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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적 대화 - 세상과 이치를 논하다
완웨이강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나는 이 책을 읽고 두 번 놀랐다. 책의 두께에 우선 놀랐고, 지식인(知識人)과 지식인(智識人)의 의미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지식인(智識人)'이라는 용어는 아마도 20세기 초반에 처음 등장했고, 지금은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智識) = 지혜 + 식견이라는 의미에서 '지식인(智識人)'이라는 말을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의 '지식인(智識人)'은 '지식인(知識人)'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그들이 학문의 먹이사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루쉰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극소수에 상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나도 저자가 말하는 지식인(智識人)에 속하고 싶다. 지식인(智識人)은 생각, 관점, 견해를 가지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줄 알며 사물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이론과 실제, 상상과 현실, 감정과 사고를 구별할 줄 알고 불확실성 앞에서 휘둘림 없이 혜안으로 꿰뚫어볼 줄 안다고 저자는 지식인(智識人)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각 파트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Part 1_사회의 법칙
Part 2_교육의 비밀
Part 3_역사의 법칙
Part 4_미래의 퍼즐
복잡한 현대인으로 살아감에 있어 저자는 세 가지 추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 추세는 세상의 흐름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추세는 사람들의 작업 방식에서 드러나는 확연한 변화의 바람이다. 세 번째 추세는 모든 사람의 물질적 생활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사회 전체의 계급과 계층은 도리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는 저서 <지능검사가 놓치는 것>에서 대량의 연구 결과를 통해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지능과 이성은 별개이 문제이며, 양자는 거의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최고의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이성적 능력은 별도의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똑똑하다고 항상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범인(凡人)인 나로서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이성적 능력은 별도의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하니 노력하면 충분히 똑똑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진짜 견문이 넓고 세상사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은 여우라고 하면서 현대 사회의 지식인(智識人)은 고슴도치가 아닌 여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우형 사고방식의 특징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첫째,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둘째, 결단을 내린 후에도 여전히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재검토한다. 셋째, 고슴도치처럼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적이진 않지만, 지식의 폭이 넓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넷째, 갈등이 불거졌을 때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다섯째, 관점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특정 서적이나 영화, 음악이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특출나기 때문일까? 와츠가 참여한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성공의 주요 원인은 놀랍게도 '운'이었다. 성공의 주요 원인이 '운'이었다는 데서 나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저자가 제시하는 좀 더 실용적인 역사관은 다음과 같다. "일단 '모든 것이 운명처럼 정해져 있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역사적 사건을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보며 미래를 하나의 확률 분포로 간주한 후에 가능한 한 통계 방법을 사용해 역사적 데이터로 미래 사건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지식인의 지혜, 영웅주의의 자유와 용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집안의 배경과 출신이 교육의 수준을 결정하고, 교육의 수준이 직위를 결정하고, 자신을 둘러싼 아주 작은 영역이 세상의 전부인 양 살아가게 만드는 세상 속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 틀 안에 갇혀 다른 사람이 정해준 대로 움직이고 자유의지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로봇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지경까지 갈지 모른다. 로봇의 시대에는 지식과 용기를 갖추고 자유를 추구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기계와 싸워 이기는 근원이다.'
'체제의 차이와 상관없이 서방 국가의 지도자들이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단 두 가지뿐이다. 그것은 바로 권력의 획득과 유지다. 설사 절대적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의지대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때문에 지도자가 호감을 사야 할 대상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연합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거나 혹은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을 계획하는 지도자가 설사 민주 국가일지라도 오래도록 권력을 유지할 수 없는 진짜 이유다. 그에 반해 부패가 극에 달한 독재자는 몇십 년 동안 안정적인 장기집권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권력 찬탈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저자의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지도자가 호감을 사야 할 대상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연합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사고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논제들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올바른 방향키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