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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코를 찾아서 - 글쓰기 다섯 길을 걷다
간호윤 지음 / 경진출판 / 2023년 9월
평점 :
독서토론 모임에 참여한 지가 오래 되어서 그 동안 읽은 책은 많지만 아직까지 책을 써보겠다는 결심만 했지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명예퇴직까지 3년 여가 남았는데 퇴직하기 전에는 책을 꼭 써보고 싶어서 이 책 <코끼리 코를 찾아서>를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의 다섯가지 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심도(마음 길)_집터 찾기, 2. 관도(보는 길)_터 닦기1, 3. 독도(읽는 길)_터 닦기2, 4. 사도(생각 길)_터 닦기 3, 5. 서도(쓰는 길)_집 짓기.
저자는 박지원의 '소단적치인'에서 다음과 같은 글쓰기 조언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 치열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임하라. 변: 변화 있는 글 써라. 권도 변화를 꾀함이다. 비: 각종 수사법을 이용하라. 시: 상황에 맞는 글을 써라. 주: 주제를 명확히 세워라. 제: 먼저 제목을 쳐라. 관: 일관된 글 써라. 요: 핵심을 찾아라. 고: 고사 인용하라. 창: 새것 만들어라. 전: 옛것에 능하라. 언: 상말도 괜찮다. 단: 단문이 좋다.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조언이 현 시점에도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의 눈은 강하고 자세히 살펴봄이며, 견의 눈은 약하며 잠깐 눈에 보임이다. 관은 관찰하여 상대의 의중을 간파하는 심안이고, 견은 상대의 심중이 움직이는 표면을 보는 육안이다. 심안은 '마음눈'이라 하여 상대의 의중을 꿰뚫고, 육안은 '맨눈'으로 식견 없이 현상만을 읽어낸다. 상대의 마음을 간파하려면 관의 눈으로,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을 볼 때는 견으로 가볍게 보아야 한다. 관견은 거리에 따라 보는 방법이 다르다. 원방을 보려면 눈을 가늘게 뜨고 견으로 보는 게 좋고, 근방을 보려면 눈을 부릅뜨고 관으로 보아야 한다. 관만으로도 견만으로도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서로 상보해야만 보는 것의 한계를 본다."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보려면 글의 행간을 짚어가며 따지면서 읽고, '내 뜻으로서 저이 뜻을 읽어낸다'는 이의역지로써 헤아려야 한다. 작가들이 종종 사용하는 수사적 기교 속에 독자에게 은밀히 건네는 시사점은, 우리가 '고매함으로 위장한 글들'에서 종종 발견하곤 하는 '인식되지 않는 불확실한 경계선'을 넘은 저쪽에 의연히 서있다. 그저 글자만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에 책을 읽다 보면 책의 내용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저 글자에 눈만 따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하나를 읽더라도 글의 행간을 짚어가며 따지면서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말 한 마디, 글 한 줄을 '천 근 쇠뇌 당기듯' 하였다. 말은 천금같이 하고 글은 전쟁하는 마음으로 삼가며 쓴 이들 삶을 생각해 본다. 저이들 말과 글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준다. 그것도 자신의 삶과 일치하는 말과 글이다." '말과 글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몸이다. 글 쓰고 읽는 이라면 생각을 몸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글쓰기를 하려 달리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다. 글 한 줄, 말 한 마디가 새삼 무거운 오늘, 말과 글로 써낸 삶과 몸을 잘 챙겨볼 일이다.'라고 저자는 글을 쓰고 읽는 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체중관리를 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는 내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저자는 셜록 홈즈에게 배우는 글쓰기를 소개하면서 셜록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우리 글쓰기와 연결해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첫째, 수사 계획을 철저히 세운다. --> 개요 짜기를 한다. 둘째, 수사 준비가 철저하다. -->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기른다. 셋째, 수사 방법이 새롭다. --> 창의성 있는 글을 써라. 넷째, 관찰이 예리하다. --> 사물을 관찰하라. 다섯째, 변장술에 능하다. --> 수사법을 사용하여 문제 핵심을 직접 공격하라. 여섯째, 연관성 있는 명제를 엮어 추론한다. --> 주변 단어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라. 셜록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글쓰기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저자의 방법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책 제목이 왜 <코끼리 코를 찾아서>가 되었을지 궁금했다. 나의 궁금증은 '코끼리고기 본래 맛'이라는 간서치 이덕무 선생의 글에서 비로소 해결이 되었다. '이덕무는 시 감상을 "코끼리 한 몸에는 모든 짐승 고기 맛을 겸하였으나 그 코만이 오로지 '코끼리 고기 본래 맛'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처럼 하란다. 풀이하자면 '코끼리고기 본래 맛'을 느끼려면 코를 맛보아야만 하듯이 시 감상도 그 핵심을 찾으라는 말이다. 핵심은 코끼리 전체가 아니라 '코끼리 코'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 책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고전을 통해서 좋은 문장을 많이 읽는 것이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현대 서적외에도 고전도 많이 읽도록 독서의 범위를 좀 더 넓히는 데 주력해야겠다. 그리고 지인들이 책을 읽지만 말고 이제는 책을 직접 써보도록 권유를 하는데 더 이상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쓸 첫 책의 주제라도 찾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