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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사기 - 계속 나아가는 삶을 위한 역사 수업 ㅣ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영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나는 중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중국역사 관련 책을 많이 읽은 편이다. 하지만 사기를 제대로 읽어 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단편적인 사기관련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전반적인 사기를 다룬 책은 거의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 <오십에 읽는 사기>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사마천 <사기>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영수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사마천은 47세였던 기원전 99년에 흉노와의 전투에서 항복한 젊은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옥에 갇히는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48세 때 반역죄를 쓰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수가 사형을 면할 수 있는 치욕적인 방법이자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형벌, 궁형을 자청하였고 그 때 그의 나이 49세였다. 50세에 사마천은 사면을 받아 옥에서 풀려났고, 지독한 고통과 고독, 그리고 고뇌 속에서 사마천은 말 그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마침내 130권 52만 6,500자의 3,000년 통사 <사기>를 완성하였다. 그 때를 기원전 91년, 그의 나이 55세 무렵으로 추정한다.
'춘추시대의 걸출한 정치가 진나라 문공은 논공행상과 관련하여 다음 네 가지 원칙이자 등급을 내세웠다. 첫째, 인과 의로 나를 이끌고 덕과 은혜로 나를 지켜 준 사람이라면 일등 공신이다. 둘째, 행동으로 나를 보좌하여 공을 이룬 이는 실무를 한 사람이다. 셋째, 위험을 무릅쓰고 땀을 흘린 자는 행동 대원이다. 넷째, 최선을 다하였으나 나의 잘못을 보완해 주지 못한 이도 공신이다.'
'문공 같은 통치자의 원칙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원칙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칫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할 수 있고 심하면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원칙을 지키되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해놓고는 잣대가 굽었다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사마천은 "해시계를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삐뚤어진 그림자를 얻는다."라고 하였다. 해시계를 똑바로 세우는 사람은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정확한 방법을 찾으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사로(思路)가 출로(出路)를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로, 즉 생각의 길을 바꾸어야 방법이 보인다. 정확한 사유는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다. 역사상 틀을 깨고 한계를 돌파한 모든 방법은 마지막에 거의 다 한 길로 돌아간다. 바로 성공의 근원인 '인간의 사유 방식'이다. 인간의 차이는 문제에 대한 사고 방법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사마천은 생사관과 용기를 연계하였다. 그러면서 참아야 할 때는 참고 굽혀야 할 때는 굽혀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때 '굽힌다'는 것은 남에게 굽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존심을 굽혀야 함을 의미한다. 사마천이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한 것도 이런 생사관을 터득하였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았기에 그는 치욕을 감수하였다.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어려운 것"이라는 그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십에게 리더와 리더십에 관하여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리더가 단단한 망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치는 쇠를 두드리는 도구이다. 쇠를 제대로 두드릴 수 있으려면 망치가 단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리더는 먼저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과 조직원을 단단하게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주공이 옆에서 살피라고 한 것은 실제로는 늘 관찰하던 방식, 즉 기존의 시각을 버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사안을 다시 봄으로써 기존의 시각으로는 이해관계를 밝히거나 우열을 판단할 수 없음을 깨달으라는 조언이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하여 결단을 내릴 때 우리는 이익이나 도덕적인 기준, 자신만의 가치 표준에 근거한다. 그러나 사안을 옆에서 관찰하면, 즉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면 판단할 때 새롭게 참고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법가 사상의 집대성자로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하여 깊은 통찰을 남긴 한비자는 "가장 못난 군주는 자신의 재능만 믿고 이용하려는 자"라고 꼬집었다. 눈과 귀만 밝은 리더가 이렇고, 이런 리더는 사리분별을 못한다. 최상의 리더는 백성의 몸과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지혜를 활용할 줄 아는 리더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기>에 담긴 내용이 이렇게 방대하면서도 처세술을 비롯한 리더십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 역사책이면서도 역사를 통해서 다양한 인간들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사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에 읽는 사기>가 50대 중반에 접어든 내게 새로운 삶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것 같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