 키우면 육질도 질기고 성질도 사나우며 웅취(雄臭)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진다. 내가 대학교에 다니던 80년대말~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거세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한우 고급화 정책의 영향으로 마블링이 강조되는 투뿔한우가 등장하게 되었고, 현재는 거세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2050년 지구상의 인구가 10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식품 산업이 지금보다 60%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물과 축종의 생산성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2050년까지 과연 희망하는 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이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던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탐색과 연구 개발을 병행하는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현재 가장 유망한 미래 식재료는 곤충과 대체육, 해조류, 양식 어류 등이다. 곤충은 이 중에서도 경제적, 기술적 관점에서 잠재력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위기, 기아 퇴치, 영양 보충, 환경오염 저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식용 곤충을 미래 식량 자원으로 발표했다. 인류가 시작된 후부터 양잠과 양봉 등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에 곤충을 이용해왔던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주목한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한국 농업을 지켜줄 세 가지 지속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적 지속 가능성으로 말 그대로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농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둘째, 세대적 지속 가능성으로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의 뒤를 이어 농업에 종사하도록 하는 일이다. 셋째, 경제적 지속 가능성으로 농업이 직업적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잘살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지속 가능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우리 농업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농업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식량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국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데 절대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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