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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몇 주나 몇 달, 길어야 몇 년밖에 못 사는 동물을 연구해서 인간의 건강수명과 관련된 문제의 실마리를 건질 수 있을까? 혹시 노화의 침탈을 늦추는 데 인간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진화한 종들이 살고 있는 야생의 실험실을 살펴보면 꼬마선충, 초파리, 길들여진 생쥐 같은 실험실 동물로부터는 결코 배울 수 없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이 이 책의 시작을 불러왔다."
자연에는 일반적으로 장수를 가로막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환경적 위험으로 포식자, 기근, 폭풍우, 가뭄, 독물, 오염, 사고, 감염성 질환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외부적 요인을 말한다. 또 다른 장애물은 내부에서 오는 데 우리는 이런 위험을 노화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노화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 기능과 방어능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그와 함께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질병에 점점 취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거의 모든 생물이 건강한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지 못하고 늙는 이유는 생물학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중 하나다.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는 진화가 '하나의 수정란으로부터 개, 비둘기, 돌고래 등 수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건강한 젊은 성체를 만들어내는 건 아주 손쉽게 하면서, 일단 만들고 난 후에 그 성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에는 이상하게 재주가 없어 보인다'는 말로 이 수수께끼를 요약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부_하늘의 오래 사는 동물들
2부_땅의 오래 사는 동물들
3부_바다의 오래 사는 동물들
4부_인간의 장수
현재 장수지수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새는 체중 450그램의 바닷새인 맨섬슴새로 지금까지는 적어도 55년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수지수는 6이 나온다. 육지새 중 장수지수가 제일 높다고 알려진 새는 우는비둘기이며 체중은 130그램으로 장수지수는 4.2가 나온다. 저자는 새가 유리기와 갈변에 의한 손상을 어떻게 막는지 알면 인간의 건강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의 놀랍도록 느린 노화 속도와 평생토록 힘과 지구력을 유지하는 능력에 대해 대규모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그 연구비는 분명 가치가 높을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장수다. 하지만 요즘 생의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은 수명이 짧고 급속히 노화하는 생물종들이다. 이런 종에 계속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다른 영장류를 이해하면 우리의 건강을 연장하는 방법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마도 배울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어느 영장류보다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체구와 비교하면 우리는 거의 꼬리감기원숭이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산다. 그럼에도 우리가 영장류의 장수 패턴을 연구하는 이유는 우리의 진화적 역사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함이라는 걸 기억해두면 좋겠다.
북극고래의 경우는 40마리도 안 되는 성체를 대상으로 나온 나이 추정치밖에 없기 때문에 나이의 간극이 있으리라 예상해야 한다. 이 종은 우리가 현재 추측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탁월한 수명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물론 거대한 체구로 장수한다는 것은 북극고래와 다른 대형 고래에게 탁월한 암 저항능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흥미롭게도 최근의 고래 유전체 조사에서 이들에게 특별한 종양억제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암시가 나왔다. 종양생물학자라면 가까이 들여다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일부 종은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 모두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오래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단히 건강하게 산다. 이런 동물들을 저자는 '므두셀라 동물원'의 구성원들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 생물종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이들에게 배울 점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므두셀라는 '성경', <창세기>에서 족장의 자식으로 언급된 사람들 중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성경'의 주장에 따르면 969년을 살았다고 한다. 게다가 187세에 첫 아이인 아들을 두었다고 하니 또한 놀라운 일이다.
몇 년 전에 부모님 두분 모두 돌아가실 때 나는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분 모두 병원에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는 평균수명보다는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른 동물들의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100세 인생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나는 솔직히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고, 건강하게 살다가 병원 신세를 지지않고 세상을 떠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밝힌 생각에 나는 신뢰가 간다. "나는 므두셀라 동물들이 인간의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