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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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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은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려 노력하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에 관한 책이다.

저자가 ‘고기능’이라는 용어를 왜 사용하는지 이유가 잘 나와있다. 자기와 같은 고기능 환자는 거의 없다는데 나같은 문외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정말 드문 경우라서 더욱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한대로 술술 이해할 수도 없고, 조현병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지만, 그래도 읽기 전과 후를 생각해본다면 많은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자신이 가끔 미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과연 얼마나 될까? 나도 그런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런데 그런 말도 함부로 하면 안 될 듯하다. 무심코 내뱉었던 말이나 행동들이 진짜로 그 병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이러면 안 될텐데, 참 공감 능력도 없고, 배려심이 없는 나라서 또 반성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려 다양한 책을 읽고, 낯설고 어려워도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더 큰 세계를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여러 상황을 공개하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증상으로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이렇게까지 한 저자는 자존감이 높진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반대 방향인 자신의 장점만 보여주려하지 치명적인 단점을 이렇게 낱낱이 보여주기 힘들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힘을 얻을 수많은 사람들에겐 그 어떤 위로보다 강력한 효과를 불러 일으키리라 생각된다.

책의 말미에서 또다시 집중하게 되는 구절이 있었다. 여기에 담으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pp. 223-224

이제 관건은 비율이었다.

내 인생의 몇 퍼센트를 정신증을 겪으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나는 몇 퍼센트를 기능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인생에서 5퍼센트가 아닌 60퍼센트를 기능하며 살아갈 날이 얼마나 될까? L박사는 나에게 다시 95퍼센트나 100퍼센트까지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성취욕이 강한 사람으로서 듣기가 심히 고통스러운 말이었다.

나는 몇 퍼센트의 통찰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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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 - 끝내기 실책 같은 상황이어도
쌍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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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확 호기심을 마구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증이 더해져 서평단 책으로 신청했다. 야구든 인생이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공감된다. 아 참, 저자 소개를 잊으면 안 되지!
저자 '쌍딸'은 야구를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거대 악으로 규정하면서도 위산이 역류하는 배를 붙잡고 야구 중계를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이돌 콘서트장에서도 응원봉을 들고 야구 보면서 괴로워한다는데, 뭔가 독특하고 강렬한 느낌이 팍팍 든다.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쓴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그리고 문체가 독특하고 다소 거칠기도 하지만 참 솔직하다는 인상도 함께 딸려온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쩌다 야구를 보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많이도 한다는데, 나도 궁금해졌다. 그런데 대구 출신이라니! 아주 어렸을 때는 부산에서 살았는데 계속 살았다면 롯데 팬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신기하다. 중요한 건 '무조건 야구를 본다'라는 사실을 전제한다고 하니 서울에서만 쭉 살아온 내게는 좀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었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야구를 무진장 좋아하셔서 야구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지만, 야구 용어는 내게 외계어인 것만 같다. 나는 친구들 따라 야구장에 꽤 많이 다녔는데도 치킨 맛만 잘 알지, 야구는 별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쌍딸님처럼 대구나 부산에서 나고 자랐나면 지금도 야구는 꼭 챙겨 보는 사람이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야구팬이 확 되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예상을 뒤엎고 오랜 친구들과 이불 덮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당연히 내 친구들도 보고 싶어진다. 다소 거칠기도 하지만 그만큼 격의 없고 편하며 질리지 않는 느낌이 글에 가득 실려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오늘도 되새기고 싶어지고, 곧 얼굴을 까먹을 것 같은 옛 친구들도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아! 솔직해질까? 야구장의 치맥이 더 그리운 건지도...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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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업 4.0 - 헤어 비즈니스 시장의 판을 바꾸는 남자
카이정 지음 / 라온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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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외모를 볼 때 꽤나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마 헤어 스타일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옷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머리 모양만 어울리게 손질해주거나 살짝 바꿔주면 훨씬 인물이 살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내 헤어 스타일을 예쁘게 유지하느냐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다. 헤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책을 만났다.

<헤어 비즈니스 시장의 판을 바꾸는 남자 - 체인지업 4.0>

우와! 진짜 뭔가 스펙타클한 느낌이 팍팍 든다.

카이정이라는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도 남들은 힘들다는 미용업에서 승승장구했다. 매출과 지점수, 직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데 그 노하우를 낱낱이 공개한다. 나는 당연히 미용실을 할 생각도 없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왔을지 그 마음부터 먼저 알아차리고 싶어서 집중하게 읽게 된다. 최근들어 바뀐 독서 패턴인 듯하다.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에도 손길이 가고 읽었더니 꽤나 좋은 느낌이 들어서 계속 읽고 싶은가보다.

특히나 젊은 세대까지 통하는 방법이 유익해서 나도 기억하고 싶어졌다.

책 속에서 통찰력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더욱 유심히 읽었다.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배움의 단계가 필요하고, 경험을 통한 '지혜 축적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보와 지식을 살롱 워크에 활용하여 얻은 지혜가 교육으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통찰력이 더욱 깊어지는 '가르침의 단계'를 설명하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부분이 많고 경험이 조금씩 쌓일때마다 부끄럽지만 나만의 필살기가 하나씩 장착되는 기분도 드는데,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확대해석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열정이 마구 느껴지는 책이라 좋고, 배울 점도 많다.

또한 데이터 경영과 감성 경영을 접목했다는 저자의 똑똑한 시도가 엿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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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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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느낌이 팍팍 든다. 표지에서도 포근함이 느껴져서 저 공간 속으로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는 아오야마 미치코의 책이다. 작가는 이미 책 <도서실에 있어요>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로 국내에서도 다수의 팬을 확보한 것 같다. 나는 <월요일의 말차 카페>를 읽었는데, 역시나 따뜻한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신간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명성답게 2022년에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한 소설이라니 기대가 컸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여러 이야기가 담겼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금붕어와 물총새>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 세 번째는 <토마토 주스와 버터플라이>, 네 번째는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이다.

우리네 인생과 그림, 고민 등 늘 겪는 삶의 나날이지만 우리를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여정이라서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을 했고, 잠시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구절이 꽤나 많았다. 특히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맴돈다.

지로의 말처럼 온 힘을 다해 쏟아붓는다고 액자 장인의 이름이 드러나는 건 아니다.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았는지 따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멋진 액자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바로 나임을.

그것이 내 커다란 자긍심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와, 나는 지금 얼마나 행복한 일을 하는 걸까.

기다려줘, 잭.

백 년 뒤에도 이 그림을 지킬 수 있는 액자를 완성해서 보여줄게.

그림이 아니라도 뭔가를 열심히 해내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창조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읽으면 그들이 겪었던 고민이나 고충, 성장, 등 자신의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성적이면서도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느꼈던 어떠한 감정을 톡톡 건드려주면 위로의 토닥임도 서서히 다가온다. 나만의 시간에 몰입하고 싶은 내게도 특히나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 제목만큼이나 감성적으로 위로를 받으며 힘을 내게 하다니, 역시 책을 읽기를 잘 했다. 또 내게 자그마한 위로가 필요할 때 살포시 펼쳐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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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의 할머니 -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이시문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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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 감도는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한 책이었다. 누군가의 딸이었지만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여성들의 4대에 걸친 이야기라니 무척이나 빨리 읽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어디 성씨냐"라는 물음에 대답을 주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아버지 성을 그대로 따르니까. 아버지 성은 그렇게 물어보지만 어머니와 할머니의 성을 묻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런 점도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 아예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참 고마운 책이다.
몇 대에 걸친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도 연상되고,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도 떠올랐다. 또 리사 시 작가의 <해녀들의 섬>도 생각났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과 내 생각

p. 67

외삼촌이 태어날 때까지 외할머니는 '아들 잡아 먹은 년'이었고 큰이모는 '오빠 잡아먹고 태어난 계집애'였다.
.....
남동생 보라고 이름도 남자 이름인 나의 엄마는 남동생을 진짜로 봐서 엄마 할머니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 개개인과 집안마다 지금도 다른 모양이라 함부로 이야기할 순 없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던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지금은 덜한 분위기다.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 적도 꽤나 많다. 요즘에는 '여아 선호 사상'이 강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선호되는 사람이 존재하는 건데, 우린 참 성별에 큰 의미를 두고 편가르기 하려 든다. 어디 성별 뿐이랴. 지역이며, 혈액형에, 요즘은 심지어 MBTI까지... 누구를 위해 고정관념을 들먹이며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과 상황을 두고 미리 판단하려는지 모르겠다. 전하는 말과 보여주는 행동, 그 자체로만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p. 102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괴담도 혹시 감히 전기를 써서 시원해지는 인위적인 행위를 못마땅해한 누군가가 지어낸 말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밤에 더우면 선풍기를 트는 대신 할머니는 자다 말고 자는 손주들 쪽으로 부채를 부쳐주시기도 했다. 잠이 들 때만 조금 부채 바람에 시원할 수 있으면 아침까지 내처 잘 수 있었는데, 사실은 할머니가 밤에 자다 말고 간간이 부채로 시원하게 바람을 내주신 거였다.

-> 여긴 너무 감동적이라 재차 읽었다. 한 번은 따뜻함이 느껴져서, 또 한 번은 부채질을 열심히 하는 이미지가 떠올라 자꾸 읽고 싶어지는 구문이었다. 부채로 시원한 바람을 내주는 경우 외에도 이런 비슷한 희생이 너무 많지 않을까? 우리네 엄마들과 할머니들은 어쩜 이렇게 자식과 손주들을 사랑하고 어째서 그만큼의 에너지와 마음을 쏟을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나도 자연스레 엄마가 변함없이 희생하시는 모습이 생각나고 또 돌아가신 할머니도 생각난다.


p. 263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집안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고모에게, 당숙모에게 들었다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넉넉히 최근 100년 정도만 잡아도 우리나라에는 사람마다 대하소설을 쓸 만큼의 경험치를 만들어주는 큰 사건이 많이 있었으니까.

->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하나씩 풀어내면 누군가에겐 그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된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생각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찾아보니 이 표현은 영화 감독인 마틴 스코세이지가 과거에 언급했던 표현을 인용한 것이라 한다.
지금도 우리의 필름 안엔 유일무이하고 창의적인 이야기가 끊임없이 담겨진다. 남들은 다 관람하는 영화를 나만 못 보고 넘어가면 억울하지 않을까? 나도 이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주조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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