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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평점 :
색깔이 다양한 것을 상징한다는 것은 학교에 다닐 때 미술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컬러와 패션의 조화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옷을 고르는 데 있어서도 감각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컬러와 패션의 조화를 통해 옷을 고르는 감각을 좀 더 세련되게 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빨간색은 피와 열정을, 파란색은 고요함과 바다와 하늘의 끝없는 공간을, 초록색은 자연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런 색의 상징성은 문화나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배우자가 죽으면 검은 옷을 입었지만 인도에서는 흰옷을 입었다. 아일랜드에서는 녹색이 행운을 의미하지만, 중국에서는 매춘부와 그 가족임을 나타내는 색으로 녹색 모자나 두건을 쓴다. 또한 서양의 결혼식 신부는 순백색 옷을 입고, 힌두교의 신부들은 다산과 번영을 상징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는다. 옷 색깔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보통 우리의 '경험'이나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총 열 가지 색상(검은색, 보라색, 파란색, 녹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 빨간색, 분홍색, 흰색) 뒤에 숨겨진 상징성과 고대 이집트에서 중세, 르네상스와 빅토리아 시대를 거쳐 지난 세기의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의상과 의복에서 컬러가 지닌 중요성을 탐구한다. 디자인에 색을 입히는 게 아니라 색이 디자인을 창조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파란색인데 이 책에서는 파란색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남성적 매력으로 이어지는 파랑은 드넓은 하늘과 망망대해처럼 광대하고 장엄한 느낌을 준다. 그러기에 이해와 포용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보인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며 신선하고 맑음을 선물하는 유일한 색이다." 요즘은 대기오염이 심각해서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파란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비온 뒤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을 보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국의 작가인 레베카 솔니트는 저서 <A Field Guide to Getting Lost>에서 블루의 투명함에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냈다. "지평선 위의 푸른색, 하늘로 녹아드는 듯한 땅의 푸른색은 더 깊고, 더 몽환적이며, 우울한 푸른색이자 가장 멀리 있는 곳에서도 보이는 푸른색이다. 이 빛은 우리를 건드리지 않고, 모든 거리를 이동하지도 않으며, 잃어버린 빛이나, 세상에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그렇기에 이 세상의 많은 부분이 파란색을 지니고 있다."
파란색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녹색이다. 녹색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봄에 움트는 싹에서부터 시간이 지남에 변모하는 초록을 관찰한 적 있는가? 녹색으로 통칭되는 자연이 오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초록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새순의 초록과 한 여름 더위에 무르익은 나뭇잎의 색은 같지 않다. 그렇게 성숙해질 줄 아는 색이다." 얼마 전에 고양에 있는 젖소개량사업소에 다녀왔는데, 드넓은 초지에 심어놓은 호밀이 자라는 모습이 담긴 초록이 만연한 초지를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팬톤은 '에메랄드'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 2017년에는 '신선하고 활기찬 옐로그린 색조'이자 '깊게 심호흡하여 산호를 들이마시게 하고 새로운 힘을 되찾게 하는 색'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그리너리(Greenery)'를 선정했다. 모던 라이프를 추구하면 할수록 인간은 자연계의 물리적 아름다움과 그것이 내포한 통일성에 더욱 몰입한다고 팬톤은 덧붙였다. 모든 함축성과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는 녹색은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식과 같은 색감이다.
내가 녹색 다음으로 좋아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노란색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노랑은 주목받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빛을 발하며 늘 주위의 시선을 잡아 끈다. 자신을 뽐낼 줄 알고 남들보다 독보적으로 환하게 피워낼 수 있다. 그만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색이라 할 수 있다. 주위의 어떤 색보다 근사하게!"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노란색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 색깔(파란색, 녹색, 노란색)은 서로 연관이 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녹색이 바로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팬톤은 2018년에 'Z세대 옐로(Gen Z yellow)'를 소개했다. 작가 헤일리 나만이 2017년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식했던 밀레니얼 핑크가 노란색에 점점 밀리는 것을 보고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이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정치와 환경의 우려 속에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제틱한 색상으로 꼽혔다.
나는 앞서 파란색, 녹색, 노란색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 외에도 나머지 일곱가지 색깔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 등이 이 책에는 수록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 소개된 10가지의 색깔에 얽힌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에피소드를 통해 색깔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세상을 바라볼 때 색깔과 관련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