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임철우 지음 / 살림 / 1991년 4월
평점 :
절판


즐거움, 혹은 당혹감
지금까지 읽었던 임철우의 소설세계는 어둡고 음침하며 도망하고 싶은 세계였다. 그런 그의 세계는 원죄의식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91년도에 쓰여진 이 책은 어둡고 음침한 세계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발견되는 한 가닥 빛처럼 희망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다. 그래서 읽는데 책 즐겁고 행복한 책이다.

이런 점이 임철우에게서 발견된 것이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것이며 한편으로는 솔직히 당혹감도 들었다. 평론가들이 뽑은 80년대 가장 대표적인 작가였다는 임철우. 그에게 80년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80년대를 넘어선 90년대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둡고 침침하기만했던 80년대에 쓰여진 그의 소설세계와 90년대 초반에 나온 이 책의 밝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사람은 모두 별이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작가가 태어났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완도 부근의 작은 섬마을이야기다.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면서 살았던 섬마을 사람들의 끈끈하고 질긴 삶의 모습을 어린 꼬마 임철우의 시각으로 우숩고도 눈물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입가에 작은 미소 혹은 작은 눈물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라 눈물과 미소는 얼굴에서 계속 교차하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 시작은 할머니 부음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할머니는 여름이면 모깃불 연기가 솔솔피어나는 마당 평상에서 당신의 무릎에 어린 손주를 눕히고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은 모두 별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밤하늘의 별을 떠올리게 했고, 작가를 한밤중의 아파트 옥상으로 이끈다. 그리고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보면서 어린날의 섬사람들과 자신을 떠올린다....

연민과 사랑 사이
이전 임철우의 세계를 연민이라 한다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애정이고 사랑이라 하고싶다. 그리고 어쩌면 너무도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세계에 대한 중압감을 고향과 고향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임철우가 80년 광주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 책 훨씬 이후에 쓰여진 『봄날』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는 아직도 심적고통을 겪고있는 것 같다.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치유하지 못할 고통으로 신음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가 느꼈을 그리고 느낄 고통과 연민 그리고 사랑. 이것이 바로 임철우가 글을 썼던 이유였고, 앞으로도 써야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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