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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ㅣ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평점 :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사자가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사자를 한자로 使者라고 썼더라면 독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놓고 볼 때 저자의 기막힌 상상력이 독자에게는 색다른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겐 이 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타향에 살고 있어서 부모님 두 분 모두 임종을 지키지 못해서 가슴에 한이 맺혔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츠나구같은 사자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셨을 때 그래도 아버지와는 대화를 많이 나눈 편이지만 어머니와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정말 그립기 때문이다. 만약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할까,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내게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하는 상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는 모두 네 명의 의뢰인이 등장한다. 인기 연예인의 팬이었던 여성 직장인,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는 아들, 죽은 친구를 찾는 여고생, 실종된 약혼자를 찾는 남성. 모두 망자를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나름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 중에서 내겐 가장 안타까웠던 사연이 네 번째 등장하는 실종된 약혼자를 찾던 남성이었다. 결혼하기 전에 홀로 여행을 간다고 떠났던 약혼자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나절도 되지 않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의뢰인들은 대체로 만남의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츠나구가 이야기하는 망자와의 만남에 관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 있는 동안 '저 세상'의 망자와 만날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미즈시로 사오리 씨와 만난다면 이제 당신은 두 번 다시 다른 망자와 재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있을 때와 '저 세상'에 있을 때 각각 한 번씩인 거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미즈시로 사오리 씨가 거절하면 그 의뢰는 당신에게 한 번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상대가 의뢰를 수락하여 면회가 실현된 경우에만 계산됩니다. 이번에 거절당하면 당신은 다른 상대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괜찮은 조건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것 같다. 이승과 저승이 따로 있을 거라는 상상에 대해 아직 그 누구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기발한 상상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실제로 츠나구같은 일이 있어서 저승의 망자와 이승의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다면 의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츠나구가 저승의 망자와 이승의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데 있어서 소요되는 비용은 도대체 누가 부담하는 가?'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사람이 죽으면 신체와 영혼이 분리되고 저승이라는 곳이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정확하게 이승과 저승이 구분되어 있다고 밝혀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아직 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로 꿈속에서도 어머니를 만나본 적이 없다. 만약 어머니께서 나를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지 정말 궁금하다. 츠나구라는 존재가 있어서 저승의 망자와 이승의 사람을 연결시켜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