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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서 보다 독일에서 더 유명한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원래 40여개의
이야기를 모아서 엮은 것이나, 이 책에는 24개의 글을 골라서 실었다. 이 글들은 이미륵의 자전적 이야기이면서도, 어느덧 잊혀져가는 우리 자신들의 원형을 망각의 바다로부터 건져내온 은밀하게 일깨우고 있다. 독일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압록강은 흐른다>는 우리 문학수준을 서구에 알리는 공헌도 하고 있다. 간결하고 꾸밈이 없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이국에서 피운 한국문학의 탐스러운 꽃이라 하겠다'
- 책 서평에서 -
<압록강은 흐른다>는 저자인 이미륵의 어린날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독일에 닿게 되는 이야기를 자서전적으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던 19세기 말미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인 1919년 3.1 운동까지 20대 초반을 우리나라에서 보낸다. 그러나 3.1운동의 결과 일본에게 쫓기게 되었고, 이미륵 그 자신도 유럽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국경을 넘고 중국을 통해 독일로 가게된다. 이 책은 여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이후 독일의 생활까지도 책으로 출간하려 했으나 원고 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이 책이 파란만장한 한 개인의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저 조금은 겸손하면서도 부드러운 관점으로 자신의 유년시절과 젊은 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가 어린 날의 가정, 친구, 마을, 학교 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재미도 있거니와 한 개인의 추억을 돌아봄에 있어서 과장 없는 소박하면서도 애정어린 시선을 엿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쫓기듯 이국땅으로 간 저자이기에 이 글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쓰여졌을 것이다. 책 속에는 고향과 가족에 애절한 그리움의 표현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그것은 천천히 읽다보면 저절로 느껴진다.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 보다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냥 이 책을 다 읽는 동안 나는 거대한 격정이나 감동은 없었다. 다만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그의 삶을 훔쳐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삶의 내음을 맡을 수 있으며,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삶을 역동성 혹은 은근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독일에서 발행된 책의 완간이 아니라서 몇 가지 점에서 궁금점이 남는데, 그가 독일에
도착한 후의 가족과 고향이야기 그리고 식민지 조국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것이다. 또한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그가 고국에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는지도 정말 궁금하다.
이 책과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임철우의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성장소설이라 볼 수 있으며, 저자들의 추억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따라서 이 세 권을 함께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서 이미륵의 삶 뿐만 아니라 내 어린 날을 돌아봤으며,
그 동안 살아온 삶을 음미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