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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묻다
송은일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시간의 먼지가 달라붙듯 사랑이 묻으면 사랑하고, 사랑하다 괴로우면 사랑이 뭔지 묻고, 물어도 사랑이 뭔지 모르겠으면 사랑을 파묻어 숨기거나 없애고, 그 과정을 되풀이 하며 흘러가는 우리들의 생...
작가의 느낌처럼 나도 책을 덮으며 아쉬움이 남았다. 꼭 꼬집어 뭘라고 말할 수 없는 그 아쉬움들...
책의 제목처럼 혹시 작가가 나에게도 사랑을 묻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는 결혼 이주민 여성이 꿈을 이루려 애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했다고 한다. 조선족 여성인 최부용을 통해서 말이다.
스무살인 최부용은 조선족으로서 가난으로 인해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돈을 받고 한국 남자인 남겸의 아내가 된다. 몸은 어른이지만 일곱살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진 남편 겸을 부용을 첫날부터 본의 아니게 밀쳐냈었다. 그리고 자부심과 전통을 가진 하백당의 식구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연로하신 할머니와 몸이 편찮으신 시어머니를 챙기느라 그녀의 하루는 바쁘고 고단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시누이 실의 도움으로 어학당도 다니며 배움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픈 언니나 친정 식구들 걱정도 잠시 잠시... 현재의 삶이 바쁘기만 한 부용이였다.
그러던중 남편 겸의 소꿉친구인 고영라가 겸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백당의 식구들은 조용히 그 일을 덮어두며 처리한다. 그리고 얼마후 영라는 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하지만 알고보니 남편 겸은 불임이였다.
그런 사실들을 알지만 묵묵히 보고만 있었던 부용은 어땠을까?... 어쩌면 다른 이주 여성들도 부용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며 어쩌면 더 힘든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백당의 식구들을 한가족처럼 느끼며 좋았던 부용에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기는데, 남편 겸이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시누이 실과 시동생 며의 행동들을 보면서 나로선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부용이 안스럽기만 하다.
내딸 내 식구처럼 품어주면 더 좋을것을... 싶은 안타까움이 생기는 반면 그럴수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해 본다.
한동안 방송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의 가출로 인해 한순간에 부서지는 가정과 범죄, 취업만이 목적인 거짓 결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마도 그런 그네들에게는 사랑은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꿈을 쫒아, 어쩌면 돈을 쫒아 왔을지도 모를 그녀들...
부용은 하백당에서 생활하며 따뜻한 사랑도 받아보고, 현실도 배워가며 인내하며 한 남자를 남자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영라의 죽음으로 인해 부용은 자신도 그녀처럼 될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남편과 마지막을 함께 있었지만 눈 내리던 추운날 그녀는 자신의 차안에서 동사한채 발견되었다. 겸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하백당의 식구들은 알고 있었지만 모두들 아무일 없는듯 지내는 모습들을 보며 부용은 무섭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마음도 접힌다.
사랑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작가도 삶에 무슨 정답이 있겠냐고 했듯이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자기가 생각한 것이 정답이 아니겠는가...
결혼 이주여성들의 아픔이나 생활들이 조금은 덜 와닿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본인이 아니기에 그녀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자꾸 늘어가는 국제결혼으로 이주여성들이 늘고 있는 이때 그녀들이 한국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고, 사랑하며 어울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