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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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문경민 작가님은 내게
묻고 따지지 않고 ‘믿고 보는’ 작가님이었는데
이번 책은 표지부터 산뜻하게 시작해
소설의 흐름이 선명하고 경쾌한 파도처럼
착착 흘러간다.

특성화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별명은 청산가리.
스스로가 독을 품은 복어 같다 생각하는 두현.

만약 우리 교실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나는 이 친구의 첫인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의 형태를 눈에 보이도록 조형한다면
두현의 마음은 울퉁불퉁하고
조각나고 거칠어져 있는 형상이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다가서자마자
날카로운 단면에 움찔 뒷걸음치게 되고
본인 스스로조차 자신의 심장에 다시 긁히고 찔려
도리어 생채기를 내는 상태.
청산가리처럼 거칠게 뾰족해진 마음을,
아프게 독이 맺혀 시뻘겋게 달아버린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속에 담고 살아가야 할까, 살아내야 할까.
그 살아감과 살아냄을 두현은 어떻게 견디고 버틸까.

뜨끈하게 어루만지는 한 그릇의 복국은
두현을 살아가게 하고 살아내게 한다.
그 국은 한 그릇의 국, 그 이상이니까.

내게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요약하라면
‘힘’이라 쓰고 싶다.
아리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어떤 태도로 살아내는지 보여주는 중심인물의 힘.
한 명의 삶을 살려내고 품어주는
뜨끈뜨끈한 복국에 담긴 조건 없는 사랑의 힘.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맞닿을 수 없을 것처럼
평행선에 선 인물에 대해서도 상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관계의 힘.

쇠도 깎아낼 수 있는 강한 기운으로
아름답고 힘차게 끓어오르는 책.

이 서사를 통과하는 독자들은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거칠어서 더 품어주고 싶고
날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모든 게 충분하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책.
꼭 안아주고 싶고 품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을 읽었다.

문학동네 교사 서평단에 참여하여
책을 지원받아 읽고, 진솔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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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에게는 사생활이 필요해 슬기사전 7
김여진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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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사랑스러운 책 한 권이 찾아왔어요.

표지를 보는 순간!
이 표지는 우리 집 소녀에게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표지가 아닌가 싶었죠!
소녀에게 소녀 책을 건넸더니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단숨에 다 읽어버린 소녀! 여기 있습니다!

책을 넘기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김여진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CCTV 달아두셨나?”
“어떻게 아셨지? 보고 계신 것 같애.”
“와,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어? 이런 것도 실어놓으셨네?”

반갑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고 헤아려가며 써주신 마음을
아이는 따뜻한 사랑을 전해받는 것처럼
기꺼이 기쁘게 읽는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지나온 아이 다음으로
부모인 저도 그 책을 한 장씩 넘어왔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인생네컷을 찍고 모으는 마음
정성스레 다이어리를 꾸미는 마음
커버댄스를 영상으로 담는 마음
곧잘 지저분해지는 방이지만
그렇다고 남이 치워주는 건 싫은 마음
옷 잘 입고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

소녀들이 품고 있는 마음의 갈피들에 대해
소녀라면 공감하며 읽고
부모라면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오랫동안 초등학생 아이들 곁에서
생생하게 호흡해 오신 김여진 선생님의
장인정신이 느껴진달까요!

거기에 몽글몽글 귀엽고 산뜻하게 상큼한
이로우 작가님의 그림들까지 힘을 더했습니다.

많은 그림책들을 번역하시고 여러 책을 집필하시며
다양한 마음들을 언어로 표현해 오신
김여진 선생님의 다정한 힘을
이 책으로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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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이 문제야! - 먹거리로 본 기후 변화
이지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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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생태교육 및 제로웨이스트 활동, 플라스틱 제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었다. 학생들과 함께 읽은 책들도 있고, 수업 준비와 진행을 위해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도 있었다. 그런데 때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재 상황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쉽고 간결하게 접근하기 좋은 책이라 여겨졌다.

『식량이 문제야! : 먹거리로 본 기후 변화』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는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귀엽고 간결하게,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를 중심으로 나타내고 있다. 식탁 위에서 매일 먹는 음식들, 특히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들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어른인 나는 슬퍼졌고 마음이 아팠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니,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해온 행동들이 누적된 결과 때문이라니. 이런 수업을 준비하고 대화할 때면 나는 어김 없이 때묻은 손이 부끄러워진다.

감자튀김 매니아 어린이라면, 아삭아삭 사과를 사랑하는 어린이라면, 햄버거를 와작, 한 입 크게 베어물 때의 기분을 아는 어린이라면. 미래의 식탁을 상상하며 현재의 우리 삶을 성찰하게 돕는 책. 이번 겨울방학, 아이와 함께 탄소중립,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상상해보면 어떨까? 귀엽고 예쁜 일러스트가 담긴 그림책과 함께하면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쉽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내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잘 알 수 있으니까. 앞으로 맨얼굴의 나 자신을 떳떳이 사랑할 수 있는 생태교육을 함께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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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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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동사(他動詞)는 행위의 대상인 객체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돌봄’이라는 단어는 ‘돌보다’라는 타동사의 명사형으로, 여기엔 자아가 아닌 타인이 존재한다. 이 책은 내게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하나의 타동사로 다가왔다. 열한 명의 사람과 열한 가지 삶이 누군가를 목적어로 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역동(力動)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돌봄이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를 내어주는 ‘감싸 안음’이라면, 작업이란 나를 찾기 위해 기꺼이 내 시간을 쓰는 ‘펼쳐냄’이 아닐까. 안으로 파고들고 자기를 내어주며 수렴하는 분주하고 고단한 시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고, 나를 꺼내고, 나를 세상에 펼치는 시간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의 문양으로 마음에 들어와 물결을 퍼트린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말 것. 무겁게 돌아가는 모순의 수레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려 애써 끌어 잡고 버티며 살아온 시간이 팔이 굵어지고 어깨를 굽어지게 하더라도 꼿꼿이 펴고 싶은 심지 하나.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세계가 합쳐지고, 끝없이 모순에 빠져드는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망각하고 싶지 않은 불씨 하나.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무나도 먼 과거 그때 그 사람이 정말 세상에 존재했던 것인지, 그 사람이 과연 지금의 나의 정말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문스러워지는 어떤 밤에 그래도 끝없이 자신의 ‘작업’을 하는 이들의 못질소리를 듣는다. 쿵, 쿵. 다시 또 심장을 뛰게 하는 말들.

이 책 한 권을 읽는 일은 내게 하나의 작업이었다. 돌봄의 순간들을 넘어온 나에 대한 재생적 상상의 시간에서 나를 짓고 만들고 창작하며 ‘펼침’을 열망하는 창조적 상상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는 ‘작업’.

열한 명의 목소리가 담긴 타동사의 뱃길, 그 여정에 힘차게 함께 노를 저으며 나아간다. 돌봄이라는 단어가 감쌀 목적어의 자리에 ‘나’라는 깃발을 꽂으며. 어떤 타인이나 다른 목적보다 나를 돌보는 일 자체가 하나의 작업(作業)이 되길 열망하며 나를, 어느 날의 나를 닮은 여러 너들을 두 팔 벌려 감싸안는 밤.

*서평단 활동에 참여해 책을 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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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지니아 울프 -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수사네 쿠렌달 지음, 이상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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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버지니아 울프 / 수사네 쿠렌달 / 어크로스

🪑Adeline Virginia Woolf(1882.1.25.-1941.3.28.)

12월에 펀딩 참여한 책이 새해에 도착했다. 양장 표지에 판형이 크고, 독일 일러스트레이터의 수채 일러스트로 그려진 그래픽노블로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만난다.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 관계부터 시작해 성장하고 작가로서의 성취를 이루어나가는 동안, 주변에 어떤 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나갔는지 작가의 생애가 그림과 함께 그려져 있어 절로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어떤 삶을 살아온 작가인지는 세밀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가 겪은 어린 시절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그의 삶과 작품에 어떤 그늘을 드리웠는지,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갔는지 읽으며 부당하고 암울한 현실을 살아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울프의 주변 사람들 중 몇 가지 관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블룸즈버리 그룹’으로 알려진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 끝까지 울프의 창작을 응원하고 사랑하며 곁을 지킨 남편 레너드, 인생 후반부 20여 년간 우정과 사랑을 나눈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관계.

책은 울프의 유년에서부터 출발한다.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재혼한 문학평론가 레슬리 스티븐은 재혼 이후 네 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 중 셋째였던 버지니아 울프는 당시 여성에게 강요된 사회적 역할과 규범에 따라 정식으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독학으로 쌓은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높은 시각으로 남성 지식인 중심이었던 ‘블룸즈버리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면서 지적 자극을 받으며 점차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게 된다.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관계에 대한 서술을 읽으며 버지니아 울프는 어떤 방식으로 창작을 이어갔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그들 두 사람의 삶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하면서. 두 사람에게 서로의 존재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계속 궁금했던 레너드의 마음. 아내의 창작과 책 발행을 위해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고, 아내가 아프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온통 쏟아내도 끝까지 간병하는 심정은 어떤 마음일까. 그런 레너드를 생각하는 울프의 마음은? 외투 주머니에 돌멩이를 담는 손목은 겨울나무처럼 떨고 있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마음의 갈피를 더듬어본다.

울프가 겪은 고통과 내면을 할퀸 아픔들이 생애 내내 조현병과 불안증으로 이어졌지만, 아픔 속에서도 절절히 써내려간 작품들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음을 생각한다. 그래픽 노블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가슴속에서 되살아난 울프의 삶을 읽으며 책장에서 『자기만의 방』을 꺼내와서 읽는다. 그의 목소리가 새롭게 마음을 울리며 파고든다.

“나는 다른 것은 할 수 없어요. 나는 그냥 써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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