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하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집 『세상 따위 멸망해도』를 만났습니다. 모두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는데, 익숙한 소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낯선 소재 속에서 오히려 익숙한 감정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청소년 소설을 아이와 함께 종종 읽고 있어요. 그런데 의외로 예상치 못한 재미와 위로, 때로는 감동까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아 나도 이 시절에 이런 고민을 했었지, 우리 아이도 이런 고민을 하려나?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청소년 소설을 읽는 시간이 여러 의미로 즐거운 것 같아요.
사실 제게 단편소설은 늘 더 어렵게 느껴지는 영역입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면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생각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인지 곱씹어 보게 됩니다. 아직 제 역량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르지만요.
'죽음보다 끈질기고 엉망으로 일그러진 그럼에도 눈부시게 빛나는 일곱 조각의 사랑'
책 소개 글의 문장을 읽고는 조금 난감한 기분이 들었어요.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이런 표현을 썼을까? 쉽게 짐작할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소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이 문장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실려 있는 소설은 「에그」입니다. 소설 속 '에그'는 엄마 아빠의 좋은 유전자만을 선별해 완벽한 아이를 만들어 내는 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주인공은 이 에그를 통해 태어났지만, 뛰어난 능력도 좋은 외모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어요. 그런 주인공이 스스로를 불량품이라 치부하게 되는 것은 비극적이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은 그런 주인공을 일견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바로 그 배려가 아이를 더 처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와는 다른 불완전한 존재라고 확인해 줄 뿐인 것이지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요, 어쩌면 아이는 그 순간에 비로소 자유를 얻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우투리 토우」였어요. 우리나라 설화를 가져다 쓴 것도 재미났고, 소통하지 못하고 결국 깨어지는, 주변에 참 있을 법한 한 가족의 모습도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 상처받은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어떻게 스스로 고립되어 가는지도 볼 수 있었죠. 그럼에도 희망이 보이는 건 그 곁에 늘 함께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 더 기억에 남았어요.
그 외의 작품들도 모두 재밌게 읽었답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사랑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이었고,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반전과 숨은 이야기들이 주는 재미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님의 필력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다양한 소재들 역시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 덕분에 책 읽기가 어려운 친구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스토리만 재미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인간의 본질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여러 단면들을 담겨있었어요.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 말고 때로는 아프고, 혼란스럽고, 상처를 남기는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께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라 권하고픈 소설집입니다. 서로 어떤 장면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어떤 주인공에 가장 공감이 가는지 등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과 생각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모양의 사랑이란 감정을 만나 볼 수 있는 단편소설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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