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영화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다. 중학생 시절 나는 당시를 풍미했던 홍콩영화에 깊이 심취했다. 적들은 한 방의 총알에 픽픽쓰러져도 총알을 요리저리 잘도 피해다니던 <영웅본색>의 주윤발, 미소년 같은 미소가 압권이었던 장국영, 사랑하는 여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거리를 질 주 하던 유덕화는 하나의 우상이었고 그야말로 닮고 싶은 인물이었다. 또한 주성치의 코미디는 최고였다. 어디 그 뿐인가. 성룡, 홍금보를 앞세운 '쌈박질 영화'와 <폴리스 스토리>, <예스 마담>, <도신> 등의 시리즈는 나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했지만 정말 그 때는 환상적이었다. 나는 혼자서도 극장에 가서 주윤발과 관지림이 나오는 영화를 보았고, 비디오가게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고객이었다. 그러나 나의 그런 시절은 홍콩 영화가 시들해지면서 함께 시들해졌고(물론 지금은 홍콩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는 점차 내 생활에서 벗어났다. 그 후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아니라면 거의 극장에 가지 않게되었다. 그나마 여자친구가 없는 지금은 극장문턱 구경하기 조차 어려워졌다. 그런 내가 얼마전부터 씨네21이라는 영화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사실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 잡지에 실린 조금 '고급스런 글'을 읽기 위해서다. 얼마 읽지 않았지만 난 그 잡지를 통해서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세계를 조금 인식하게 되었고, 이제는 약간이나마 관심이 생겼다. 그 와중에 내가 잡은 책이 바로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였다. 이 책은 싸이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명 '듀나'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싸이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사람답게 글의 형식과 스타일 또한 아주 자유롭고 편안하다. 어쩔 땐 작은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서는 아니다. 그냥 작가가 평소에 보고 느낀 것을 소박하게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이해' 보다는 편하게 영화를 '감상' 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체험이자 활동이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이 책은 영화라는 개별적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 전반을 다루고 있는 듯 하다. 모르긴 해도 영화는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초짜에게는 말이다. 딱딱한 개론서 대신 편하게 영화에 다가가거나 아니면 우리네 대중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