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 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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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할머니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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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희 #달출판사


언어에는 나이가 있다. 얼마 전 읽은 작사가 김이나의 책에도 그런 말이 있었다. 언어는 나이가 든다고, 연령대에 따라 쓰는 말투나 어휘들이 묘하게 차이가 나서 젊은이의 흉내를 내도 나이 든 것이 티가 나고, 또 어른인 척해도 어린 티가 나고...

그런데 이 책은 언어에서 드러나는 나이를 속이지 않는다. 유쾌하고 따뜻하게, 때로는 통쾌하고 기분 좋게 70이라는 숫자를 내세우지만 곧바로 그 숫자를 그저 숫자로 뻥! 차버리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할머니의 글이 아닌데? 친구나 언니 같은데! 이런 느낌까지.

1부 지팡이는 아직 아니다, 캐리어를 끌자!
2부 할줌마는 즐겁습니다
3부 늙어가는 건 참 괜찮은 일이구나

중간중간 귀여운 그림들도, 짤막짤막한 단편의 에세이들도 가독성을 높이지만 글을 쓴 사람의 성격과 마음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요즘의 에어비앤비처럼 자기 집을 빌려준 어리고 가난한 학생의 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딸 생각이 많이 나서 사흘간 내 집 청소를 하듯 구석구석 방을 청소했다는 에피소드, 러시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정이 통했던 에피소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친절하게 눈빛으로 팁을 갈구하던 뱃사공에게, 고민하다 팁을 건네려는 순간! 지폐 몇 장이 스르르 빠져나와 바람에 실려 휘날린 에피소드... “Bravo my tip!”

이러면 그냥 평범한 여행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좋았던 건 책을 좋아하고 블로그 이웃과 소통하며 지내는 할머니의 일상 이야기들이었다. 영화 <안나 카레리나>를 마음에 담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은 기억과 함께 열차를 탄 에피소드를 넘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건지 섬에 간 이야기까지. 같은 작품을 읽고 여러 생각을 공유하며 친해졌던 경험들, 북클럽 멤버들과 한 권의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하던 시간들을 연상하게 했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_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부분을 한번 더 재인용한 이유는, 좋아하는 책을 접하면 좋은 구절을 필사하거나 메모하는 이 사소하지만 즐거운 행위를 내 나이 70에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행복한 기대 때문이다. 70이거나 80이거나 100이거나 그것이 뭐가 중요할까? 단위 없이 쓰니까 그냥 퍼센트 같은 것을. 행복의 퍼센트! 그렇다면 난 아직 인생의 행복 퍼센트를 반도 안 썼으니 점점 더 키워갈 일만 남은 거다! 그리고 70짤 원희 님도 점점 더 키워가실 일만 남은 거예요-!

덧) 돈은 모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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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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