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는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하여 바로 그 답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작품이다. 예전부터 TV광고며 여러 매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을 통하여 이 소설의 제목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고모네 집의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그냥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이러한 류의 책은 내가 결코 사서 볼만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사랑에 대하여 감칠맛나게,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큼, 젊고 생생한 기운이 느껴지는 대화를 삽입하다가도, 슬픈 대목에 가서는 구구절절히 그 슬픔을 읊는다. 그렇다면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를 생각해보자.

우선 책 속의 표현들이 매우 감각적이라는 데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 등에서 이러한 표현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키스를 하더라도 그냥 '키스를 했다.' 혹은 '입맞춤을 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꽃잎과 비늘과 파래가 느껴지는 승우의 부드러운 혀가 미주의 입술 선을 따라 쓰다듬어 갔다.' 에서처럼 촉각을 자극하는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CF광고 카피처럼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구들로 가득 채워진 국화꽃 향기는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 만한 소설일 수 있는 것일게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이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적 인물들이라는 데 있다. 주인공 승우와 미주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여기서 우선 최근의 연애 성향이 드러난다. 미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이고 중성적이며 적극적이다. 또한 승우는 키도 크고 잘생긴 외모에 성격까지 밝고 명랑하고 능력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승우가 오로지 한 여자만을 향한 사랑을 펼친다는 점에서도 감동(?)적이 된다. 그런 여자가 암에 걸린다는 설정 또한 매우 감동(?)적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그런 여자가 단지 죽음에 이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렬한 사랑과 모성을 드러낸다는 점은 영화 '하루'나 '선물' 등의 느낌과 매우 비슷하다.

이러한 인물들은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사랑을 키운다. 라디오 프로그램 PD인 승우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노래와 방송을 준비하고, 미주 또한 사랑을 받아들임과 자신이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FAX를 통하여. 이러한 점들은 신세대적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이 사랑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선한 것을 좋아한다. 엽기적인 것도 좋아하고. 그렇지만 그 수위를 적절히 지켜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화꽃 향기는 꽤 성공적인 것 같다. 그 제목처럼 풋풋한 옛 느낌을 풍기면서 감성에 근거한 주 내용을 바탕으로 신감각적 주인공과 몇 몇 소재들을 적당히 섞어내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이루어냈다.

국화꽃 향기는 가슴에 잔잔한 국화 내음을 남긴다. 그러나 그 향기가 얼마나 오래, 짙게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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