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문답·계방일기 - 인간과 만물 간의 경계를 넘어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클래식 아고라 3
홍대용 지음, 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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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실학자 중 내가 존경하는 인물 중의 한 분인 홍대용 선생의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홍대용 선생은 나와 본관이 같아서 남양 홍씨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분이다. 이 책에는 의산문답과 계방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의산문답에 대해 서문에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중국 요녕성 평원 위에 우뚝 서 있는 의무려산. 중국에서 서양 선교사들과 서양 과학문물을 접했던 홍대용은 1766년 북경에서 돌아오는 도중 이 산에 올랐다. 의무려산은 불교와 도교의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는 불교의 명산으로 요동과 중원을 나누는 이른바 중화와 오랑캐의 경계가 되는 산이었다. 홍대용은 의무려산을 무대로 그의 사상과 천문 인식이 담긴 역작 「의산문답」을 남겼다. 과학사상서이자 철학 소설인 「의산문답」에는 실학자를 상징하는 '실옹'과 공리명분에만 치우친 '허자'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실옹은 거친 음성으로 말했다. "군자는 도를 논하다가 이치가 딸리면 곧바로 승복하지만, 소인은 도를 논하다가 말이 딸리거나 하면 없는 말을 꾸며댄다. 물 위에 떠 있는 배가 비어 있으면 뜨고, 배가 꽉 차면 가라앉게 된다. 그런 이치로 본다면, 이른바 '기'라는 것은 본래 힘이 없는 것인데 어찌하여 큰 땅덩이를 실을 수 있다는 말이냐? 지금 그대는 과거에 들었던 낡은 지식에 집착하고 남을 이기려는 욕심에 경솔하게 입을 놀리며 남의 말이나 제압하려 하는데 도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자세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 이 내용을 읽다가 나는 가슴 한 구석에 찔리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소인에 대한 실옹의 비판이 한때 내가 저렇게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줬기 때문이다.

 

'하늘이 운행하는 것과 땅이 회전하는 것은 그 형세가 같은 것이어서 일일이 나눠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단지 9만 리 되는 땅이 한 바퀴 도는 일주운동만으로도 이처럼 폭풍같이 빠른데, 저 수많은 별들은 지구로부터 겨우 반지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몇천 몇만 몇억만 리 떨어졌는지 알 수 없다. (중략) 땅은 정지해 있고 하늘이 운행한다는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음은 여러 말이 필요하지 않다.' 조선시대에 이미 지동설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 책에서는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일식과 월식 그리고 음양의 조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을만큼' 조선시대의 천문학 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산문답이 천문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면 계방일기는 담헌 홍대용이 44세에 추천에 의하여 세손(후일의 정조)을 호위하는 벼슬인 세자익위사의 시직으로 선발되었을 때의 입직한 일기로 갑오년(1774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8월 26일까지의 내용이 실려있다. 내용은 주로 동궁 시절의 정조에게 경사를 강의하고 문답한 말들이다. 강의의 주 텍스트는 퇴계 이황의 「주서절요」와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라고 저자는 계방일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홍대용이 학문의 실천과 지식을 완전하게 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심성의 수양이었다. 그는 특히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학문을 하고 나라를 통치함에도 이치에 맞고 정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마음공부, 즉 심성의 수양을 충실히 할 것을 여러 번 강조하였다. 나아가 임금으로서 간언을 절실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함도 언급하였다. 담헌 선생의 말 중에 리더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 인용해본다. "아랫사람이 진언하는 말을 따를 때는 부드럽고 순한 말을 좋아하고 바른말을 싫어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반드시 억울하고 민망하고 박절한 말을 성심껏 용납하고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간함을 용납한다고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되는 과정이 이토록 엄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현대의 대통령은 선거에 의해 선출이 되다 보니 자질이 부족한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대통령을 뽑을 때 기본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다면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홍대용 선생이 나와 같은 남양홍씨라는 게 무척 자랑스럽다. 조선시대의 천문학 수준이 예상외로 매우 높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홍대용은 비록 계방의 관리였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충실히 세손의 교육을 진행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멘토가 있어서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허송세월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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