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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근대 국가를 규정할 새로운 군주의 탄생 ㅣ 클래식 아고라 6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종법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평점 :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로렌조 데 메디치 전하에게 바친 책으로 알려져있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전하께'라는 글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오랜 천착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집대성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연구하고 분석하여 얻은 지식을 집약하여 저술한 미천한 책을 전하께 보내드립니다. 비록 저의 보잘것없는 이 책이 그다지 귀한 내용을 다룰 정도의 가치 있는 책은 아닐지라도, 제가 전하께 이보다 더 나은 가치 있는 귀한 선물을 드리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역경과 위험을 겪으면서 습득하고 알게 된 모든 지식과 경험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신 전하의 인품이라면 틀림없이 받아들여지리라 믿습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종법교수에 따르면 이 책의 번역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과 기준에 의해 번역을 진행했다고 한다. '첫째, 이탈리아어 판본이 아닌 토스카나어 판본으로 번역을 진행한다는 원칙이었다. 둘째, 기존 번역서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탈리아에서의 연구 경향과 해석을 중심으로 해설 부분을 덧붙이고자 했다. 셋째, 토스카나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문맥과 마키아밸리의 생각이 한국적인 사고에 더욱 적합할 수 있는 윤문 번역을 진행했다.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은 용어 선택의 문제였다. 이 문제는 여전히 기존 번역서에서 지속해서 논란과 논쟁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자질이나 역량 등으로 번역되는 비르투나 행운, 운명, 여신 등으로 번역되는 포르투나 등의 용어는 한국어로 번역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오류 가능성으로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 '군주론' 몇 권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내 전공이나 평소 나의 관심사와는 조금 다른 부류의 책이다 보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많은 번역가가 번역한 '군주론'이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있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군주론'이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군주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면이 현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제사레 보르자는 현실정치 영역에서 마키아벨리가 요구하고 있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인물이다. 보르자 가문의 이해와 마키아벨리가 제시하고 있는 바람직한 군주로서 체사레 보르자를 파악한다는 것은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이해에도 중요한 일이다.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주요 정치사상은 세 가지 정도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현대 군주'로 상징되는 국가론이다. 둘째, 정치사상의 핵심은 통치론이다. 셋째, 현대에 와서 더욱 주목하고 있는 공화주의 사상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근대 국가를 열망하고, 새로운 질서의 사회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조건과 행동 그리고 그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혁명가로서 '신군주'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출발점과 사상적인 유사성은 근대 국가의 시작 과정에서 군주라는 개념을 통해 정체의 문제, 국민개병제에 기반한 군대문제, 이를 위해 계급 구분을 통한 국민국가의 정당성 부여 문제, 귀족과 민중의 이분법적 계급대립 구조, 국가 내부의 사회적 제도로서 종교와 법률의 상정 문제 등은 마키아벨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근대 국가 개념이 논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생명력을 갖게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빗대어 봤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가 진정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제시하는 바람직한 군주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본받아서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