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역사문화공원 101인 - 그와 나 사이를 걷다
김영식 지음 / 파이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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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망우리공동묘지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망우역사문화공원이라는 이름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처음에 나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이라고 해서 망우당 곽재우장군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알고보니 어렸을 때 망우리공동묘지라고 불렸던 곳이 현재 망우역사문화공원이었다. 그런데 나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는 종교인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종교인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기억되어야 할 분들이 꽤 많이 묻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1동 산 57번지. 우리가 흔히 '망우리묘지'라고 부르는 시립묘지 망우리공원이 그곳에 있다. 2009년 4월 초판이 발간된 후로 3회의 개정을 거쳐 개정 4판으로 출간된 이 책에 대해 저자는 서문에서 '망우리 인물 열전'으로서는 본서가 최종판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 이상 망우리 인물 열전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묘역의 철저한 전수조사를 통해 출간된 책인만큼 이 책의 가치는 앞으로도 존중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인물은 '목마와 숙녀'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이다. "키워드 '목마'의 의미에 대해 고심하는 가운데 나는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목마(오야리 19호분 출토, 낙랑유물)를 발견했다. 그리고 순종의 첫 번째 비인 순명효황후 민 씨의 장례 행렬 사진 속에서 종이로 만든 백마를 보았다. 즉 목마는 사자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가는, '주인을 태우고 하늘로 가는' 죽음의 동반자인 것이다. 그 시대의 사람은 그렇게 알았다. 그제야 '목마와 숙녀'가 내 나름대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시 속의 목마가 죽음의 동반자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소개되는 인물은 소파 방정환이다. "아동문학가 이원수는 훗날 두 사람의 '플라토닉'한 사랑이 어린이를 위한 사랑으로 승화됐다고 증언했다. 그 때문인지 짧은 인생을 살다 간 소파의 활동은 다방면으로 눈부시게 전개됐다. 너무나 유명해 그 이름을 모르는 한국인이 없을 정도인 소파. 그래서일까? 그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은 대부분 단견과 피상에 그친다.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고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 그리고 아동문학가라고만 알고 있다. 줄리아와의 '러브스토리'만 해도 그렇다. 줄리아에게 소파는 아동문학가 이전에 출판인이자 언론인이었다. 소파는 공전의 베스트셀러 잡지인 <어린이>외에도 <학생>, <신여성>, <혜성>, <개벽>, <별건곤> 등에 직간접적으로 깊이 관여했다. 김일엽과 신준려 등이 <신여자>를 기획하면서 소파를 편집고문으로 위촉한 것도 출판인, 언론인으로서 그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방정환 선생의 색다른 면모를 새삼 알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소파의 죽음에 관한 일화를 접하고 이런 생각을 해봤다. 해마다 연말이면 온 거리에 내걸리는 산타클로스 대신 뚱뚱보 소파를 어린이의 친구로 등장시키면 어떨까. 어린이날이나 성탄절 밤에 뚱뚱보 소파가 검정 마차를 타고 사랑의 선물을 가지고 온다는 컨셉으로 문화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그와 더불어 소파를 다룬 명작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도 나올 법하다." 어린이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소파 방정환 선생이 크리스마스에 등장시킨다는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세 번째 소개되는 인물은 아동문학가 강소천이다.  "글을 쓰면서 좀 놀랐는데, 아직 우리나라 어디에도 강소천 문학관은 없고 전체를 아우른 아동문학관도 없다. 장남 현구씨의 말에 따르면 1994년 한 재벌회사로부터 건립 추진 제의가 있었으나 외환위기 등 악재가 겹치며 사업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중략) 망우리에 '강소천 아동문학관'을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 망우리에 계시는 선배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까지 함께 모셔도 좋을 것이다. 묘소 참배와 연계하면 이보다 좋은 현장학습은 없다."

 

 

네 번째 소개되는 인물은 화가 이인성과 이중섭이다. "이인성은 1930년대에 마라톤 영웅 손기정이나 무용가 최승희만큼 유명한 존재였다. 그의 제자 손동진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어른들은 그림 그리는 아이에게 "너 이인성 될라고?"하며 농을 건넸다 한다. 그 시대에 이인성은 화가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창시절 화가 이인성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향토색'과 친일논란때문이 아니었을까?  

 

 

화가 이인성과 함께 소개되는 인물은 바로 '황소'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이다. "그의 불우한 삶은 우리 민족의 고난을 생각게 한다. 그의 대표작인 '황소(1953)'를 보면 석양의 붉은 색을 배경으로 누런 소가 슬픈 큰 눈을 하고 우짖는 듯하다. 황소는 불행한 우리 민족의 상징이기도 하고 이중섭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1930년대 우리 민족의 소재와 색채로 향토색을 살린 대표 화가가 이인성이라면, 이중섭은 자기와 일체화된 소와 닭 같은 우리 고유의 상징을 통해 민족의 역사성과 심정을 구현한 대표적 화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앞서 소개한 인물들 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망우역사문화공원 묘역 위치도와 함께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의 묘역을 찾아가기 쉽게 가는 길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나도 시간을 내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가서 우리들에게 잊혀졌던 수많은 위인들이 남긴 발자취를 직접 찾아보고 싶다. 암울했던 역사이든, 화려했던 역사이든 모두 우리 조상들이 남긴 역사이자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으로 기억되어야 할 수많은 위인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마냥 기쁘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놓고 떠날 수 있도록 남은 삶을 더욱 알차게 살아야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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