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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호 아이 - 이수경 작가가 들려주는 용기와 희망의 동화
이수경 지음, 오상민 그림 / 명주 / 2023년 10월
평점 :
이수경 작가의 동화다.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11가지의 여러 글 중에 <산책길 할아버지>가 좋아 조금 담아 본다.
"맞아요! 개가 무섭고, 그냥 싫다고 하셨어요."
"그래, 세상에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야. 개와 고양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모두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
엄마가 선재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어.
"저는 비를 좋아하지만, 누나는 비를 싫어해요."
"바로 그거야. 엄마는 여름을 좋아하고, 아빠는 겨울을 좋아하거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
그러다가 오늘 그 할아버지를 만난 거야.
선재는 벤치에 앉은 할아버지를 보고 걸음을 멈췄어.
'어쩌지? 되돌아 갈까?'
두부를 얼른 안고 한숨을 푹 쉴 때였어. 할아버지 발 아래에 강아지가 있는 거야. 잘못 본 건가? 두 눈을 싹싹 비비며 봤어. 맞아, 강아지야, 초콜릿 빛 푸들이 확실했어.
더구나 할아버지가 강아지 목줄을 쥐고 있는 게 아니겠어. 어리둥절한 채 서 있는데 할아버지가 손짓을 했어. 다가오라는 손짓.
우물쭈물 다가섰지.
"몇 살이지?"
할아버지가 두부를 눈짓으로 가리켰어.
"...세 살이에요."
"우리 체리는 다섯 살이란다. 서로 인사하는지 어디 볼까?"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두부를 바라보는 거야. 세상에 그 할아버지 맞아? 두부를 내려놓으면서도 어리둥절했어.
.....
선재는 할아버지가 쌍둥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앞뒤가 이처럼 완벽하게 다를 수 있을까? 그런 선재 마음을 읽었을까? 할아버지가 체리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어.
"아내가 죽고 난 뒤 늘 혼자였단다. 매일 외로웠지.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위에서 혼자 손뼉치기 운동도 하고, 크게 웃는 웃음 치료도 했지만 다 소용없었어."
할아버지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어.
"나만 두고 떠난 아내에게 화가 나 있었어."
"할아버지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요?"
선재는 무심히 말해놓고 움찔했어. 혹시 화를 내면 어쩌나 싶었거든.
그런데 화를 내기는 커녕.
"네 말이 맞다. 허허, 여보! 미안해요!"
.....
--> 툴툴대는 할아버지가 처음에는 왜이리 불친절할까 싶었지만 그런 사연이 있었음에 이해가 되고, 나중에 따스한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오히려 뭉클하기까지 했다. 한 면만 보고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함께 나누면서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동화의 내용이 참 아름다고 따뜻하다. 너무 잊고 있던 깨끗한 마음이다. 가끔 동화를 읽어야 겠다.
각각의 동화가 다 따뜻하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아서 가슴 한 켠이 시려지기도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고, 자존감이 큰 아이와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을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주위 사람들을 잊지 말고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자.
당장 세상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의식하자.
세상은 따뜻한 곳이다.
나로 인해 조금 더 따뜻해질 수도 있는 곳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