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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말들
박희병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으로 투병하고 계시던 저자의 어머니는 병상에서 불쑥불쑥 알 듯 모를 듯한 말씀을 하신다. 다른 누군가가 옆에서 들었다면 전후 맥락 없이 의미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저자는 어머니를 간호했던 1년이라는 시간을 되짚어보고 말씀과 기억을 소환하여 ‘엄마 평생의 사랑의 방식이 죽어가는 과정에도 관철되었’(397쪽)‘음을 깨닫는다.
죽음을 소재로 하여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작품으로는 김훈의 ‘화장’,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이 있다. ‘화장’은 눈부신 젊음의 아름다움과 병들어 죽어가는 육체를 대비하여 생과 사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발병과 죽음의 과정에서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순된 반응을 보며 인간이라는 존재와 삶의 이유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제 여기에 한 작품을 더 추가하자면 박희병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이 될 것이다. 비교적 쉽게 읽힐 수 있는 인문학적 에세이지만 그가 옮겨놓은 문장과 이야기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 먹먹하고 또 아프다.
호스피스 의료 체계를 둘러싼 가족과 의사와 간호사와 간병인, 그리고 국가와 사회의 관심. 누구도 죽음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이 길다. 같은 맥락에서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 힘쓴 외상의사로서 자신이 부딪친 현실과 문제의식의 기록인 이국종의 ‘골든아워’가 떠오른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위한 요구가 많다. 언제나 변화의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