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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의 철학 수업 - 어떤 철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마루야마 슌이치 지음, 송제나 옮김 / 지와인 / 2023년 1월
평점 :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에 철학관련 책을 잘 읽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철학책을 읽는 '독서토론모임'에 참여했다가 리더의 설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이해도 쉽고 철학도 재미없는 학문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철학 관련 책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책 <개인주의자의 철학수업>도 그런 맥락에서 읽게 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 둘은 서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기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개인주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주의는 일시적으로 흥분되는 상태가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유연하고 강인한 상태를 쭉 지속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누구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일입니다.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것을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집단은 우리에게 소속감도 주지만 불안도 줍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은 거의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데, 더 많은 관계가 생겨나면 어떻게 될까요? 스트레스의 정도가 점점 더 늘어납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점점 줄어듭니다. 살아가는 동안 겪는 숱한 갈등과 위기를 해결하려면 궁극적으로 '나'에 대한 긍정적 감각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 감각 없이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감각,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필요한 '개인주의'의 정체입니다."
"문제는 남을 따라 하는 일이 습관이 될 때 발생합니다. 사소한 일도 주변의 누군가를 참고하면서 결정하게 되면, 만약 주변에 참고할 만한 타인이 없을 경우 아무 일도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중략) 나의 의견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그 의견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20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저자의 이 말에 동의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주장을 올바로 전달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결정한 일을 내일 바꾸더라도, 그것이 '나를 중심으로 하는 변화'라면 힘들지 않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개인주의는 '사느냐 사느냐'의 경쟁 속에서 자기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해, 나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개성의 자유를 주는 법을 알려줍니다." 내가 과거에 결정했던 일을 번복하게 될 때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면 절대로 잘못된 결정이더라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자기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한 개인주의는 실천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과자를 달라고 웁니다. 만약 여러분이 엄마라면 무조건 이 소원을 들어줄까요? "현명한 엄마라면 과자를 주는 대신에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줄 것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발전시킨 사상가 자크 라캉입니다. 라캉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이유 중 대부분은 애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애정을 얻기 위해서 어떤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울고,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는 거죠. 흥미로운 점은 아이 자신은 자기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모르고,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입니다. 엄마의 애정을 갈구하는 욕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철학관련 책도 나름 재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좋은 고전을 읽을 때 자신과의 대화가 잘 되는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좋은 고전을 읽을 때 자신과의 대화가 잘되는 이유는, 그런 고전이야말로 글쓴이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고전들을 살펴보십시오. 그 하나하나마다 글쓴이의 '개인성'이 강력하게 담겨 있습니다. 만약 고전을 읽기가 힘들다면, 그 고전을 쓴 사람을 한 '개인'으로 마주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난해하기만 한 철학자들을 대할 때 친구 한 명을 사귄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본다면, 그 어렵던 철학의 세계가 쉽게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나는 저자의 조언을 참고해서 앞으로 고전을 읽을 때 철학자들을 친구 한 명을 사귄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을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한 권씩 읽어보려고 한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한 권 두 권 읽어나가다보면 철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