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남쪽
임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5년 10월
평점 :
품절


돌아보건데 내가 어떤 사람의 인간됨과 그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토록 노력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지난 가을부터 계속된 임철우에 대한 탐구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나의 집요함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막연한 사랑과 동경이었다. 존경이었다.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읽었던 경험은 내게 없다. 그러나 지금 임철우의 글을 모두 읽어가고 있다. 처음엔 희미했던 그의 모습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온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만 너무크다. 내가 알기엔 너무 크게 느껴진다.

첫 번째 임철우.
이 세 글자가 내 귀에 명확하게 다가온 때는 지난 봄이었다. 문학관련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던 차에 친구 녀석이 임철우가 있는 한신대로 가보라는 말을 했었다. 친구의 말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분명 그 전부터 나는 임철우라는 인물을 알고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그의 글을 읽어본적은 없었다. 그냥 어설프게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알고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임철우.
작가론 첫 수업이었다. 젊은 여자강사가 맡은 강의였다. 그 강사는 한 학기 동안 수업으로 진행할 여러 작가들의 목록을 뽑아왔다. 그 목록에는 황석영, 김소진 등과 함께 임철우도 있었으며, 일명 성향 좋은(?) 작가들로 채워져있었다. 그러나 함께 수업듣던 여러 학생들에 의해서 임철우와 황석영이 그 목록에서 지워질 위험에 처했다. 대신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과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작가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취향과 성향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분위기는 내게 거북스러웠다. 나의 억지스러운 고집으로 황석영과 임철우는 다시 부활했다. 두 작가를 내가 맡아서 발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자퇴하고 말았다. 그 수업시간에 두 번째 임철우를 접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임철우
수업을 마치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다. 서점에 있는 임철우의 책은 모두 샀다. 추석연휴 때부터 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봄날』부터 시작된 탐색은 당혹스러웠지만 반가웠다.

당혹스러웠던 것은 섬뜩하리만큼 무서운 그의 원죄의식이다. 『봄날』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듯이 그는 80년 오월 그날에 적들을 향해 짱돌 몇 개 던진 것이 고작이고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것에 커다란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그는 지겨우리만큼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그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니 분명 임철우는 그것으로 부터의 자유로움을 갈구하고 있다. 그것이 아닐 바에는 그의 작품 속에서 정말 '지겨우리만큼' 오월 그날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그의 모든 작품 속에는 읽는 이로 하여금 자꾸 인상을쓰게 만들며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한다. 비루하고, 별 볼일 없으며 그야말로 밑바닥 인생들과 비천한 배경 등이 바로 임철우의 작품세계이다. 그의 세계는 암울하며 억지스러운 밝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픈 세계를 임철우가 고집하는 이유는 연민과 포용이다. 어둠과 아픔을 자기 밖 세계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그것과 호흡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즉 사회적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감싸안는다는 것이다. 애써 그렇게 감싸안으며 편안한 자기 세계를 내던지고 고뇌하는 삶을 살고있는 것이다. 이런 작가를 만나는 독자로써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아직도 역사와 사회에 원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작가를 만나는 것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리운 남쪽』
『그리운 남쪽』은 역시나 다른 그의 작품과 같이 벗어나고 싶은 세계에 대한 묘사이자 연민이다. 80년대 초반에 쓰여졌다는 이 책의 문제의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임철우의 고향과 청년 시절을 보냈던 빛고을에 대한 느낌, 연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섬에 가고 싶다
임철우 지음 / 살림 / 1991년 4월
평점 :
절판


즐거움, 혹은 당혹감
지금까지 읽었던 임철우의 소설세계는 어둡고 음침하며 도망하고 싶은 세계였다. 그런 그의 세계는 원죄의식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91년도에 쓰여진 이 책은 어둡고 음침한 세계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발견되는 한 가닥 빛처럼 희망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다. 그래서 읽는데 책 즐겁고 행복한 책이다.

이런 점이 임철우에게서 발견된 것이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것이며 한편으로는 솔직히 당혹감도 들었다. 평론가들이 뽑은 80년대 가장 대표적인 작가였다는 임철우. 그에게 80년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80년대를 넘어선 90년대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둡고 침침하기만했던 80년대에 쓰여진 그의 소설세계와 90년대 초반에 나온 이 책의 밝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람은 모두 별이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작가가 태어났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완도 부근의 작은 섬마을이야기다.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면서 살았던 섬마을 사람들의 끈끈하고 질긴 삶의 모습을 어린 꼬마 임철우의 시각으로 우숩고도 눈물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입가에 작은 미소 혹은 작은 눈물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라 눈물과 미소는 얼굴에서 계속 교차하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 시작은 할머니 부음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할머니는 여름이면 모깃불 연기가 솔솔피어나는 마당 평상에서 당신의 무릎에 어린 손주를 눕히고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은 모두 별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밤하늘의 별을 떠올리게 했고, 작가를 한밤중의 아파트 옥상으로 이끈다. 그리고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보면서 어린날의 섬사람들과 자신을 떠올린다....

연민과 사랑 사이
이전 임철우의 세계를 연민이라 한다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애정이고 사랑이라 하고싶다. 그리고 어쩌면 너무도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세계에 대한 중압감을 고향과 고향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임철우가 80년 광주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 책 훨씬 이후에 쓰여진 『봄날』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아직도 심적고통을 겪고있는 것 같다.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치유하지 못할 고통으로 신음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가 느꼈을 그리고 느낄 고통과 연민 그리고 사랑. 이것이 바로 임철우가 글을 썼던 이유였고, 앞으로도 써야할 이유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 문화마당 4-017 (구) 문지 스펙트럼 17
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영화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중학생 시절 나는 당시를 풍미했던 홍콩영화에 깊이 심취했다. 적들은 한 방의 총알에 픽픽쓰러져도 총알을 요리저리 잘도 피해다니던 <영웅본색>의 주윤발, 미소년 같은 미소가 압권이었던 장국영, 사랑하는 여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거리를 질 주 하던 유덕화는 하나의 우상이었고 그야말로 닮고 싶은 인물이었다. 또한 주성치의 코미디는 최고였다.

어디 그 뿐인가. 성룡, 홍금보를 앞세운 '쌈박질 영화'와 <폴리스 스토리>, <예스 마담>, <도신> 등의 시리즈는 나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했지만 정말 그 때는 환상적이었다. 나는 혼자서도 극장에 가서 주윤발과 관지림이 나오는 영화를 보았고, 비디오가게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고객이었다.

그러나 나의 그런 시절은 홍콩 영화가 시들해지면서 함께 시들해졌고(물론 지금은 홍콩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는 점차 내 생활에서 벗어났다. 그 후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아니라면 거의 극장에 가지 않게되었다. 그나마 여자친구가 없는 지금은 극장문턱 구경하기 조차 어려워졌다.

그런 내가 얼마전부터 씨네21이라는 영화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사실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 잡지에 실린 조금 '고급스런 글'을 읽기 위해서다. 얼마 읽지 않았지만 난 그 잡지를 통해서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세계를 조금 인식하게 되었고, 이제는 약간이나마 관심이 생겼다.

그 와중에 내가 잡은 책이 바로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였다. 이 책은 싸이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명 '듀나'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싸이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사람답게 글의 형식과 스타일 또한 아주 자유롭고 편안하다. 어쩔 땐 작은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서는 아니다. 그냥 작가가 평소에 보고 느낀 것을 소박하게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이해' 보다는 편하게 영화를 '감상' 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체험이자 활동이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이 책은 영화라는 개별적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는 듯 하다. 모르긴 해도 영화는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초짜에게는 말이다.

딱딱한 개론서 대신 편하게 영화에 다가가거나 아니면 우리네 대중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압록강은 흐른다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서 보다 독일에서 더 유명한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원래 40여개의
이야기를 모아서 엮은 것이나, 이 책에는 24개의 글을 골라서 실었다. 이 글들은 이미륵의 자전적 이야기이면서도, 어느덧 잊혀져가는 우리 자신들의 원형을 망각의 바다로부터 건져내온 은밀하게 일깨우고 있다. 독일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압록강은 흐른다>는 우리 문학수준을 서구에 알리는 공헌도 하고 있다. 간결하고 꾸밈이 없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이국에서 피운 한국문학의 탐스러운 꽃이라 하겠다'
- 책 서평에서 -

<압록강은 흐른다>는 저자인 이미륵의 어린날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독일에 닿게 되는 이야기를 자서전적으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던 19세기 말미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인 1919년 3.1 운동까지 20대 초반을 우리나라에서 보낸다. 그러나 3.1운동의 결과 일본에게 쫓기게 되었고, 이미륵 그 자신도 유럽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국경을 넘고 중국을 통해 독일로 가게된다. 이 책은 여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이후 독일의 생활까지도 책으로 출간하려 했으나 원고 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이 책이 파란만장한 한 개인의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저 조금은 겸손하면서도 부드러운 관점으로 자신의 유년시절과 젊은 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가 어린 날의 가정, 친구, 마을, 학교 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재미도 있거니와 한 개인의 추억을 돌아봄에 있어서 과장 없는 소박하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을 엿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쫓기듯 이국땅으로 간 저자이기에 이 글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쓰여졌을 것이다. 책 속에는 고향과 가족에 애절한 그리움의 표현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그것은 천천히 읽다보면 저절로 느껴진다.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 보다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냥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나는 거대한 격정이나 감동은 없었다. 다만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그의 삶을 훔쳐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삶의 내음을 맡을 수 있으며,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삶을 역동성 혹은 은근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독일에서 발행된 책의 완간이 아니라서 몇 가지 점에서 궁금점이 남는데, 그가 독일에
도착한 후의 가족과 고향이야기 그리고 식민지 조국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것이다. 또한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그가 고국에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는지도 정말 궁금하다.

이 책과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임철우의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성장소설이라 볼 수 있으며, 저자들의 추억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따라서 이 세 권을 함께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서 이미륵의 삶 뿐만 아니라 내 어린 날을 돌아봤으며,
그 동안 살아온 삶을 음미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보면 창피한 일을 한 두 번 겪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일, 관심있는 분야, 가고자 하는 길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쪽팔린'것이고 숨어버리고 싶은 일이다.

주제에 문학을 공부한다는 놈이 그것도 만백성이 자유롭게 훔쳐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독서일기를 올리는 놈이 이제야 『廣場』을 읽었다는 것은 참으로 '쪽팔린'것이다.
사회와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작가라는 굳은 신념을 가진 놈이 읽은 분단 문학이 고작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손님>, 임철우의 <붉은 山, 흰새>라는 사실은 입만 살아있는 꼴통을 반증하는 것이다.(사실 나는 이런 지적을 과거 선생들에게 여러번 지적 받았다. 역시 맞는 말이었다)

최인훈의 『廣場』은 해방공간과 남북전쟁을 시기를 살아가는 주인공 지식인 이명준의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많은 것이 혼란스럽고 중심이 없는 시대에 지식인의 삶과
함께 남과 북의 어지러운 상황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내가 읽은 다른 분단문학과 함께 이 책도 어지러운 역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주인공이다.

남북전쟁에서 포로가 된 이명준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나라가 아닌 중립국으로
가기를 희망했고, 인도로 떠나는 배 안에서 질곡스러웠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그 과거란 해방과 함께 북으로 떠난 아버지와 결국엔 혼자 남게된 자신 그리고 그런 전력을 가진 가족 때문에 경찰에 끌려가 모욕을 당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윤애를 통해 또다른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고, 새로운 광장을 찾아 떠난 북한행이다. 북한에서도 남과 다르지 않은 광장을 확인한 이명준에게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오직 사랑하는 여인 은혜와의 관계뿐이다.

그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이명준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면 과연 자신은 행복할 것인가를 물으며 자살을 택한다. 이러한 결론은 역시나 운명적이다.

광장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생의 공간이다. 그 광장에서 우리들은 관계를 만들고 모색하며 지향점을 찾아간다. 그러나 광장은 언제나 가능성을 간직하고 열려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해방공간을 거쳐 남북전쟁의 상황에서 생의 광장은 밀실이나 다름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밀실에서 생활했던 이명준에게 있어서 생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랑밖에 없었다. 작가 최인훈은 그 사랑이라는 알듯 말듯 한 화두를 바탕으로 이데올로기는 물론 역사와 사람들을 포용하고 있는 듯 하다.

최인훈의 이 책은 그동안 6차례나 개작되었다고 한다. 그 만큼 작가에게 이 책은 소중하며, 삶을 걸고 풀어야 할 화두와 같은 것일 게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크게 배웠던 것은 작가와 그 작가가 만들어낸 창작물과의 관계이다. 최인훈은 서문에서 주인공 이명준이 마치 실존인물인양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명준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작가의 펜을 빌려 나온 이야기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그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일치해가며 함께 나아간다. 그런 끝없는 애착을 이 책을 보면서 느꼈다.

이런 느낌 마저도 참 쪽팔리다. 28살 얼치기 문학도가 이제야 최인훈을 만났다니... 참 쪽팔리다. 앞으로 나의 쪽팔림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면 나는 나의 쪽팔림을 숨기지 않을 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