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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젠 ; 미완성 국가 - 장성주 장편소설
장성주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8월
평점 :
우리는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현재까지 예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코로나 사태가 언제쯤 종식될지 지금 상황으로서는 예견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확진자 숫자가 좀 줄어드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급증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상황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 소설 <네오젠>은 전쟁과 바이러스로 인해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이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자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7년 동안 지속된 전쟁과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두가지였다. 발작, 그리고 무력함, 살아남은 자들 중 대부분은 어딘가 고장 난 듯 동요가 없었고, 일부는 특정한 자극을 받으면 응축된 감정을 미치광이처럼 터뜨리곤 했다."
"그 바이러스는 정확한 명칭이 정해지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온 세상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종말이 오려면 핵이나 기후변화, 아니면 차라리 드라마에서 보던 좀비라도 나와줘야 더 그럴듯했을 것 같은데, 우습게도 전 세계를 집어삼킨 건 고작 인간의 '감정'이었다."
"네오젠의 특권은 총 8가지입니다. 시작, 선택, 제시, 소유, 지명, 번성, 군림, 종결. 그중 애덤은 오직 하나. '선택'만을 가지죠. 반면 파트리키는 총 7개를 갖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포함한 8개 전부는 파트리키 총사령관에게만 허락됩니다.", "중요한 한 가지?", "종결, 끝낼 수 있는 특권입니다.", "끝……?", "모든 일의 끝을 지정할 수 있죠. 그들 스스로가 곧 '시작'이자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숨도 쉬고 말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 거지. 그들은 자기 인격이 손상되었다고 느껴. 감정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끌려다니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해왔던 걸 다 잃어버렸으니까. 목숨은 건졌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지켜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물론 네오젠이 주는 게 적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들의 사상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어. 그래서 난 여기에 남은 거야.", "갈수록 어렵네. 사상?", "네오젠에게 사람은 '자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래서 우리를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려고 한단 말이지."
"3차 대전이 끝난 이후 네오젠은 파트리키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도박, 경매, 그리고 환각, 그건 주로 바깥의 감염자들을 게임의 말로 세우거나, 그들의 감정을 훔쳐 파트리키로 하여금 가상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식이었다. 게임 안에서 감염자들은 항상 죽거나, 다치고, 농락당했다. 파트리키는 감정을 끊어내는 대가로 세상의 우위에 섰지만, 갈수록 더 강하고 뚜렷한 자극을 느끼길 원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세상을 좀 더 확대해석해서 본다면 소설 속의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접종 및 방역대책과 관련하여 일반 시민들이 정부의 통제 속에서 무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유 의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유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내게는 행운임과 동시에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바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은 양분화된 세계에서 폐허와 다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감정을 잃어버리고 네오젠의 통제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이 소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나는 폐허와 다름 없는 세상이지만 자유의지를 가지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포먼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가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 나는 아마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