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과장하는 마을
셰르민 야샤르 지음, 메르트 튀겐 그림,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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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에 걸린 아이들이라니,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표지를 보자마자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혼자 유추해보다가 직접 읽고 싶어져서 서평단 도서로 신청했다. 운이 좋게 읽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제목부터 과하고, 흥미를 끈다. <뭐든 과장하는 마을>
셰르민 야사르라는 작가는 튀르키예 출신이고 문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 이상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유머가 담긴 창의적인 글쓰기로 유명하다고 하니, 어서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었다.

‘학교가 아니라 거의 스릴러 영화’라는 소제목 아래 담긴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재미있게 읽어 나가다가 약간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ADHD, 옆을 보기만 하면 주의력 결핍, 말을 하면 또 수다쟁이, 말을 안 하면 우울증 초기로 본다는 구절이 나온다. 학생들이 모두 로봇처럼 변해버린 교실을 묘사했는데, 우리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또 표지 디자인으로 실린 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없다. 대체 어느 사연이길래 아이들이 빨랫줄에 걸렸을까 생각했는데, 청결 강박증에 걸린 사람의 작품이었다. 더러우면 절대 안 된다며 아이들을 하루에 몇 차례나 목욕시키다니,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하지만 비단 이 사태를 빨래에만 비유할 수 없다. ‘적당히’가 아니라 욕심이 지나쳐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현실이다. 나도 찔리는 부분이 많다.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려고 했지만, 한 방 얻어 맞은 기분이 든다.

*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 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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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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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법을 다룬 책을 읽고 싶었지만 내가 읽기에 어렵거나 딱딱한 책이 많았다. (당연히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소개 글을 읽으며 궁금해졌고, 추천사를 보니 글을 잘 쓰는 변호사님의 책이라고 느껴져서 망설이지 않고 서평단 도서로 신청했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다른 책들에 비해 많이 어렵지 않아서 잘 읽혔고, 역시 글을 잘 쓰는 저자의 작품이라 성찰할 부분이 많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인권 변호사’라는 호칭이다.
서혜진 변호사가 일을 하면서 인권 변호사니까 돈이 안 되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아니면 인권 변호사니까 돈을 밝히지 않고, 더 나아가 돈을 받지도 않고 일할 수 있는 변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내가 똑같은 말을 직접 한 적은 없지만, 나도 모르게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이 으레 사용하는 호칭이나 언어라도 적절하게 쓰이는지 생각해야겠다. 

또 아동학대를 다룬 글도 유심히 읽었다. 친자식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해 상황에서 개입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경우, 부모도 공범이나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글을 읽었는데, 자녀가 부모가 처벌받는 걸 원치 않아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오히려 도와주려는 변호사에게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있다는데 내가 그 자녀라면 혹은 부모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면서 읽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 것 같다.

19살이었던 한 여성이 밤길을 걷다가 도로 위에서 다가온 남자의 혀를 깨물어서 혀의 일부가 절단된 사건인 ‘혀 절단 사건’에 대해 자세히 읽었다. 언뜻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1964년에 사건이 일어났고, 1965년 법원에서 난 판결은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에도 결코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서는 안 돼!”이다. 당시에 혈기 왕성한 젊은 남성의 당연한 호감이자 구애 행위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키스 한 번 하려다 혀가 잘려 벙어리가 된 남성의 억울함에만 초점을 맞출 때, 최말자 님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지만 이번에 찾아보니, 올해 7월 23일, 검사는 재심 재판에서 최말자 님에게 무죄를 구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61년 만이었다. 이 사건은 형법 교과서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판례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대표적인 판결로 소개되었다. 엉성한 법체계로 고통스러워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답답한 심정이다.

책을 읽으며 가끔은 힘들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 친족 성범죄에 노출한 사람들 등 그들이 입는 피해가 한 번이 아니라 무수히 반복되었다. 저자인 서혜진 변호사가 힘이 없고, 버텨온 사람들 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재판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어 가는 경험들이 소중하다. 새로운 책을 읽으면 몰랐던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간다. 아직도 무력하게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그 외침이 사회의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 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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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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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전환>은 SF의 거장인 저자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첫 한국어 역서라고 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가의 왜 그동안 책을 접하지 못했나 궁금했다. 이번에 운이 좋게 서평단에서 책을 증정 받아 읽을 수 있었다.

원정대가 배를 타고 탐험을 떠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배를 타고 구조물을 구하러 탐험을 떠나다 또 죽음을 맞이한다.
세기가 바뀌어서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난다.
미지의 구조물을 찾기 위해 떠난다. (책에서 ‘구조물’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직접 읽으며 느끼길 바란다.)
주인공 사일러스는 기시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이전에 몇 번 죽은 경험이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이렇게 플롯을 설정하다니 정말 놀라웠다.

첫 문장부터 몰입하게 만들었다. ‘발소리가 나를 악몽에서 구해냈다.’로 시작해서 사람들마다 저마다 걷는 습관이 있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초반부터 장면이 명확하게 잘 그려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 전체 이야기의 흐름, 캐릭터 등도 중요하지만 공간에 집중하게 되는데, ‘배’라는 공간이 주는 예측 불가능하고 낯선 느낌이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앨러스테어 레이놀즈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역량이 있는 작가답게 배경지식을 밀도 있게 다루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좋아서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했을까 감탄했다.
여러 장르의 글을 좋아하지만 SF 만큼 작가의 역량이 무궁무진하게 드러나는 장르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입이 떡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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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에게 - 게으른 걸까, 시간이 없어서일까, 잘하고 싶어서일까?
고정욱 지음, 개박하 그림 / 풀빛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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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작가님의 신간이다. 어린이/청소년 책 세계에서 아주 유명한 분이다. 약 380여 종을 집필한 작가님이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은 책을 펴냈다니 놀랍다. 

제목부터 아주 마음에 든다. 할 일을 미루는 행동으로 힘들어하는 사람 중 하나인 나도 이 책에 관심이 갔다.

게을러서 일을 미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장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부담감이 커서,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아니면 남과 비교하게 되어 주저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하지만 마냥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미루는 습관의 무서움을 다룬 구절에서는 할 일을 미뤘다가 더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특히 할 일을 미룬 후, 사과를 하고, 두려움에 휩싸일 때, 고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하라고 조언한다. 피하거나 숨기지 말고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보상하고 문제를 정리하라는 충고를 잊지 말아야겠다. 

44쪽

미루다 보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나중엔 해결할 수 없을 지경으로 커질 수 있어.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팀별 발표를 맡은 조의 조장이 나타나지 않아서 고정욱 작가는 결국 휴강을 했다고 밝혔다. 준비가 미흡했던 조장은 조원들에게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말해 놓고 발표를 못할 것 같아 전화를 받지 않고 잠수를 탔다고 한다. 결국 그 조장은 다음 수업부터 들어오지 않아서 F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있었던 예를 소개하여 십 대들이 경각심을 갖고 읽을 것 같아 쓸모가 많다.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집중하며 읽었는데, ‘선한 경쟁심’을 언급한 부분이 인상 깊다.

150쪽

오늘부터 내 곁의 친구를 다르게 봐야 해. 친구는 내가 이겨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나의 동역자야. 건강한 자극을 주는 경쟁자 또한 좋은 동역자야.

친구가 잘 되면 당연히 배가 아프고 속상할 수 있지만 그대로 좌절하지 말고, 좋은 자극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해 준다. 그저 질투하기 보다 선한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좋은 인연이 된다고 말한다. 친구를 서로 응원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우려는 마음을 갖도록 조언한다. 또한 부모님과 선생님,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조언이 와닿는다. 혼자만 끙끙대지 말고 방법을 모를 때 상담할 사람에게 찾아갈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책을 읽으며 비단 청소년기에만 해당하는 조언이 아닌 나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얼마든지 더 잘할 수 있다고, 힘내라고 말해주는 작가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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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음 지음, 장서영 그림 / 꿈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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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 디자인보다 저자를 보고 바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이지음 작가의 책을 이전에 읽어 본 적이 있어서 믿는 마음으로 바로 서평단 책으로 신청했다. 특히 <강남 사장님>이라는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후로 이지음 작가의 책을 몇 권 더 읽게 되었다. 동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라는 걸 잘 알기에, 이번에도 기대감이 컸다.

이번엔 호랑이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호랑이의 모험담이다. 산속에서 숨어 지냈던 호랑이인 어흥이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산에서 내려왔는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겪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어흥이가 쉽게 사람이 될 수 없다. 세 가지 조건이 있는데,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고, 아이디가 있어야 하며, 유튜브에서 ‘좋아요’를 100만 개 받아야 한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았다. 연예인들부터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 아니 개인 SNS를 하는 사람들까지 작은 사건들이 달라지긴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에 반응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책 속에서 인기가 점점 올라가는 어흥이가 기뻐할 새도 없이 사람들은 또 다른 주문을 한다. 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원하는 책 속 구독자들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인기를 얻고 호랑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단계씩 넘어갈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느새 악플로 바뀌고, 먹방 영상을 즐겁게 촬영하던 어흥이는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어흥이는 과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것인가?

성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요즘 어린이들도 유튜브 영상을 많이 시청한다. 그럴수록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고 더 자극적인 영상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며 타인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며 자신이 바라는 바를 타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원하는 행동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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