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보이즈 창비청소년문학 138
정보훈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 / 정보훈의 ‘시티 보이즈’

“우리는 언제 성장 파티를 열까?”

창비 교사 북클럽 이번 시즌 첫 번째 책을 받았다. 드라마 작가로 주로 활동해 온 정보훈 작가님의 첫 번째 청소년소설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게 작가의 문체가 좀 더 시나리오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회색 페이지로 장면 전환이 이루어지는 점 또한 이 책의 독특한 부분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작가님의 전작인 드라마 ‘라켓소년단’이 교과서에 실렸다고 했다. 2021년, 한창 ‘라켓소년단’이 방영될 때엔 미처 보지 않은 상태여서 넷플릭스로 찾아보았다. 무척 재밌고 중학생 운동부(배드민턴부)를 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흥미진진하게 드라마를 완주하는 중이다.

소설은 ‘라켓소년단’의 시즌2 느낌으로 연결되는 운동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육상 종목을 함께 연습하고 트랙을 달리는 아이들, 약간은 서툴지만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보완하면서 함께 달린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점이 아닌,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보완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육상부 희재는, 야구부에선 존재감이 없었지만 도루왕이었던 정민이 단거리 구간 달리기에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포착한다. 결국 아이들은 배턴(바통) 터치 구간에서 달리는 거리를 서로 조절하며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보완하며 승리한다.

우리는 평소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는가?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그걸 합하는 방식은 가장 손쉬운 ‘함께하기’의 방식일 테다. 그렇지만 분업을 통한 협동보다 더욱 가치로운 협업은 공동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서로 합을 맞추며 서로의 가치를 조화롭게 쌓아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수업 시간에 함께하는 모둠 학습을 떠올려 본다. 때로는 교사로서 학생들의 갈등이나 분쟁을 마주하는 게 힘들어서 모둠 대신 일제식, 강의식 수업을 택할 때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아이들 사이에 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럴수록 오히려 더 모둠활동을 도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상처를 덮어놓으면 잘 낫지 않고 도리어 곪아버리기 십상이니까. 아픔도, 상처도 햇살 아래 드러내어야 다시 새살이 돋아날 수 있을 테니까.

학생들이 학교에서 누려야 할 배움에는 단지 지식의 습득만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이끌고, 때로는 힘들어도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갈등을 그저 비방과 분쟁과 학교폭력 신고로 마무리하는 것은 해결 과정을 배우는 일이 결코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청소년들은 더 부대껴야 한다. 단지 지식의 습득에 그치지 않고, 삶에 전이할 수 있는 진짜 지식, 진짜 배움을 위해.

그래서 육상부 코치 도철은 일반적인 기준이라면 혼날 것 같은 순간, 한데 어우러져 삼겹살 파티를 연다. 다툼이 있었음에도 육상부 아이들이 원팀이 되었다는 의미일 테다. 축하해야 할 배움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며, 성장을 격려하는 파티의 타이밍은 언제가 되어야 할까?

고등학생 시절, 꼭 하고 싶고 되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 연극반 선생님께서는 열정적으로 동아리를 이끌어 주셨다. 2년간 연극반을 하면서 선후배 간의 갈등과 어려움도 존재했지만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긴 여정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배우고 익혔다. 가까이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함께 부대끼던 우리 동아리 선생님처럼,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해체를 앞둔 육상부를 이끄는 코치 도철,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아들과 친구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현진. 청소년들에게 어떤 어른이 필요할까 생각하게 해주는 몇몇 장면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 학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람의 삶 중에서 열네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시간,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래서 때로는 너무 뜨겁고, 끝없이 흔들리고, 한 번씩은 본인 스스로도 도통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태양 같은 몸과 마음을 키우는 이 시간.

이 뜨겁고 아름다운 시기의 아이들 곁에서 어른으로서의 나와 동료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을 소중한 학교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의 어깨가 나란할수록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의 삶을 기꺼이 ‘함께’ 밀어올려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성장 파티를 열 어느 날, 어느 시간을 상상한다.

#창비교사북클럽 #시티보이즈 #정보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미 문경민 작가님은 내게
묻고 따지지 않고 ‘믿고 보는’ 작가님이었는데
이번 책은 표지부터 산뜻하게 시작해
소설의 흐름이 선명하고 경쾌한 파도처럼
착착 흘러간다.

특성화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별명은 청산가리.
스스로가 독을 품은 복어 같다 생각하는 두현.

만약 우리 교실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나는 이 친구의 첫인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의 형태를 눈에 보이도록 조형한다면
두현의 마음은 울퉁불퉁하고
조각나고 거칠어져 있는 형상이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다가서자마자
날카로운 단면에 움찔 뒷걸음치게 되고
본인 스스로조차 자신의 심장에 다시 긁히고 찔려
도리어 생채기를 내는 상태.
청산가리처럼 거칠게 뾰족해진 마음을,
아프게 독이 맺혀 시뻘겋게 달아버린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속에 담고 살아가야 할까, 살아내야 할까.
그 살아감과 살아냄을 두현은 어떻게 견디고 버틸까.

뜨끈하게 어루만지는 한 그릇의 복국은
두현을 살아가게 하고 살아내게 한다.
그 국은 한 그릇의 국, 그 이상이니까.

내게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요약하라면
‘힘’이라 쓰고 싶다.
아리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어떤 태도로 살아내는지 보여주는 중심인물의 힘.
한 명의 삶을 살려내고 품어주는
뜨끈뜨끈한 복국에 담긴 조건 없는 사랑의 힘.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맞닿을 수 없을 것처럼
평행선에 선 인물에 대해서도 상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관계의 힘.

쇠도 깎아낼 수 있는 강한 기운으로
아름답고 힘차게 끓어오르는 책.

이 서사를 통과하는 독자들은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

거칠어서 더 품어주고 싶고
날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모든 게 충분하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책.
꼭 안아주고 싶고 품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책을 읽었다.

문학동네 교사 서평단에 참여하여
책을 지원받아 읽고, 진솔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들에게는 사생활이 필요해 슬기사전 7
김여진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 한 권이 찾아왔어요.

표지를 보는 순간!
이 표지는 우리 집 소녀에게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표지가 아닌가 싶었죠!
소녀에게 소녀 책을 건넸더니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단숨에 다 읽어버린 소녀! 여기 있습니다!

책을 넘기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김여진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CCTV 달아두셨나?”
“어떻게 아셨지? 보고 계신 것 같애.”
“와,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어? 이런 것도 실어놓으셨네?”

반갑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고 헤아려가며 써주신 마음을
아이는 따뜻한 사랑을 전해받는 것처럼
기꺼이 기쁘게 읽는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지나온 아이 다음으로
부모인 저도 그 책을 한 장씩 넘어왔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인생네컷을 찍고 모으는 마음
정성스레 다이어리를 꾸미는 마음
커버댄스를 영상으로 담는 마음
곧잘 지저분해지는 방이지만
그렇다고 남이 치워주는 건 싫은 마음
옷 잘 입고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

소녀들이 품고 있는 마음의 갈피들에 대해
소녀라면 공감하며 읽고
부모라면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오랫동안 초등학생 아이들 곁에서
생생하게 호흡해 오신 김여진 선생님의
장인정신이 느껴진달까요!

거기에 몽글몽글 귀엽고 산뜻하게 상큼한
이로우 작가님의 그림들까지 힘을 더했습니다.

많은 그림책들을 번역하시고 여러 책을 집필하시며
다양한 마음들을 언어로 표현해 오신
김여진 선생님의 다정한 힘을
이 책으로 느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량이 문제야! - 먹거리로 본 기후 변화
이지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몇 년간 생태교육 및 제로웨이스트 활동, 플라스틱 제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었다. 학생들과 함께 읽은 책들도 있고, 수업 준비와 진행을 위해 개인적으로 읽은 책들도 있었다. 그런데 때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재 상황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쉽고 간결하게 접근하기 좋은 책이라 여겨졌다.

『식량이 문제야! : 먹거리로 본 기후 변화』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는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귀엽고 간결하게,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를 중심으로 나타내고 있다. 식탁 위에서 매일 먹는 음식들, 특히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들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도 없었는데. 어른인 나는 슬퍼졌고 마음이 아팠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니,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해온 행동들이 누적된 결과 때문이라니. 이런 수업을 준비하고 대화할 때면 나는 어김 없이 때묻은 손이 부끄러워진다.

감자튀김 매니아 어린이라면, 아삭아삭 사과를 사랑하는 어린이라면, 햄버거를 와작, 한 입 크게 베어물 때의 기분을 아는 어린이라면. 미래의 식탁을 상상하며 현재의 우리 삶을 성찰하게 돕는 책. 이번 겨울방학, 아이와 함께 탄소중립, 기후변화, 기후위기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상상해보면 어떨까? 귀엽고 예쁜 일러스트가 담긴 그림책과 함께하면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쉽게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내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잘 알 수 있으니까. 앞으로 맨얼굴의 나 자신을 떳떳이 사랑할 수 있는 생태교육을 함께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동사(他動詞)는 행위의 대상인 객체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돌봄’이라는 단어는 ‘돌보다’라는 타동사의 명사형으로, 여기엔 자아가 아닌 타인이 존재한다. 이 책은 내게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하나의 타동사로 다가왔다. 열한 명의 사람과 열한 가지 삶이 누군가를 목적어로 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역동(力動)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돌봄이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를 내어주는 ‘감싸 안음’이라면, 작업이란 나를 찾기 위해 기꺼이 내 시간을 쓰는 ‘펼쳐냄’이 아닐까. 안으로 파고들고 자기를 내어주며 수렴하는 분주하고 고단한 시간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고, 나를 꺼내고, 나를 세상에 펼치는 시간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의 문양으로 마음에 들어와 물결을 퍼트린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말 것. 무겁게 돌아가는 모순의 수레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려 애써 끌어 잡고 버티며 살아온 시간이 팔이 굵어지고 어깨를 굽어지게 하더라도 꼿꼿이 펴고 싶은 심지 하나.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세계가 합쳐지고, 끝없이 모순에 빠져드는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망각하고 싶지 않은 불씨 하나.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무나도 먼 과거 그때 그 사람이 정말 세상에 존재했던 것인지, 그 사람이 과연 지금의 나의 정말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문스러워지는 어떤 밤에 그래도 끝없이 자신의 ‘작업’을 하는 이들의 못질소리를 듣는다. 쿵, 쿵. 다시 또 심장을 뛰게 하는 말들.

이 책 한 권을 읽는 일은 내게 하나의 작업이었다. 돌봄의 순간들을 넘어온 나에 대한 재생적 상상의 시간에서 나를 짓고 만들고 창작하며 ‘펼침’을 열망하는 창조적 상상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는 ‘작업’.

열한 명의 목소리가 담긴 타동사의 뱃길, 그 여정에 힘차게 함께 노를 저으며 나아간다. 돌봄이라는 단어가 감쌀 목적어의 자리에 ‘나’라는 깃발을 꽂으며. 어떤 타인이나 다른 목적보다 나를 돌보는 일 자체가 하나의 작업(作業)이 되길 열망하며 나를, 어느 날의 나를 닮은 여러 너들을 두 팔 벌려 감싸안는 밤.

*서평단 활동에 참여해 책을 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