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기질을 타고났다. 우울증에도 취약하고 약간의 불안과 강박증도 가지고 있어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가 없어서, 그럭저럭 잘 지내다가도 삶의 변곡점에 다다르면 불안과 우울감이 치밀어오른다. 최근 마주하게 된 이런저런 변화들이 다시 나를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게 만들기 전에, 미리 대처하고 싶어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기대했던 것보다 책의 짜임새가 촘촘하지 않아 아쉬웠다. 어떤 근거나 이론에 기대기 보다는 작가의 의사로서의 직접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나 편지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조금 중언부언하는 내용도 있고, 같은 명제에 대해서도 맥락이 달라지면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같은 병이라도 환자가 살아온 맥락이나 환자가 가진 기질에 따라 증상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을 하다보면 어떤 보편성에 기대기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보다 많은 대중/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차라리 이론을 설명해야 할지라도 조금 통일성 있는 이야기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그렇지만 오랜 기간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전하는 이야기인만큼, 인생 선배로서 그리고 전문가로서 분명히 도움이 되는 말이나 생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다 아는 이야기’같아도 남의 입을 빌려 들으면 크게 와 닿을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