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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안중근 - 안중근 의사와 여순형무소 간수 일본 헌병 치바 토시치 이야기
사이토 다이켄 지음, 이송은 옮김 / 집사재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친일파 청산이 마무리되지 못해서 친일파논란이 뜨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일제치하 36년을 돌아보기에 앞서 대한제국이 왜 망했을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책 <내 마음의 안중근>은 안중근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을 때 간수였던 치바 토시치와 안중근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패망하지 않았더라면 한국과 일본은 지금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까? 아마 한일우호관계가 지속되면서 상생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의 우방 한국의 발전을 기원해온 미우라 코오키,구니코 부부를 포함한 치바 토시치 씨의 유족은, 1979년 안중근 의사 탄생 백주년 축전 소식을 접한 뒤 반환을 결심하고 도쿄 한국연구원을 통해 안 의사의 고국 한국의 수도 서울에 있는 안중근의사숭모관에 그 유묵을 바쳤다. 한 나라의 귀중한 유품을 그 나라 국민들에게 돌려준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기념하여 칭송해 마땅한 안중근 의사와 치바 토시치 씨의 흔치 않은 돈독한 우정을 표창하고자 일본의 문화인, 정치가, 일본 거주 한국인 및 미야기현의 유지들이 치바씨가 잠든 와카야나기쵸 대림사에 이 비석을 건립했다."
치바의 '사죄'로부터 한 달 뒤인 1910년 3월 26일. 마침내 안중근은 처형의 날을 맞았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였다. (중략) 형장으로 향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치바 씨, 일전에 당신이 부탁한 글씨를 지금 써드리겠습니다." 치바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안중근은 자세를 바로 하고 단숨에 써내려갔다. '위국헌신군인본분.' 안중근은 치바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동양에 평화가 찾아오고 한일 우호가 재현되는 날 다시 태어나 당신과 만나고 싶습니다." 안중근의사가 남긴 말처럼 한일우호가 하루빨리 재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 정치인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할 따름이다.
'강화도조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신 일본의 조선 진출 공세는 1895년의 청일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강제적으로 추진되었다. 약 20년간 조선의 정치정세는 망국적 당파싸움에 휩싸여 있었고, 이를 계기로 일본과 청국은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노골적인 다툼을 시작했다. 결국 전쟁에 승리한 일본은 조선을 예속화하고 급속히 지배권을 확립해 갔다.' 치바가 안중근에게 들었던 이 이야기의 내용대로 근세 조선이 외국과 처음으로 체결한 강화도조약으로 일본은 조선 내정에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메이지유신 이후 아직 남아 있던 호전적인 일자리를 잃은 무사들을 이끌고 해외진출을 향한 정열을 불태우던 일본의 정세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쟁, 그리고 국가, 인류역사란 대체 무엇일까?' 안중근은 많은 사색을 했다. '가령 국가를 <인간의 이기주의 집단>이라고 한다면, 나라의 지도자는 항상 평화스런 미래를 내다보고 많은 이기심을 제어해 나갈 수 있는 이성과 기량을 겸비한 사람이어야만 할 것이다. 지금 청일, 러일 전쟁을 빌미로 한국을 탄압해 오는 일본이라는 나라야말로 이기주의만으로 밀어붙이는 만행국가가 아닌가? 물론 우리 한민족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작은 이기심은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남의 땅을 유린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여 나라의 평화를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결국 나라의 독립을 지키고, 평화를 구한다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과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인가?" 안중근 의사의 이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라의 독립을 지키고, 평화를 구한다는 것은 온 국민의 끊임없는 노력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에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면 지하에 계신 안중근의사가 한탄을 금치 못할 것 같아서 민망할 따름이다.
"안중근은 이 '작은 노인'과 대면하는 순간 이 사람이 바로 원흉 이토라는 것을 알아채고 권총을 빼 들었다. 그리고는 4미터쯤 앞에 서 있는 '작은 노인'을 향해 네 발을 연발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혹시 엉뚱한 사람을 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그 뒤를 따르던 일본인 중 맨 앞에 선 주요인물로 보이는 자를 향해 다시 세 발을 잇달아 발사했다.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짧은 시간에 블로닝 권총이 토해낸 금속음과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무언가에 빨려들듯 사라져 갔다. 다음 순간 안중근을 향해 달려든 러시아 관헌대는 그를 덮쳐 눌렀다. 그 와중에도 안중근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코리아 우라(러시아어로 만세라는 뜻)!'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반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렇게 안중근의사는 원흉 이토를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토를 암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 일본은 더욱 더 악랄하게 우리민족을 짓밟았다는 점에서 나는 안중근의사가 다소 무모한 행동을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안중근의사는 여러 면에서 훌륭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안창호선생같이 민족교육에 앞장서면서 국력을 키우는 데 앞장섰더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비록 적이었지만 안중근의사와 간수 치바 토시치간의 우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두 명의 우정처럼 현재의 한국와 일본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개선이 되어 한국과 일본이 동반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라는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안중근의사가 치바 토시치에게 남긴 말 "동양에 평화가 찾아오고 한일 우호가 재현되는 날 다시 태어나 당신과 만나고 싶습니다."이 실현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