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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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슬픔이 가장 가까운 가족을 잃었을 때라고 하는데 제가 부모님을 여의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걸 꺼려하는 데 나는 그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병상에서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나는 평소에 죽음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탄생이 있어야 죽음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주된 이유로 태양(항성,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과의 적당한 거리를 들고 있다. 즉 물이나 생물의 재료인 유기물이 얼지 않고, 그렇다고 그걸 다 태워버릴 정도로 너무 뜨겁지 않을 만큼의 알맞은 온도가 생명 탄생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생물은 왜 죽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중요 포인트를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만들고 분해되고 다시 만들어내는 리사이클', 둘째는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라는 관점이다. 

 

 

"과거 지구에는 다섯 차례 생물 대멸종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최근의 대멸종은 약 6,65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의 대멸종입니다. 공룡 등 생물종의 약 70%가 지구에서 사라졌습니다. 거기서 더 거슬러 올라간 고생대 말기(2억 5,100년 전)에는 무려 당시 생물의 약 95%가 멸종되었습니다. 이 두 멸종 모두 운석 충돌이나 화산 분출 등 천재지변이 원인이었다고 추측됩니다. 이와 달리 현재 진행 중인 대멸종은 안타깝게도 인류의 활동이 그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인간이 운석 충돌 이상의 피해를 지구에 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오만이 지금의 지구에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ESG경영이 아닐까 싶다.

 

 

"그 환경을 기반으로 또다시 새로운 생물의 다양성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 '다양성과 멸종'의 관계, 다시 말해 '변화와 선택'이라는 사이클 덕분에 우리 인류를 포함한 현존 생물들이 결과적으로 태어나고 존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턴 오버'에 버금가는 이 책의 두 번째 포인트인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라는 주제입니다. 생물을 만들어낸 진화는 사실 '멸종과 죽음'이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능이 저하된 세포가 그대로 조용히 움직이지 말고 죽으면 좋을 텐데, 개중에는 이상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 나타납니다. 가장 골치 아픈 게 바로 암화(癌化)입니다. 인간의 몸에는 약 37조 개의 세포가 있고, 그중 하나라도 암세포가 살아남아 그대로 계속 증식하면 그 개체는 죽습니다. 즉, 다른 모든 세포가 죽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암화는 다세포생물이 가진 최대 위험이자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단세포생물은 세포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이상이 생긴 그 세포 하나만 죽습니다."

 

 

"죽음의 원인 중 하나인 '노화'는 많은 생물 중에서 인간에게 특히 두드러진 특성입니다.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라고 한다면 '노화'도 인간이 긴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획득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녀가 부모보다 다양성이 더 풍부하고 생물계에 있어 더 가치가 있는 존재, 즉 생존 가능성도 더 큰 '우수한' 존재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부모가 죽고 자손이 남는 편이 종을 유지하는 전략으로서 올바른 선택입니다. 생물은 이렇게 다양성 중시라는 전략을 통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입니다." 

 

 

"장수에 대한 갈망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당연한 감정이라고 봅니다. 또, 인간의 장수에 대한 갈망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 공포의 뿌리에는 다음 세대를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생물학적 이유가 깔려 있습니다. 적어도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열심히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식사량을 줄이면 수명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서 대사량 저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생물은 호흡으로 영양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에너지는 세포의 활동에 쓰이는 데, 포유동물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도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영양이 많으면 태우는 양도 당연히 많아지므로(이를 '대사가 활발해진다'라고 함) 부산물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활성산소입니다. 이 활성산소가 DNA나 단백질을 산화시켜서 이들의 활동력을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면 활성산소의 양이 줄어서 수명이 늘어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평소에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몇 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죽음도 미리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0년 전 쯤에 '단순포진'으로 병원에 1주일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내와 함께 '장기 및 시신 기증'에 서약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딩펫족이기도 하지만 장례식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를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사람이 왜 죽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고, '노화'도 죽음의 한 가지 원인이며 노화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생물은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인간이 연구하고 있는 노화억제도 자연계에서 본다면 일종의 오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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