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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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읽으면서 나의 어릴 적 가정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한 내용이어서 소름끼치기도 했지만 제법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외할머니와의 어렸을 적 추억도 떠올랐고, 친할머니와의 추억도 떠오르게 하는 등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어렸을 적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하지만 저는 빈껍데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아이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제 몸은 또 한 번 어머니의 사랑으로 충만해졌으니까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사실은 그게 바로 불행의 시작이었는데도 말이죠. 다음 날, 신생아실의 유리 너머로 딸아이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막 태어났을 때만 해도 온몸이 요괴마냥 검붉게 충혈되고 코도 납작하게 눌려 있었지만, 하룻밤이 지나고 나자 다른 어떤 아기보다도 하얀 피부에 코도 오똑한 예쁜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기뻐해주신 건 물론이고 오전에 찾아오신 시부모님도 많이 좋아하시는 걸 보며 저는 큰일을 하나 끝마쳤다는 만족감에 젖어 들었습니다."


"'아무렴 어때, 즐거운데, 아무렴 어때, 행복한데. 아무렴 어때, 사랑받고 있는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지는 건 사랑받지 못한다는 증거다. 어쩌면 사랑받지 못하는 증거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거야 뭐, 아무렴 어때.' 내게 결여되어 있는 놀이의 부분이란 토오루의 입버릇이기도 했던 '아무렴 어때'였다. 언덕 위의 꿈같은 집이 소실되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 분명 어머니와 아버지도 그걸 잃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깨닫는다한들 이미 늦었다. 모든 것을 무너뜨린 사람은 바로 나다. 소실된 집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하는 외할머니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한다. 그런 내 인생도 이제 곧 끝난다. 상상 따윈 어떤 구원도 되지 못한다."


"두 사람을 다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겁니다. 한 명밖에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저했습니다. '나를 낳아준 사람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낳은 사람을 구할 것인가?' 그리고 제가 얼마나 찢어지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는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겁니다. 미래가 창창한 쪽이 살아남아야 한다거나 어머니라면 당연히 자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탁상공론은 딱 질색입니다. 그런 사람들이야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도망칠 게 뻔할 겁니다." 이 부분에서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봤다. 하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도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나한테는 어머니가 없는데, 이 아이에겐 있다. 엄마!하고 부르면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람이 있다. 어째서 이 아이에겐 있고 나한테는 없는 걸까? 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 아이는 어머니를 잃은 내 마음 따윈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나한테 어리광을 부리는 걸까?' 딸아이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제 손을 잡는 걸 뿌리쳐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 잘못을 사과하는 의미도 담아서 잠들어 있는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저를 거부했습니다."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마음도 바뀌어 간다. 그럼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가 딸이며, 자신이 갈구했던 것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바로 모성 아닐까. 문자메시지의 알림음이 울렸다. "빨리 보고 싶다. 조심해서 오렴." 낡은 저택 별채에 불이 켜져 있다. 문 안쪽에 나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다.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어머니도 나를 낳았을 때 저런 생각을 하셨을까? 마지막 임종을 못한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죽기 마련인데 나는 어떻게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인지 참 궁금하다. 내가 기대하는 삶을 살고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생의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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