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용설명서 - 신영식의 약자를 위한
신영식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마케팅 도서를 처음 접했던 것이 대학교 2학년 전공수업때였던 것 같은데 벌써 30년도 더 지난 옛날 일이다. 1996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했고,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해보고 싶었지만 실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고,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하면서 곁다리로 마케팅에 대해 공부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 퇴직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퇴사 후 1인기업을 생각하고 있는 나는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 <마케팅 사용설명서>는 그런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마케팅은 구체적인 성과를 지향할 때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아는 척하기는 쉽지만 내 손으로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게 마케팅입니다. 하지만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하는 세상의 약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전략 수단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전쟁의 승자를 꿈꾸는 마케팅 전사라면 싸우기도 전에 자신을 약자라고 규정짓는 대신 강자의 룰을 무너뜨릴 마케팅을 준비해야 합니다."

 

 

1869년(고종6년) 조희순이 출간한 '손자병법' 주해서 '손자수'는 손자의 14가지 방도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싸우기 전에 묘당에서 계산하여 우세한 자는 승산을 얻음이 많은 것이요, 싸우기 전에 묘당에서 계산하여 우세하지 않은 자는 승산을 얻음이 적은 것이다. 울료자가 말했듯이 '갑옷을 꺼내어 햇볕에 말리지 않고도 승리하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 싸움은 승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약자에게 승리는 낯선 이야기이기 쉽다. 그러나 약자라고 해서 포기부터 하지는 말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조건을 벗어나기만 하면 승리도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충분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약자라고 포기부터 하지는 말자라는 말이 해보자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MZ세대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인싸를 아싸에 비해 긍정적인 가치로 여기지도 않고 '하지 않음'도 하나의 선택으로 본다. 행복에 대한 설문에 47.1퍼센트가 '타인과 함께하기 위해 원하는 걸 포기하는 대신 혼자 있더라도 원하는 걸 한다.'는 답을 했다. MZ세대는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설렘이 귀찮음을 상쇄한다. 그래서 여행도 순간적인 힐링 수준을 넘어 현지에서 한 달 살아보기와 같은 콘셉트를 선호한다. MZ세대와 같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 MZ세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게 만드는 것 같다.

 

 

'2011년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얻은 삼양식품 김정수 사장과 연구소 직원들은 불닭, 불곱창, 닭발 등 매운 맛으로 소문난 전문 맛집을 돌아다니며 직접 시식하고 나라별로 다양한 매운 고추를 연구해 '맛있게 매운 소스'를 개발하였다. 매운 소스 2톤, 닭 1,200마리의 요리를 맛보고 12개월에 걸쳐 연구한 끝에 최상의 배합비를 찾아내 불닭볶음면을 개발하게 되었다.' 삼양식품 홈페이지의 브랜드 섹션에 소개된 불닭볶음면 개발 스토리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삼양라면이 소스의 최상의 배합비를 찾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도 너무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되겠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의 일도 선장의 임무와 같다. 사내의 관련 부서는 물론 외부 파트너들과도 함께 일한다. 이들 대부분이 각자의 영역에 관한한 마케터 자신보다 경험이 많고 지식도 풍부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마케터는 그 잘난 이들을 지휘 감독해야 한다.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마케터는 '자신의 결정과 그 결과에 책임을 지지만 전문가의 전문 분야를 존중하는 사람'이다. 즉 존중하되 지휘하고 요청하되 기다릴 줄 아는 리더가 되어야 전문가 집단을 지휘할 수 있다. 성과를 만드는 마케터는 훌륭한 전문가를 구별해내고, 그의 전문성을 최대치로 활용할 줄 아는 마케터다. 광고계의 거두 데이비드 오길비가 말했다. "개를 키우면서 개 대신 짖지 마라." 마케터의 역할을 제대로 짚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자는 강자가 유도하는 싸움에 말리면 안 된다. 승패는 주도권을 가진 자가 결정한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미래를 변혁할 수 있다는 믿음과 약자라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는 용기는 약자를 강자로 바꾼다. 약자의 위치에서 승리를 기획하는 마케터는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승리에 적합하도록 연마하고 단련해야 한다. 성공한 타인의 과거를 무작정 따라하는 것 역시 재현되지 않을 과거의 반복일 뿐이다. 성공한 남의 스토리는 달콤하다. 그러나 타인의 성공 공식이 나에게는 더 큰 좌절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지혜다. 승리를 꿈꾼다면 과거에 대한 집착과 성공한 기업에 대한 선망이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게 적합한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오랜 만에 읽는 마케팅 관련 책이지만 마케팅의 핵심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아주 잘 정리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직접 마케팅을 하고 있는 분들에겐 필독서로 강력하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저자가 직접 CMO로 활동하면서 겪은 다양한 성공담을 읽으면서 약자의 입장에서도 제대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내년에 사내벤처를 출범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책이 내게 큰 용기를 주어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