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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목욕 기린과 달팽이
리사 비기 지음, 팔로마 코랄 그림, 문주선 옮김 / 창비교육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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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기만 해도 상처를 낼까봐 겁이 났던 아이의 살갗이 떠오른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한 겨울인데도 목욕 한 번 시키고 나면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던 기억도 난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런 소중한 시간들이 모여서 아이가 한 뼘 한 뼘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엄마와 함께 목욕하는 어린 아이의 놀이인가 생각하며 그림을 넘기다 보니, 아이를 목욕시키는 엄마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든 무서워하는 아이든 그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는 아이처럼 상상하고 아이와 같이 생각하게 된다. 비누 거품으로 구름을 만들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고, 수건으로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우다가 갑자기 주변이 바다로 변하면서 파도가 밀려오기도 한다. 동물농장도 아닌데 오리 인형이 등장하고 때로는 방금 마셨던 음료수 병이 꼬르륵 욕조 안으로 잠수를 하며 방귀대장이 되기도 한다.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그때는 힘들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는데 사실은 매순간순간이 행복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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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강영숙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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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으로 사람을 잔뜩 긴장시키는 괴기스러운 영화보다도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는 않았지만 세상 어느 곳에선가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한 현실이 훨씬 두려울 때가 많다. 나와 다름에서 빚어지는 혐오와 숱한 차별은 사회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소통되지 못한 관계는 분열을 낳는다.
임성순의 작품 「몰:mall:몰(沒)」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떠오르게 하는데, 모든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를 비롯해 어제까지의 크고 작은 재난 어떤 것을 대입해도 소환된 기억은 아픔 그 자체로 남는다. 반복되는 인재 앞에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104쪽)’라는 소설 속 마지막 말은 읽는 이들의 마음에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같다.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는 사회안전망에서 재난은 안과 밖 어디에든 내재되어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재해의 현장을 돌아봄으로써 교훈을 얻고자 하는 다크투어리즘이 갖는 의미를 떠올리다 보니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에 나오는  ‘기억하지 않고 나아가는 공동체는 없다’는 말을 되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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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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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으로 투병하고 계시던 저자의 어머니는 병상에서 불쑥불쑥 알 듯 모를 듯한 말씀을 하신다. 다른 누군가가 옆에서 들었다면 전후 맥락 없이 의미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저자는 어머니를 간호했던 1년이라는 시간을 되짚어보고 말씀과 기억을 소환하여 엄마 평생의 사랑의 방식이 죽어가는 과정에도 관철되었’(397)‘음을 깨닫는다. 

 

죽음을 소재로 하여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작품으로는 김훈의 화장’,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등이 있다. ‘화장은 눈부신 젊음의 아름다움과 병들어 죽어가는 육체를 대비하여 생과 사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발병과 죽음의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순된 반응을 보며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의 이유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제 여기에 한 작품을 더 추가하자면 박희병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이 될 것이다. 비교적 쉽게 읽힐 수 있는 인문학적 에세이지만 그가 옮겨놓은 문장과 이야기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 먹먹하고 또 아프다.

 

호스피스 의료 체계를 둘러싼 가족과 의사와 간호사와 간병인,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관심. 누구도 죽음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이 길다. 같은 맥락에서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 힘쓴 외상의사로서 자신이 부딪친 현실과 문제의식의 기록인 이국종의 골든아워가 떠오른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위한 요구가 많다. 언제나 변화의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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