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모든 것 십대톡톡 6
김성호 지음, 박상훈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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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문맹이라는 말이 있다.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돈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건데 낭비벽이 있다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다 저장해두는 편은 아니지만 돈을 제대로 활용한다고는 보기 어렵고 큰돈을 만들어 보려는 욕심도 없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주식 시장, 외환 위기, 환율 변동 등의 경제 현상에 어둡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등장에 낯설다. 이런 까닭에 돈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보았을 때 금융 문맹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은 화폐의 역사와 돈의 속성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돈이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비트코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등장했으며 어떤 원리로 화폐의 기능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 환율, 인플레이션, 통화량 등의 경제 개념과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피자 두 판을 비트코인 1만 개와 교환한 최초의 비트코인 사용 기록, 미국인 사업가의 머리에서 탄생한 현금 없이도 밥값을 지불할 수 있는 신용카드의 등장, 2008년 외환 위기 이후로 달라진 시장 경제의 흐름 등 흥미로운 사건과 예화 덕분에 딱딱한 경제 개념과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물가가 오르는 이유,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차이, 미국 대선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 안전하다고 믿었던 은행들의 파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해온 돈과 관련된 경제 현상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요즘 학생들이 공부로는 부자 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 보여주는 세상이 돈이 주도하는 변화로 점철되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돈의 진짜 속성과 거대 자본의 흐름 등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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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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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은 실존 인물인 조선 유일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과 가난한 양반의 딸 '덕주'가 최초의 한글 실용 백과사전 규합총서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역사동화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생활백서라고 불리는 규합총서1803년 빙허각 이씨 부인이 지은 책으로, 규합은 여성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뜻하고 총서는 한 질을 이루는 여러 권의 책을 의미한다.


사대부의 도리를 중요시하는 아버지는 덕주에게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나이가 들어서는 아들을 따르는 것이 여인의 도리라고 가르친다. 덕주가 살던 시대에는 여성이 자신을 낮추고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덕주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진짜 세상의 이야기로 마음이 일렁인다.

 

(27) “꿈꾸지 말라는 책을 봐도 마음은 자라니, 참으로 곤란한 노릇이지.”

 

말할 수 없는 답답함과 세상을 향한 궁금증으로 새벽마다 언덕을 헤매던 덕주는 빙허각이라는 호를 쓰는 은행나무 집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처럼 '눈에 불이 담긴' 덕주를 한눈에 알아보고 제자로 받아들여 덕주가 꿈을 향한 열망을 키워가며 원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151) “왜 쓰느냐. 그 답은 네가 한 말 속에 있겠구나. 내가 일평생 해 온 일이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이니까. 설령 누군가는 고작 여인의 일이라 깎아내리고, 또 그 일이 거칠고 고되다고 외면하더라도 그 속에는 내 경험과 삶이 들어 있으니까. 그건 어떤 책에서 읽는 글귀보다 귀하지 않겠니.”

 

(152) “넌 이야기를 끌어내는 재주가 있지. 그걸 책으로 쓰면 되겠구나. 네가 귀 기울여 들은 목소리들이 힘이 되어 줄 게다.”

 

빙허각이 공책의 마지막 쪽에 써놓았던 규합에 어찌 인재가 없으리오’(62)라는 문장처럼 주변을 둘러보니 좋은 약초 고르는 법, 생선 말리는 법, 베를 비단처럼 곱게 짜는 법 등 동네 아주머니들의 비법에는 그들만의 빛나는 이야기가 따라붙어 있었다. 시대적 한계와 나이의 차가 지닌 틀을 넘어서 덕주의 성장을 응원하는 멘토 빙허각과 주변 인물들의 지지에 힘입어 덕주는 자신만의 책을 쓰겠다는 꿈을 품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빙허각, 윤보의 어머니, 그리고 덕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빙허각은 친정과 시댁 등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학문을 계속하고 남편의 지지와 응원 속에 당시 여성들과 달리 시대를 앞선 삶을 살 수 있었다. 물론 집안이 몰락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옛글을 구해보며 견문을 넓혔고 생활이 조금 안정되면서부터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책으로 남기고자 마음 먹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응원했고 완성된 책의 제목도 직접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런 빙허각도 남편이 죽은 뒤 자기 목숨을 스스로 버렸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 또한 사회 안에서 여성이 갖고 있는 한계와 불안하고 위태로운 처지에서 빙허각 자신도 자유롭지 못했던 반증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책에 실제로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돌아가신 윤보 어머니의 삶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누구보다 웃음이 밝았던 연홍은 숨어서 책을 읽고 밤늦게까지 몰래 글을 쓸 정도로 학문을 좋아했지만 집안 어른들의 질책으로 마음 고생만 하다가 쉽게 저버린 꽃이 된다. 빙허각을 보면서 신사임당이 떠올랐다면 윤보의 어머니를 보면서는 허난설헌이 떠올랐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덕주가 글 쓰는 일을 들켰을 때, 어머니는 마음대로 하라며 무심한 듯 더 큰 응원을 던지지만, 아버지는 왜 험한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크게 반대한다.

 

(180) “뜻을 가진 여인들은 꺾이기 마련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꺾이지 않을 거예요. 온갖 요령을 다 부려서 저를 지킬 거에요. 미꾸라지처럼 잡히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게 헤엄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셔요. 저는 잘 살 테니까.”


덕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세상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할 글쓰기를 꿈꾸며 자기 뜻을 꿋꿋이 펼쳐 나간다.


꿈꾸는 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기까지 한다면 최고겠지만, 그 과정이 힘들다는 것쯤은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흔들리고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눈치채주고, 지지와 격려로 토닥여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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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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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오래 전이라 불량한 자전거 여행1권의 신호진 얘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모험이나 도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초등학생의 일탈이 다소 무모하게 생각됐고, 잔뜩 심통이 난 호진이의 모습에서 말썽꾸러기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호진이를 책으로 만나니 자전거 여행을 나선 근거 있는 반항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느덧 그의 자전거 여행을 응원하게 되었다.


호진이 가족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던 열린 결말 뒤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 2, 3권에 이어 드디어 불량한 자전거 여행4권을 만났다. 전라도에서 강원도,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제주도 한 바퀴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렸을 호진이가 이번에는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난다.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감춰져있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고, 건강이 많이 좋지 않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순롓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려는 할머니의 의지와 순롓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긴 여정의 끝에 도착한다.


작가는 호진이의 네 번째 이야기를 쓰려고 했을 때 산티아고가 떠올랐고, 글을 쓰기 위해 실제로 중학생 아들과 산티아고 순롓길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티아고의 긴 여정에서 볼 수 있을법한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호진이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에 현실감이 더해진다.


퇴직하면 산티아고 순롓길을 가는 게 소망인 사람보다도 내가 오히려 들뜬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레네 산맥을 넘은 나폴레옹길이구나, 순례자 증명서가 크리덴셜이래, 근데 조개껍데기는 어떤 의미로 달아주기 시작했을까, 공립 알베르게와 사립 알베르게가 있데,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면서 호진이네 가족과 함께 걷는 기분이었다.


(225)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시간은 공짜 같지만 결코 무제한은 아니다. 시간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많이 해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다.

 

(238)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세상 사람들이 보내는 시간의 무게는 다 다를 거였다.

 

우리는 시간의 유한함과 생과 사의 느닷없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혼자서 고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오신 외할머니도, 꿈을 접고 모두가 가는 방향을 당연한 듯 선택했다던 부모님도, 그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삼촌도, 중학생이 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호진이도, 그리고 나도.... 모두가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저마다 보내는 시간의 무게가 다를 것이다.  


그래도 가끔씩,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천사가 나타나’(34)기도 하고 천국은 딱 침대 크기만 되어도 충분’(61)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잘될 거야, 하늘에 맡겨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줘요’(160) 라고 나직이 자기 최면을 걸어보기도 한다.

 

(239) 지금까지 인생은 자전거 여행과 같다고 생각했다. 자전거에서 내리면 나는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자전거에서 내리더라도, 인생은 걸어서라도 어떻게든 계속 가야 하는 순례였다. 어디를 가든, 어떻게 가든 과정이 더 중요한 여행. 과정이 아름다우면 결과가 어떻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며칠 전 옷장 정리를 하다가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입었던 작은 수영복을 발견했다. 여름마다 바닷가에 워터파크에 함께 놀아주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때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나랑 놀아주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꿈과 도전 의식을, 방황하고 흔들릴 때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려고 노렸했을까.... 호진이의 말처럼 어디를 가든, 어떻게 가든 과정이 더 중요한 여행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따라 불량한 자전거 여행1~4권을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각자의 고민으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을 테니까, 그런 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철없이 웃고 떠드는 연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불투명함 속에서 용기를 내고 믿음으로 같이 걸으면서 중학생이 될 새 봄을 기다리고 를 만나는 여행을 꿈꿀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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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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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의 일부가 때로는 나의 전부가 문장 안에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문장의 길이가 비교적 짧아서 빠른 호흡으로 어렵지 않게 읽힌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되돌아보니 그것은 공감대와 친숙함에서 비롯됐다.

김려령의 소설집 『기술자들』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은 ‘황금 꽃다발’을 품에 안는 것과 같은 진귀한 태몽을 갖고 태어난 이들이 ‘이것저것’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갑자기, 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갑자기 톨스토이가 떠올랐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보편적이기도 하고 특수하기도 하니 애매하다. 다만 우리의 삶에서 기대했던 순서가 어긋나고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평범한 일상의 일들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엄마가 보관해 둔 자신의 어릴 적 물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상자, 38쪽) 저울질 된 후 이별을 통보받는 황당함을 겪는다. 또한 학창 시절에 있었던 오해 때문에 ‘싫음의 감정은 노력으로 벗어날 일이 아니’(오해의 숲, 197쪽)라고 생각하며 인간 관계 속에서 미리 담을 쌓고 경계한다. ‘어릴 적에는 괜한 엄살로, 이번에는 잔꾀로 수술을 밀어붙여’(뼛조각, 101쪽)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유년 시절을 왜곡하는 이기적인 아들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삶에 순응하며 삶을 이끌어가고 비뚤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을 응원한다.

‘부지런히 살았다고 해서 돈도 부지런히 모인 것은 아니나, 어미가 자식놈 산 세월을 알아주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겠나’(황금 꽃다발, 78쪽) 인정받으며 욕심 없이 일상을 꾸려가는 착한 아들이 있다. ‘불량 가족사는 내 가족만으로도 충분한(세입자, 165쪽)’데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월세로 들어간 아파트에서 자신이 세입자임과 동시에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고 차라리 행불자를 선택한 딸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멀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나 ‘착각과 오해로 인한 창살’(오해의 숲, 201쪽)에서 벗어나 비로소 홀가분해진다. 엄마는 ‘곁에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필요해서 있어야 하는 사람’(청소, 228쪽)과 같았기에 다 닦고 다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고 긴 시간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중에서 단연코 표제작이 마음에 와 닿았던 까닭은 어떤 이유로든 해야 했던 일들이 ‘무용지물 같으면서도 동시에 잡스러운 든든함’(기술자들, 35쪽)이 된다는 토닥임 덕분이었다. 내가 무엇이 아니어도 된다는 포용과 이것저것이어도 좋다는 다정함이 좋았다.

** 내가 책을 고르는 몇 가지 기준에는 디자인도 포함된다. 동명이인인 배우에 관한 글이 끝없이 연결되는지라 검색창에 정확히 ‘창비 디자인 박정민’이라고 썼다. 나는 책에 관해서는 무엇도 아니고 이것저것조차 될 수 없지만 책날개에서 박정민님의 이름을 발견할 때마다 늘 감탄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빛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는 뜬금없고 부담스러울테니 응원합니다, 로 하겠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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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뜨거워지는 건 소 방귀 탓 한울림 생태환경 그림책
상드린 뒤마 로이 지음, 에마뉘엘 우세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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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르웨이의 거대한 빙하 앞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주최로 피아노 콘서트가 열렸다.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북극 얼음을 녹이는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환경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북극의 비가를 작곡하여 연주했다. 주위를 하얗게 둘러싼 빙하 앞에 놓인 검은 피아노와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나오는 선율이 주는 처연함과 경건함을 잊을 수 없었고, 피아노 건반만이 움직이는 와중에도 떨어져내리는 빙하의 소리를 기억한다.


그로부터 모두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림책을 골라 함께 읽었다. 때로는 북극곰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때로는 스웨덴의 한 소녀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때로는 탐사대가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범위는 바다일 때로 땅일 때도 대기일 때도 있었다.


그런 다양함 속에 지구가 뜨거워지는 건 소 방귀 탓은 제목부터가 특별하다. 방귀만 나와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다가왔다가 지구온난화와 소 방귀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궁금해한다. 기후가 고장난 지구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물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연다. 극지방 동물들은 빙하가 녹아내려 갈 곳을 잃었고 극지방 근처 초원은 홍수로 몸살을 앓는다. 오랜 가뭄에 물과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태양열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범인이 소 방귀라고?


방귀 속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 프레온가스와 함께 지구를 뜨겁게 만든다. 다만 문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가 딱 한 마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되새김질을 하면서 위에서 메탄가스가 나오는데, 이 메탄가스는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고 한다. 그런다고 지구상에서 소를 없애버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동물 대표들은 소의 방귀를 이용하기로 하고 모든 소들은 방귀 장치를 다는 데 동의한다. 드디어 소 방귀를 연료로 활용할 새로운 공장이 문을 열지만 공장을 짓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극지방의 빙하는 거의 다 녹아버린 상태가 된다. 만약에 빙하가 녹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지구종말시계가 있다. 원래는 핵전쟁 등으로 인한 지구 종말을 자정으로 가정하여 핵물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2007년에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구온난화가 포함되었다. 지금 지구종말시계는 90초 전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기후 위기는 생태계의 변화와 함께 물과 식량 위기, 환경 난민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실천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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