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재발견 - 기쁨이 있는 곳을 찾아라
한승욱 지음 / 슬로우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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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 책을 쓴 저자와는 독서토론 모임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다. 몇 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외국계 회사 상무로 입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번에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집을 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쁜 마음에 저자가 알려준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평소에 내가 저자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는 사실, 그리고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되었다는 사실 등의 놀라운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성장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저자가 전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거의 3년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생활을 해왔는데 올해 초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이 나면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일상은 100% 과거로 되돌아가지는 않았다. 과거에 비해 여전히 오프라인 모임은 많이 줄어들었고, 대규모 행사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언제쯤 다시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의 어렸을 때부터 내가 성장해왔던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와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내가 경험했던 일들과 비슷한 일들도 많았지만, 딩크족으로 지내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자녀를 낳아서 아버지가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공감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아버지가 되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아내와 반려견 밀크랑 같이 사는 삶이 즐겁기 때문이다.

 

 

'누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하지만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그 청년은 죽고 나는 살아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때마다 산 자의 몫을 생각한다. 한 번뿐인 생을 대신 살아갈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겸손하게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된다. 그것이 청년에 대한 나의 추모사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저자가 '몽키'를 원숭이라고 새각했다는 것. 몽키 스패너를 몽키라고 한 것을 저자는 몰랐다는 것이다. '술에 취한 기계 반장이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같은 말투로 갑자기 물었다. "너, 몽키가 뭔지 아냐?", "저, 원숭이 아닌가요?" 반장들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하나같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중략) 몽키의 정확한 명칭은 멍키스패너. 기계에 붙은 볼트와 너트를 조이거나 풀 때 사용하는 도구였다. 그날 이후 나는 한승욱 이름 대신 '몽키'라고 불렸다.'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도 싶었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지요. 지금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진정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금 삶이 해피 엔딩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삶의 가운데 어떤 시련이 생기더라도 주인공은 반드시 고난을 극복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언제라도 멈춰 서서 해피 엔딩을 떠올리면 우리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아빠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가족이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잠시 멈춰 서서 지금 이야기의 결론이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한다면 불안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내 자신이 어찌나 한심했는지 모른다. 마치 로봇에게 영혼없는 이야기를 명령해 놓은 채 대화보다 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다시 들려 달라고 하고 말았다. 이렇게 대화 중에 멀티 태스킹한다는 것은 관계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태도였다. 자칫 일의 효율마저 떨어뜨린다. 그는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면서 이야기하고 일을 했고,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려면 제동을 걸어 주며 시간을 갖자고 했다. 그렇게 잠시 멈추고 일을 하나씩 진행했을 때 일의 성과도 좋았다.'

 

 

책의 내용 중 내게 깊은 깨우침을 준 몇 가지를 인용해봤다. 나는 운이 좋게도 처음 선택한 직장에서 몇 년 후면 퇴직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저자처럼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후면 명예퇴직을 하게 될 나의 미래는 어떤 삶이 전개될지 사실 불안하기도 하다. 커리어코치 자격증과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강사로서 제2의 삶을 살 계획을 세워뒀지만 공부를 해보니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가 제2의 삶을 개척해나간 이야기를 읽고서 나도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머지 않은 장래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 책을 읽은 게 내겐 큰 위안이 되기도 하면서 용기를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저자에게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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