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사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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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하인의 이전작 중 <국화꽃 향기>에 대하여 서평을 남긴 적이 있다. 그 때 그 작품에 대하여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을 적절히 융합하여 만들어 낸 '나름대로의' 성공작이라고 적었다. 이번 <아침인사>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국화꽃 향기>만큼 재미는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소재면이나 내용면에서 <국화꽃 향기>에 비해 큰 발전이 없다. 오히려 전작보다도 더 퇴보한 듯한. 마치, 전작의 유명세를 이어 한 번 성공해보고자 하는 듯한 의도까지 내비치는 느낌.

'...그다지 극적인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던 남녀가, 만난 기간은 단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남녀가,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이나 떨어져 지내면서 사랑을 키우다가 우연히 여자는 죽을 병에 걸려버렸다.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르는 채,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보니 여자는 병에 걸려 있었다. 사실을 모를 때는 그녀를 증오하다가 사실을 알고 나서는 주위의 좋은 조건들을 모두 마다하고 직업까지 내팽겨치고 시한부 인생의 그녀와 결혼하고 사랑을 나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인이라서 다른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죽어가는 여인과 사랑을 키운다...'

정말 말 그대로 너무나도 통속적이지 않은가? <국화꽃 향기> 또한 통속적 내용을 다루었지만, 그 내용이라든가 구성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정당성과 통일성을 갖추고 있었다. 소재가 통속적이라 할지라도 그 표현력에 있어서 그 사랑의 절절함을 잘 묘사해 낼 수 있다면, 그 소설은 그 나름대로의 값어치를 지닐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침인사>는 그만큼이 되지 못한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사랑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작가이기에, 그래서 더 아쉬운 작품이 바로 <아침인사>이다. 최근에 나온 <허브를 사랑하나요?>는 그나마 나은 <국화꽃 향기>가 될 지, 가슴 한 가득 허무함만 남기는 <아침인사>가 될 지 조금은 궁금하다.

하지만 이미 <아침인사>로 인해 흐려진 내 감성이 작가의 새 소설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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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미 유어 드림 -상
시드니 셀던 지음, 정성호 옮김 / 북앳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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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절판


'내 안에 나 아닌 또 다른 이가 존재한다...?'

어둑어둑한 밤,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누군가가 날 미행하는 느낌이 든다면,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누군가의 흔적이 방 안에 감돌고 있다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심지어는 잠들어서까지도 누군가가 나를 항상 주시하고 있는 느낌에 사로잡힌다면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은 마치 어느 스토커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그린, 심리적 추리 소설처럼 시작되어진다. 깨어진 거울 속에 비치는 한 여자의 여러 얼굴이 그려진 책 표지처럼, 갈갈이 깨어지고 찢어진 한 여성의 삶을 묘사해내려는 듯. 그런데 1권 중반 이후로 치닫으면서, 소설은 느닷없이 독자의 뒤통수를 내리친다. 강렬하게.

이제까지 소설에서 묘사되어온 세 여성은 모두 한 사람이라는!

소설의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전혀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내려간 책이었기에, 더더욱 그 느낌은 강렬했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모든 긴장감이 일시에 쭉 해소되어버렸다. '그 다음부터 묘사되는 것은 주인공 여자의 '다중인격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일련의 일들 뿐이겠지? 별로 재미도 없겠군.'하면서 무심코 한 장 두 장 넘기는데....

이 소설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1권에 이어지는 2권은 1권을 능가하는 더한 재미와 스릴을 제공해주었다. 함께 단순히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보아야 할 여러 문제들까지도 제시해주었다.

다중인격장애라는 병.

그건 단순히 여러 사람의 인격이 한 인물 속에 내재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애슐리의 모든 생애에 걸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했던 기억의 상처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인격이 바로 토니와 알레트였다.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성격의 토니와 조금은 조심스러우면서 자신의 할 말은 정확하게 주장할 줄 아는 여인 알레트. 그들의 성격은 애슐리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자기 자신은 밖으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본성적인 모습에 의거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애슐리 자신은 정작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항상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문제의 원인이 된 아버지에게조차도 그녀는 늘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항상 억제되어 온 본성적인 아픔이 표출되어 그녀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들이 애슐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었을까.

그녀들은 오로지 애슐리 자신의 일부- 즉, 애슐리에게 있는 공격적이고 본능적인 면이 이끌어낸 인물군-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들의 존재는 오히려 더 애슐리를 병들게 하였고, 소설 속에서는 치명적이고 엽기적인 살인에까지 번지게 된 것이었다.

소설은 처음 잡았을 때부터 놓을 때까지 쉴틈없이 나를 그 속으로 잠겨들게 만들었다. 마치 내 자신이 애슐리가 되어버린 듯한. 소설을 다 읽고 난 꽤 오랫동안에도 난 정신없이 멍하게 앉아있었던 것 같다.(마치 내가 아닌 딴 사람이 잠시 되었던 것처럼 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느닷없이 닥쳐 온 오싹한 기운...

그 공포는 흔한 피가 낭자한 살인 사건이라든가, 무서운 귀신 이야기 등에서 오는 공포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 공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만한 공포.. 삶 자체에 대한 공포였다. 그 공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오는 것. 그래서 내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결코 피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더욱 아슬아슬하게 나를 옥죄어드는 것...

내게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많은 부분의 잠재적인 내 영혼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
다중인격장애와 같은 질병은 아닐지라도, 일정 부분 나를 잠식해들어가는 무의식의 힘.
그 속에 휘말려들어가는 듯한 공포.

이처럼 시드니 셀던 소설은 언제나 생생한 느낌이 든다. 마치 영화를 한 편 보고난 것처럼. 아니, 영화보다도 더 실사에 가까운. 마치 그 현장 속에 내가 직접 뛰고 달리다가 온 듯한. 사람의 감정과 이성, 그리고 온몸을 휘감고 드는 소설을 만드는 사람. 시드니 셀던의 문체와 글 구성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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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리딩코어 기본편
박상화 외 지음 / 중앙교육진흥연구소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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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과외용으로 사용했다. 예문 내용이 좀 평이하고, 내용 자체가 조금 황당한 경우가 꽤 있어서 아이들 흥미를 끌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각 예문별 어휘와 구문 정리는 나름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10여개의 지문 이후에 각 지문에 나온 구문을 정리해두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러한 배열은 학생들이 자기가 습득한 것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지문의 난이도는 중학교 3학년 중-상위권 정도의 실력이면 적합할 것이다. 중위권이라면 조금 어렵게, 상위권이라면 조금 쉽게... 더운 여름 방학 reading 문제집 한 권 정도 독파해보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알찬~ 방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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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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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를 통해서 알라딘을 알게 되었다. 알라딘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 처음 눈에 띄었던 책이 'The Blue Day Book -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였다. 소개에 나와있는 귀여운 동물 그림.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지요. 그럴 땐 초컬릿 삼단 케이크를 먹어치우죠.^^ 라는 장난끼어린 말과 함께, 그 옆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는, 마치 사람같은 귀여운 동물 그림.

나는 몇 권의 책과 함께 이 책을 주문했다. 당시 상당한 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그리고 소개에 나온 동물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이 도착된 다음 날, 나는 이 책을 당장 학교에 가져갔다. 쉬는 시간 틈틈히 친구들은 이 책을 돌려보았고, 귀여운 동물 사진 하나하나에 탄성을 자아냈다. 어찌나 귀여운지^-^

그 중 특히, '그건 쉽지요'라는 말 옆에 있는 귀여운 입모양의 돌고래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쏟아지는 일들의 연속, 풀리지 않는 과제, 어려운 일들, 가슴아픈 상처의 말들... 그러한 속에서 문제의 해결점은 결국 가장 쉬운 곳에 있으며,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라는.

힘들고 쓰러지고 싶을 때, 귀여운 동물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절로 날 듯 싶다. 자그만 크기의 소담한 책, 푸른 테두리 속에 들어있는 여러 종류의 동물 그림들. 우울에 지친 친구들에게 소포처럼 보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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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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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인의 '국화꽃 향기'는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하여 바로 그 답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작품이다. 예전부터 TV광고며 여러 매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통하여 이 소설의 제목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고모네 집의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그냥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이러한 류의 책은 내가 결코 사서 볼만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사랑에 대하여 감칠맛나게,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큼, 젊고 생생한 기운이 느껴지는 대화를 삽입하다가도, 슬픈 대목에 가서는 구구절절히 그 슬픔을 읊는다. 그렇다면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를 생각해보자.

우선 책 속의 표현들이 매우 감각적이라는 데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 등에서 이러한 표현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키스를 하더라도 그냥 '키스를 했다.' 혹은 '입맞춤을 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꽃잎과 비늘과 파래가 느껴지는 승우의 부드러운 혀가 미주의 입술 선을 따라 쓰다듬어 갔다.' 에서처럼 촉각을 자극하는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CF광고 카피처럼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구들로 가득 채워진 국화꽃 향기는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 만한 소설일 수 있는 것일게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이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적 인물들이라는 데 있다. 주인공 승우와 미주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여기서 우선 최근의 연애 성향이 드러난다. 미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이고 중성적이며 적극적이다. 또한 승우는 키도 크고 잘생긴 외모에 성격까지 밝고 명랑하고 능력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승우가 오로지 한 여자만을 향한 사랑을 펼친다는 점에서도 감동(?)적이 된다. 그런 여자가 암에 걸린다는 설정 또한 매우 감동(?)적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그런 여자가 단지 죽음에 이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사랑과 모성을 드러낸다는 점은 영화 '하루'나 '선물' 등의 느낌과 매우 비슷하다.

이러한 인물들은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사랑을 키운다. 라디오 프로그램 PD인 승우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노래와 방송을 준비하고, 미주 또한 사랑을 받아들임과 자신이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FAX를 통하여. 이러한 점들은 신세대적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이 사랑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선한 것을 좋아한다. 엽기적인 것도 좋아하고. 그렇지만 그 수위를 적절히 지켜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화꽃 향기는 꽤 성공적인 것 같다. 그 제목처럼 풋풋한 옛 느낌을 풍기면서 감성에 근거한 주 내용을 바탕으로 신감각적 주인공과 몇 몇 소재들을 적당히 섞어내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이루어냈다.

국화꽃 향기는 가슴에 잔잔한 국화 내음을 남긴다. 그러나 그 향기가 얼마나 오래, 짙게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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