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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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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의 주인공은 아무거나도깨비다. 혹부리 영감의 노래 주머니를 부러워하던 도깨비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어들자 도깨비는 이야기를 모으려고 학교 앞에 문방구를 차린다. 도깨비 아무거나와 주인으로부터 유기당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만 고양이 어서옵쇼는 문방구 안에 신기한 물건들을 진열해 두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기다린다.

 

누구든 고민 없는 사람이 없고 어리다고 해서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민이 가볍다거나 사소할 리 없다. 소중한 가족이나 마음을 나눈 친구들 사이에서, 매일 오가는 일터와 학교에서, 책상 앞에 놓인 일감과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에서, 그리고 문득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늘 흔들리고 방황한다.

 

아무거나 문방구를 찾는 아이들은 신기한 물건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것이 자신의 고민을 사라지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물건을 갖고 되돌아온 아이들은 아무 이야기나 해달라는 도깨비의 주문에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술술 털어놓는다. 그리고 마음에 품은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고 용기를 얻는다.


아무거나 문방구에 진열된 물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 속 소재들이 21세기 버전으로 부활한 듯 흥미롭기만 하다. 달달 샘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젊어지는 신기한 샘물과 함께 삼년 고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강아지 가면은 소가 된 게으름뱅이가 머릿속에 그려져서 슬쩍 미소 짓게 된다. 그리고 더블더블컵은 욕심 많은 고을 원님이 신기한 항아리에 빠진 자신의 아버지를 꺼내고 또 꺼내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어쩌다 빨간부채파란부채 세트를 가져간 아이가 있으니 아무거나 문방구2권에서는 코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이야기가 새로운 버전으로 탄생할지도 모른다. 일본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20권을 끝으로 시즌1을 마감했는데, 아이들의 호기심과 독서력을 자극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작품이 나와서 너무 좋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전래동화를 찾아보면서 , 그거네~!’ 하는 추억 소환이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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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대단해! - 씨앗의 모든 것 지식곰곰 15
에바 포들레시 지음, 김영화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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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예보가 있다고 하면 기본으로 일주일은 내렸다 그쳤다 흐렸다 셋 중에 하나이다. 이게 봄이 맞는가 싶던 참에 모처럼 햇빛이 쨍하고 빛나는 기분 좋은 봄날이다. 때마침 학교에서 상자 텃밭에 가꿀 모종도 나눠주고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거즈가 스탬프를 찾던 중에 짠하고 등장한다.


노작 활동이라는 낱말이 지덕체만큼이나 오래된 세월의 느낌을 주지만 나는 노작 활동의 수고로움과 즐거움에 빠져보기로 했다. 과학실에서 받아만 놓고 거즈를 찾지 못해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강낭콩도 접시에 올려놓았다. 슬기로운 텃밭 생활을 이룰 수 있으려나 걱정이지만 이제 햇빛, 바람, 비 등 자연의 도움을 받아 마음과 정성을 다하며 기다려 보는 것이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니 작지만 대단해!라는 책이 더욱 남다르게 읽혔다. 씨앗의 모든 것을 다룬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인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느낌이다.


작가 에바 포들레시는 모든 동물의 중요한 식량이 되는 씨앗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통해 씨앗이라는 작은 몸 안에 숨은 신비로운 세계를 소개한다. 속씨식물과 겉씨식물의 특징에서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씨앗의 신기한 생김새와 특징까지도 세밀한 그림을 통해 보여 준다.


또한 씨앗의 다양한 번식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고, 씨앗의 다양한 활용법을 부엌, 빵집, 카페 등 친숙한 장소를 통해 구체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기름집을 표현한 그림이 신선했는데 씨앗을 이용해서 짜낼 수 있는 기름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니 놀라웠다. 씨앗의 쓰임새를 알려주기 위해 물건을 어떤 재료로 만들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씨앗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


누구든 이 책을 읽는다면 주변의 작은 씨앗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우리 생활 곳곳에 함께하고 있는 씨앗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작은 씨앗 안에 담긴 수많은 정보를 통해 씨앗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다는 일반적인 사실에서 한 발 나아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씨앗의 존재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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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에너지 시민학교 -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에너지 활용법 생각을 더하면 16
파비오 레오카타 지음, 프란체스코 파냐니 그림, 김배경 옮김, 서울과학교사모임 감수.추천 / 책속물고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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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혁명 이후 급속도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인류는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로 인해 대기권, 해양권, 빙권, 생물권 등에서 광범위하고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산업화 이전 지구의 평균온도와 비교하여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상승치로 제시한 임계온도는 섭씨 1.5도이다. 해수면의 상승과 생태계 파괴 위험, 폭우폭설홍수한파 등의 극단적인 기상 변화, 가난한 나라에게 더 추운 겨울과 더 더운 여름이 기다리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 등 우리는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해 공부하려고 할 때마다 아이들이 익히 들어본 적 있는 이 사회적 이슈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곤 한다. 우리가 들어본 적 있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때때로 두루뭉술하고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행동하는 에너지 시민학교는 경제 발전과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이끌어 온 에너지의 긍정적인 영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할 방법을 올바른 에너지 개발과 선택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다양한 측면을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 에너지에서부터 태양, 풍력, 바이오 등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살펴보면서 에너지 사용 문제에서 파생되기 시작한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를 이끌어낸다.

 

목차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1교시에는 인류와 함께해 온 에너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2교시에는 인류가 사용해 온 여러 가지 에너지원의 특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3교시에는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 유지 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태양에너지에 대해 알아보고, 4교시에는 지구를 살리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희망적인 미래 사회를 떠올려본다.

 

또한 기후 위기, 에너지 불평등과 기후 불평등,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 등에 대해 공동사고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의 예를 제시하여 어린이들이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한다. 그래서 이 책의 목차 흐름대로 학습활동을 구성한다면 환경 오염와 기후 위기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인류와 늘 함께해 온 에너지이지만 환경을 바로 알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한 최선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기업과 시민 단체를 포함한 우리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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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우주 사계절 아동문고 111
길상효 외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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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우주는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나를 만나고 가장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야기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면서도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로 가득해서 뭔가 낯설고 특별하다. 하지만 그 안에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실수하고 생각하며 성장하는 이야기 밖의 우리를 닮아 있어서 공감과 울림을 준다





내가 좋아서는 머리 위에 피워내는 꽃의 이름으로 인정받고 기억되는 세상에서 나라는 우주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아직 꽃 피울 때가 되지 않았거나 꽃 피울 일이 없는 아이들은 머리에 아름다운 봄꽃을 피워낸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다. 일찍 향기로운 봄꽃을 피워낸 조이는 꽃송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의 눈부신 봄꽃에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덥수룩한 잡초 더미를 얹고 다니면서도 의연한 강이와 학교를 빛낸 자랑스러운 봄꽃 어린이인 사촌 언니가 머리를 박박 밀고 나타나면서 봄마다 봄꽃송이만 세워본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이제 조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38) 이제 조이는 봄꽃 대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머리를 간질이며 뿌리 내리고 있는 작고 여린 것이 언젠가 자신의 이름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티콘 필터의 주인공 유나는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친구 지이가 전학 오면서 고민에 빠진다. 친구들이 자신과 지이를 헷갈려하는 것이 싫고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는 지이가 못마땅해서 이모티콘 필터를 이용해 모습과 표정을 바꾼다. 미술 대회 준비를 위해 연습실에서 함께 남아 그림을 그리면서 갈등은 점점 커진다하지만 미술 대회에서 같은 주제라도 자신과 지이가 그려내는 작품의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이모티콘 필터를 끄게 된다. 이제 유나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지이에게 내밀면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될 것이다.

 

(66) 같은 풍경, 닮은 얼굴, 다른 그림들...... 우리의 외모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고 해도, 어쩌면 뇌의 생김새까지 비슷하다고 해도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당연하다. 나는 나일 뿐이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그 애를 의식하고 비교했을까?

 

우울할 땐 모하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영이가 나만의 우주를 찾아나선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모님께서는 미술 학원을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그런 소영이 앞에 우울을 자기 의지로 다스리는,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고 늘 평온한’(86) 우울력자 모하나가 전학을 온다. 하나와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소영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그림 블로그 소개 동영상을 통해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이제 소영은 붓끝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화가가 될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림으로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 신나게 하는 거? 행복하게 해 주는 거, 맞아?’(105) 라며 기쁘게 외치던 소영처럼 나라는 우주를 읽는 내내 해랑 작가님이 그려낸 이야기들 덕분에 많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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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ㅇㅅㅎ 사계절 그림책
김지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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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펼치자 또야?’ 라는 말과 함께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의 주인공이 보인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인공에게 이사와 전학은 처음이 아닌가 보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고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지영 작가의 내 친구 ㅇㅅㅎ은 전학온 학교에서 주인공이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가까이 다가설 때의 두려움과 떨림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친구를 사귈 때 갖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거쳐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색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이상하고 요상하고 얍삽한 친구들도 보인다. 그러던 중 내 이상형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며 친해지지만 가만히 보면 내 친구에게도 이상하고 요상한 점은 있다. 가끔은 친구에게 서운함과 야속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손을 먼저 내밀어주거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 요술처럼 마음이 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익숙해지고 같음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친구가 된다.

 

내 친구 ㅇㅅㅎ은 작가의 이전 작품인 내 마음은 ㅅㅅㅎ와 같이 글자 놀이 느낌을 준다. ‘ㅇㅅㅎ로 이루어진 단어들이 이렇게 많았나 새로우면서도 새 친구 사귀는 일의 떨리는 마음을 다양한 품사들의 단어와 연결지어 표현한 점에 놀라웠다.



우리 가족은 이사해.’ 로 시작되어 내 마음도 이제는 이사해.’ 로 마무리되는 구성이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 좋은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응원하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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