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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ㅣ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평점 :
나는 학창시절 국어수업 시간에 금오신화를 배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만 읽었기에 금오신화에 어떤 내용이 온전히 수록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런데 한국인으로서 외국 고전은 제법 읽었음에도 우리 고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읽어본 책이 없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게 여겨져서 이번에 '금오신화'를 시작으로 올해는 우리 고전도 좀 읽어보려고 한다.
조선 전기의 천재였던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이고 학자이며, 사상가이며, 시인이기도 하다. 계유정난(사화)이 아니었다면 우리 역사에는 또 한 명의 위대한 행정가를 배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김시습이 생육신으로 정계에 진출하지 않고,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로 김시습이 쓴 다섯편의 단편소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금오신화'는 그가 한때 머물렀던 경주 금오산실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는 뜻으로 그의 나이 31세인 1465년에 지은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시인인 김시습이 왜 이야기책 한 권을 지었는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계유사화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김시습은 가녀린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단종이 아직 왕위에 있으니, 언젠가 성인이 되면 권력을 되찾아 이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도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조의 즉위로 패도의 세상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그 세상과 도저히 타협할 수 없었던 그는 속세를 버리고 승려가 되었다. (중략) 단종이 결국 죽임을 당하자 이듬해 동학사에서 단종의 제사를 지내고는 홀로 방랑길에 나서게 되고, 31세 때 금오신화를 썼다. 계유사화로부터 시작된 시대와의 불화,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역모를 역사로 만든 승자들에 의해 잘못 알려진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김시습은 이야기책을 지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책에 수록된 금오신화의 다섯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 김시습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해보았다. 당시 정황이 정확히 어떠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상상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단종을 지키고자 했던 충신 김시습의 입장에서 단종의 폐위는 극복하기 힘든 절망인 상태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사육신이 되지는 못했지만 세조를 따르지 않기 위해 생육신으로서 남은 삶을 마친 김시습의 삶을 보며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쉽게 답을 하기 정말 곤란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는 김시습과 같은 생육신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