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 창의적인 삶을 만드는 뇌과학자의 생각법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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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사진 속 미니매직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속상해하던 아이. 최근 한참을 접더니 성공했다며 뇌에서 도파민을 탄산처럼 터뜨렸을 초등학생의 종이접기 작품이다. 올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아이는 자기 욕구대로 종이접기에 빠져들었다. 유선생님(유튜브)과 함께.

🗂 체크리스트! 내 두뇌, 위험하지 않은가?

✔️매일 무사히 잘 살고 있는 느낌이 드는가?
✔️너무 바쁜가?
✔️최근 불안도 두근거림도 별로 느낀 적이 없는가?
✔️”아무 거나 괜찮다”, “어디든 좋아”라고 대답하고 있는가?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가? (좋아한다고 인식하는 대상만으로 생활하는가?)

🔙 다시 스스로를 돌아보고 ‘욕구’에 주목하자.

최근 몇 년간, #구름학교 (교사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만든 비영리교육단체) 선생님들과 주체적인 삶을 위해 스스로의 무의식에 내재된 ‘진짜 욕구’를 찾는 연습을 많이 했다. 교사가 주체적인 삶의 욕구를 깨우치면 그 태도와 생각이 함께 공명하여 교실 속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켜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이 책에서 두뇌의 구조를 바탕으로 ‘무의식이 보내는 편지’를 읽듯 뇌의 ‘욕구’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읽으니, 그 동안의 노력과 고민들이 뭔가 선명하게 입체화되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며 무의식의 소리를 들으니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서 세 가지를 메모했다. 모두 몸과 관련된 욕구였다. 신체와 관련해 무의식이 보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비유적이지만 욕구를 떠올릴 때 가슴 뛰는 ‘심장’만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으며 활성화하지 않았던 ‘두뇌’ 회로를 탐색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건드리지 않은 건반을 하나씩 두드려가듯. 생각지못한 음이 머릿속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에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나는 내 인생을 주도하고 있는가, 자신의 욕구를 깨닫고 있는가?”

책을 덮으며 모든 경계가 허물어져 사라지고 자유로이 유영하는 영혼을 상상한다. 나이의 경계, 교과목의 경계, 분야의 경계... 고정관념과 편견이 허물어지는 넓은 세상에서 좀 더 대담하게 놀고 싶다. 집요하고 끈질긴 호기심으로, 무시했던 무의식의 뇌까지 예뻐해줘야지!

✔️ 책의 몇 가지 디테일.

▪️자기계발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뇌과학책으로, 인문학적 성향이 짙은 책.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사람, 교육 분야(자녀교육 포함)에서 욕구를 발견하고, 두뇌를 잘 활용해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챕터마다 핵심 내용 페이지가 있다. 읽은 후 다시 훑어보기 편리한 구성. 뇌과학적 원리인가?
▪️페이지 숫자가 오른편에 두 장 함께 적혀 있는 디테일, 사소한 것 같지만 깔끔하고 나란한 편집.
▪️번역서인데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읽힌다. 옮긴이의 그간의 책들이 뇌과학 분야의 책들이 많았다. 저자의 집필 성향이 크겠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번역해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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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로부터 제공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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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장소를 경험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 성인이 되어서도 길 찾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개선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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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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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해인 마을은 이제 지도에서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장소, 사라져버린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이라는 하나의 장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창작과 상상의 산물이라 할 수 있지만, 시작부터 소멸되어버린, 그래서 막연하고도 먼 누군가들을 생각하게 했다.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 먼 옛날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온,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삶, 아이들은 기회만 된다면 마을을 떠나고 싶다. 민영은 어떻게든 약간의 재주를 더 키워 멀리 떠나고 싶은 욕구를 대놓고 드러내고, 진영은 마치 숨겨둔 발톱을 살짝 내비치는 듯이 고개를 든다. 마을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은 소녀들이 함께 글을 써서 누가 백일장에 나갈 것인가를 겨루기로 한다.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은 의지로.

소녀들이 써내려가는 글들이 열린 구조로 중첩되어 흘러가는 콜라주 형태의 소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원하는 마음”(p.137)들이 흩어지다가 모이면서 연결된다. 이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이어지는 여자들의 불안과 고통과 슬픔의 기록들이다. 어느 순간에는 이 이야기가 소설인가 현실인가 겹쳐지는 듯 사라지는 듯 읽힐 때도 있었다. 갈망하며 손을 뻗고 자기 목소리를 활자에 싣는 소녀들의 마음이 배어드는 듯이.

아르테 작은 책 시리즈 8번째 소설, 손바닥만큼 작고 얇은 책이라 받자마자 부담 없이 넘겼는데 순식간에 몰입해서 훅 읽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음 날 찬찬히 한 번 더 읽고. 작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짧지만 대충 흘려보낼 수 없는 내밀하면서도 아픈 속마음의 기록들이 소녀들의 펜 끝에서 살아난다. 두세 번 반복해서 읽기에도 좋은 분량이어서 이런 판형의 작은 책의 시도도 참 좋았다. 다만, <화이트 호스>에 이어 <다정한 유전>을 작은 책으로 읽고 나니 좀 더 긴 서사에 대한 목마름도 생겨나서 강화길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 목마르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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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유영의 낭독으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도 함께 나왔다고 해요.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 밀리의 서재 및 인터넷서점에서 함께 구입할 수 있는 패키지가 있어요. (선착순 친필사인본도!) 오디오북 트레일러를 보니 배우의 목소리와 글의 분위기가 잘 어울려서 조만간 들어봐야겠어요!

아르테 <다정한 유전>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런데 안 되었어도 구입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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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문지아이들
이경혜 지음, 민혜숙,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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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앙투안드생텍쥐페리
#이경혜글 #민혜숙자수 #문학과지성사
#lepetitprince

진정한 놀이란 무엇일까?
진짜 좋아서 빠져드는 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말 재밌어서 몰두해서 할 수 있는 일, 행위 그 자체가 순수한 유희 행위가 되는 일. 이 책을 읽으며 ‘좋아서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전체의 삽화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손으로 수놓은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혜숙 작가가 3년 가까이 홀로 긴 시간을 들여 수를 놓은 그 마음 안에는 <어린 왕자>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다. 자수는 바느질한 선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작업이어서 정말 섬세하고 정밀한 작업이 요구될 테다. 긴 시간의 정성이 담긴 책을 휘리릭 쉽게 넘기고 싶지 않아 눈으로 오래, 깊이 들여다보려 했다. 고개를 숙이고 정성스레 들여다보며 마음을 담았을 손길을 매만져보면서.

사실 어린 왕자는 여러 판본으로 읽었고, 작년에는 중학생들과 슬로리딩으로 어린 왕자를 읽은 적도 있어서 내용과 줄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이, 상황, 생각 등의 변화에 따라 새롭고 다른 시선과 감성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자주 읽게 되는 작품이며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진정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어린이의 시선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곱게 다듬은 책이라는 점이 돋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적 있는 청소년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쓴 이경혜 작가가 원작과 번역본을 충실히 재해석하여 어린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표현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내게는 이 두 사람의 작가가 하는 작업이 단순한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가늠하여 고운 언어로 적어내고, 색색의 고운 실로 엮어내는 긴 과정. 그 손끝마다에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이 맺혔을까?

어린 왕자의 머리칼 하나만 비교하면서 책을 바라보아도 이 작업이 얼마나 섬세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바람에 따라, 감정의 변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린 왕자의 머리카락은 다른 방향으로 휘날리거나 높이 솟거나 부드럽게 빛난다. 그때 그때에 따라 실의 색깔도 조금씩 달라지고 변화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휘날릴지, 어떤 바늘 끝으로 섬세하게 어린 왕자의 별을 바라보면서 그 어린이(어린 왕자 자신)의 눈에는 우리의 지구가,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비쳤을까를 되새겨본다. 특히 마음에 남는 장면은 실로 수놓인 어른들의 모습과 표정들이었는데, 일반적인 어린 왕자의 삽화들로부터 느낀 감정과는 달랐다. 어릴 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 별로인 어른들의 모습이 내게도 내재되어 있어서, 실로 표현된 표정과 행동을 보면서 젖은 솜처럼 무겁고 슬퍼졌다. 그렇지만 다시 꿈꾸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심장을 뛰게 하고.

한국의 두 작가님들의 ‘좋아서 빠져든’ 놀이 같은 책 한 권이 나에게도 ‘좋아서 하는’ 독서의 기쁨을 전해준다. 미세한 변화와 느낌에 주목해서 새로운 어린 왕자를 만나고 싶다면, 이 그림책을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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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_자수그림책 #어린왕자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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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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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할머니크루
#진짜멋진할머니가되버렸지뭐야
#김원희 #달출판사


언어에는 나이가 있다. 얼마 전 읽은 작사가 김이나의 책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언어는 나이가 든다고, 연령대에 따라 쓰는 말투나 어휘들이 묘하게 차이가 나서 젊은이의 흉내를 내도 나이 든 것이 티가 나고, 또 어른인 척해도 어린 티가 나고...

그런데 이 책은 언어에서 드러나는 나이를 속이지 않는다. 유쾌하고 따뜻하게, 때로는 통쾌하고 기분 좋게 70이라는 숫자를 내세우지만 곧바로 그 숫자를 그저 숫자로 뻥! 차버리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할머니의 글이 아닌데? 친구나 언니 같은데! 이런 느낌까지.

1부 지팡이는 아직 아니다, 캐리어를 끌자!
2부 할줌마는 즐겁습니다
3부 늙어가는 건 참 괜찮은 일이구나

중간중간 귀여운 그림들도, 짤막짤막한 단편의 에세이들도 가독성을 높이지만 글을 쓴 사람의 성격과 마음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요즘의 에어비앤비처럼 자기 집을 빌려준 어리고 가난한 학생의 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딸 생각이 많이 나서 사흘간 내 집 청소를 하듯 구석구석 방을 청소했다는 에피소드, 러시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정이 통했던 에피소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친절하게 눈빛으로 팁을 갈구하던 뱃사공에게, 고민하다 팁을 건네려는 순간! 지폐 몇 장이 스르르 빠져나와 바람에 실려 휘날린 에피소드... “Bravo my tip!”

이러면 그냥 평범한 여행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좋았던 건 책을 좋아하고 블로그 이웃과 소통하며 지내는 할머니의 일상 이야기들이었다. 영화 <안나 카레리나>를 마음에 담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은 기억과 함께 열차를 탄 에피소드를 넘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건지 섬에 간 이야기까지. 같은 작품을 읽고 여러 생각을 공유하며 친해졌던 경험들, 북클럽 멤버들과 한 권의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하던 시간들을 연상하게 했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_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부분을 한번 더 재인용한 이유는, 좋아하는 책을 접하면 좋은 구절을 필사하거나 메모하는 이 사소하지만 즐거운 행위를 내 나이 70에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행복한 기대 때문이다. 70이거나 80이거나 100이거나 그것이 뭐가 중요할까? 단위 없이 쓰니까 그냥 퍼센트 같은 것을. 행복의 퍼센트! 그렇다면 난 아직 인생의 행복 퍼센트를 반도 안 썼으니 점점 더 키워갈 일만 남은 거다! 그리고 70짤 원희 님도 점점 더 키워가실 일만 남은 거예요-!

덧) 돈은 모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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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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