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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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성 씨는 내가 좋아하는 개그맨 중의 한 사람으로 유독 괴짜 인생을 살고 있는 분이어서 그 분만의 독창적인 창의성에 감탄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전북 남원에서 국숫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방송에서 전유성 씨를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50년을 조금 넘게 살아 온 나로 하여금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 제법 많아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많은 글 중에서 이사와 관련한 글이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나도 앞으로 이사갈 때 이런 글을 이사 오시는 분에게 전해줄 생각이다. "이사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8년을 살다가 큰아이 학교 문제로 이사 갑니다. 우리 식구들이 여기 살 적에 배달시켜 먹었던 치킨집, 중국집 전화번호 여기 적어놓고 갑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새로 이사오는 분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내용의 글인데 이사가는 분들은 참고해서 보다 정감있는 세상이 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웃기면서도 결혼식 하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아주 짧게 주례사를 한 배삼룡 선생님의 이야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사회를 본 결혼식이었는데 주례를 소개하자 배삼룡 선배님이 말 그대로 '한 말씀'하셨다. "이봐 신랑." "네." "내가 무슨 이야기 하려는지 알지?" "네." "그럼 됐어." 주례사의 전부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배삼룡 선배님께 여쭤봤다. "무슨 주례를 그렇게 짧게 하셨어요?" "아, 며칠 전에 그 친구가 우리 집에 왔을 때 한 두어 시간 이야기해줬어. 그래서 그렇게 물어본 거지 뭐. 내가 무슨 이야기 하려는지 알지? 안대. 그런데 뭐 하려고 또 해. 또 하면 늙은이 잔소리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례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또 웃기는 이야기가 있다. 제목은 '용서해 달라고?'이다. '박인수 선배는 2차를 가자고 한 녀석(나)이 잠깐 나간 줄 알았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안 오고, 집에 갈 차비밖에 없는 상태라 내가 계산한 것도 모른 채 초조해졌다. 밖이 훤하게 밝아오자 마침내 선배는 "사실은 내가 술값이 없다. 내일 갖다 줄게."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아까 전유성 씨가 계산하고 가셨어요." 띠요웅!! 사연을 모르는 나는 다음날 겁이 나서 업소에 못 나갔다. 업소에서 선불로 받았던 돈이 있어 영 안 나갈 수는 없어서 3일 만에 업소에 나갔다. 박인수 선배가 업소에 들어오자마자 "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잘못한 건 알고 있냐?" "네!" "그러면 잘못했다고만 말해야지." "!?" '아니 이게 무슨 말인고?' 그다음 말이 이어졌다. "잘못한 건 네가 한 거고 용서는 내가 하는 건데, 네가 뭔데 잘못한 놈이 용서해라 마라야!" 선배의 말이 옳았다. 잘못한 사람은 잘못했다는 말만 해야 하는 거다. 용서는 상대방이 하는 거고. 잘못했습니다. 선배님! 두 손이 파리가 되어 싹싹 빌었다. 용서해주셨다! ㅎㅎ' 이 글을 읽고 나서 정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잘못한 사람은 잘못했다고만 말하면 된다는 말. 앞으로 명심하고 실천해야겠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내게 큰 깨달음을 준 내용의 글은 바로 <전유성의 사진 실패전>이라는 글이었다. '<전유성의 사진 실패전> 그때 내 나이 오십이었다. 오십 살쯤 먹었으면 한 번쯤은 실패한 건 실패했다고 실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반백 년 살면서 정직하게 한 번쯤은 실패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 나라가 좀 더 좋은 나라가 되리라 믿는다.' 나도 전유성 씨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우리나라 정재계의 실력자들부터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나라가 보다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이 물론 책의 분량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내용이 재미있고 유익한 부분이 많아서 책을 들고 단숨에 읽어 버렸다. 최근에 이렇게 재미있게 단번에 읽은 책은 아마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유성 선생님이 괴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분에게서 남다른 창의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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