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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수식어 - 더 큰 세상을 향한 전후석의 디아스포라 이야기
전후석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동안 9·11사태 이후 20년간 지속된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으로 공식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를 도왔던 현지인들을 기적적으로 구출하여 국가로서의 책무를 수행했다. 이제 남아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이 책이 묻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에서 절대 다수의 일원이었고 존재 자체로 내 가치나 존엄성을 시험받는 경험을 한 적이 없(76쪽)’겠지만 ‘이념과 가난, 오해와 불신으로 야기된 얼룩진 현실(140쪽)’에서는 ‘계획, 전략, 원칙, 성공(197쪽)’에 갇혀 때때로 소외되고 외면당한 적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의 삶이 이러한데 사회적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할까. 사회적 소수자란 장애인, 다문화, 탈북민, 난민,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빈곤층, 실버 등 신체적․문화적․사회경제적 특징 때문에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으로부터 구분되거나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서로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자신과 다른 것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나는 평범한 개인이지만 내 앞에 붙는 수식어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존재 자체로서 갖는 의미 이상으로 그 수식어를 더 아름답게 더 빛나게 하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얼마나 스스로를 채근하고 다독이며 보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는 걸 알면서도 무엇을 위해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했을까. 그리고 그런 노력들 안에 공공성을 지향하는 것들이 있기는 했을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폭력들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늘어가는 디아스포라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특정한 지리나 국가에 국한된 정체성을 초월해 인류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211쪽)’이라는 세계 시민 정신에 입각해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노력과 움직임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