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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찬 - 위대한 사상가들의 실패에 대한 통찰
코스티카 브라다탄 지음, 채효정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6월
평점 :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공을 좋아하지 실패를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실패 예찬'을 봤을 때 '실패를 찬양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실패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찬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패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다. 실패에 관여하는 방식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인 반면에 성공은 부차적이고 일시적인 것일 뿐 그리 많은 걸 밝혀내지 못한다. 성공없이 살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하며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합의를 못 하면 사는 의미가 없으며 이 전부를 깨닫게 하는 게 바로 실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패에 관해 4가지의 해석을 하고 있는데, 동심원들을 기준으로 하여 가장 바깥쪽 원에서 시작해서 한 원씩 서서히 이동하여 우리와 가장 가깝고 친밀한 형태의 실패로 나아가고 있다. 물리적 실패-정치적 실패-사회적 실패-생물학적 실패가 바로 그것들이다. 저자는 실패를 서문에서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실패는 무언가가 예상대로 존재하거나 작동하거나 발생하는 것을 멈췄을 때,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정형화된 과정에서 그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단절과 지장과 불편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의 달라진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새로운 겸손이다. 실패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거기서부터 치유가 올 수 있다. '겸손'이라는 말은 도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협의의 가치라기 보다는 세상 속으로 들여보내지는 특정한 유형과 인간 조건을 경험하는 독특한 방식을 수반한다. 겸손은 '모든 가치 가운데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것'이라고 아이리스 머독이 일깨워 주듯이 겸손은 평범한 가치가 아니다."
'간디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파원은 삶에 대한 간디식 접근법의 핵심적인 특징을 아마 우연히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실패가 아니면 안주하지 말 것. 실패가 삶의 기술의 하나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영원한 실망의 현장에 놓고,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악의 사람에서 시작한 다음 그로부터 점차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 방식에 의해 당신의 삶은 실패로부터 가치를 추출할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획득한다. 실패하면 할수록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기회가 많아진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우리가 뒤로 한 걸음 결정적인 발걸음을 옮겨 그대로 서서 우리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게 해준다. 우리의 고요함과 거리 두기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다 진실된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다니는 그 끔찍한 공허감을 이해했을 때 우리는 회복되기 시작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궁극의 실패의 원에 대해 기인한 점의 이상한 점은 우리가 그 원을 통과해 나가면서 이전 원들에서 경험한 실패들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사물의 실패, 정치적 재앙,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실패, 그 모두는 우리가 나가기 직전에 나타난다. 이를테면 파티에 가려고, 작별 파티에. 우리가 죽는 시간이 다가올 때 당신이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우리 삶에서 놓친 모든 것이, 우리의 실패와 단점과 부끄러운 행동과 우리가 겪은 고통과 우리가 망쳤거나 끝내지 못한 일들 역시 모두 거기 나와서 용서를 받는다. 일종의 오리겐적 아포카타스타시스로, 소규모의 개인적 규모에 국한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체계적인 학습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 기준으로 볼 때 책의 내용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프랑스어판의 번역본이어서 그런지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서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남은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기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